두레수도원에서 이틀째 날이다. 산 아래에서는 지금 선거로 뜨거운 분위기인듯하지만, 이곳은 조용하기만 하다. 수도원에는 TV도 라디오도 없으니 선거결과를 알 수 없다. 그리고 사실 별로 알고픈 마음도 없다. 수도원에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나라와 백성들을 위하여 중보 기도하는 길이다.
대한민국 애국가에는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 나라 만세"란 유별난 가사가 들어 있다. 그래서 두레수도원에서는 하루 4번씩 드리는 기도시간에 나라를 위한 기도를 반드시 드린다. 하나님께서 보호하시어 이 나라가 좋은 나라가 되어지기를 기도 드린다.
수도원이 있는 산에는 7Km 남짓한 둘레길이 있다. 천천히 생각하며 걸으면 2시간이 걸린다. 두 시간을 걷고 나면 몸도 마음도 그리고 영혼까지 가뿐하다. 이 길을 하루 한 차례씩 걸으며 누리는 즐거움은 누구에게도 양보할 마음이 없을 정도이다.
숲 속을 혼자 걷는 일은 축복 중에 축복이다. 글자 그대로 나 혼자만의 시간이다. 혼자만의 시간이기에 예수님께 더 가까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오늘도 혼자 걸으며 지난 70년을 왜 그리 바쁘게만 살았는지를 돌이키며 다짐한다. 이제부터는 느긋하게, 한가로이 그리고 보다 깊이 있게 살기를 다짐한다.
지금은 봄철이 다가오고 있어 나무마다 새 움이 트는 기운이 완연하다. 겨울 내내 앙상히 버티던 가지에서 새 움이 트는 모습을 보노라면 생명의 신비를 느끼게 된다. 그래서 무릇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을 사랑하여야지’하는 마음을 품게 된다.
수도원이 있는 골짜기에 살고 있는 새들과 산짐승들은 물론이려니와 나무 한 그루, 곤충 한 마리도 해하려 들지를 말고 더불어 함께 살아야지 하고 다짐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