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역사교과서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 기술 허용…교육부 “혼란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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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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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검정 집필기준 발표…친일파·위안부 서술 강화

[기독일보=사회] 올해 새로 개발될 검정 중학교 역사 및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민국 건국 시기와 관련해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을 함께 쓸 수 있게 된다. 또 국정 중·고교 역사교과서에는 친일파의 친일행위, 일본군 위안부 피해 관련 서술이 강화됐고 새마을 운동의 한계점을 지적하는 내용이 일부 추가됐다.

교육부는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런 내용의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과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을 확정해 발표했다.

검정 집필기준은 올해 새로 개발될 검정 교과서의 서술 범위와 방향, 유의점을 집필자들에게 제시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가장 논란이 됐던 대한민국 건국 시기 서술과 관련해 교육부는 검정 집필기준에서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용어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8·15 광복 이후 전개된 대한민국의 수립 과정을 파악한다'는 집필기준 자체는 국정교과서의 편찬기준과 같지만, 집필 유의사항에 '대한민국 출범에 대해 대한민국 수립, 대한민국 정부 수립 등으로 표현하는 다양한 견해가 있음에 유의한다'는 문구를 추가한 것이다. 또 중학교 역사 집필기준에 광복 후 친일청산 노력에 대한 서술 근거를 제시했고 중·고교 교과서에는 공통으로 제주 4.3 사건 서술을 한층 구체화하도록 했다.

박정희 정부 미화 논란을 불렀던 새마을 운동 서술과 관련해서는 고교 검정 집필기준에 '한계점을 지적하는 견해도 있음에 유의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지난해 11월 28일 현장검토본 발표 후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국정교과서는 국민 의견 가운데 중학교 역사는 310건, 고교 한국사는 450건을 최종본에 반영했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개항기와 일제 강점기 부분에서 '친일 반민족 행위 진상규명 보고서'의 구분에 따라 친일행위를 구체적으로 서술했다. 또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해 수요시위 1000회를 기념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사실,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집단 학살 사례를 본문에 추가했다.

현대사에서는 김구 선생의 암살 사실을 추가하고 제주 4·3 사건 관련 오류를 정정했으며 광복 이후 추진된 반민특위 활동의 한계를 더 명확히 기술했다.

새마을운동은 '관 주도의 의식 개혁운동'으로 전개됐다는 한계점을 추가했다.

국정교과서와 관련해 가장 많이 접수된 국민 의견은 '대한민국 수립' 표현에 대한 것이다. 건국절 주장이 반영된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고쳐야 한다는 의견 등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자체에 '대한민국 수립'으로 명시됐기 때문에 교육 과정을 바꾸지 않는 한 교과서 서술도 바꿀 수 없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많이 접수된 의견은 '박정희 정부' 서술에 대한 부분이다. 유신체제와 민주주의 억압에 대한 것보다 경제 성장, 새마을 운동의 긍정 효과 등을 부각해 박정희 전 대통령 미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공과를 균형있게 기술한다'는 정부의 편찬기준에 비춰서도 과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국정교과서 최종본에서는 새마을운동의 한계점이 일부 문구 추가 된 점을 제외하면 박정희 정부 서술 전반적인 분량과 내용 면에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발표에 나선 교육부 이영 차관은 "국정과 검정, 다양한 교과서가 학교에서 같이 사용될 수 있도록 했다"며 "하나의 역사 교과서를 쓰겠다는 취지 자체는 없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화 추진으로 지난 2년 교육 현장 혼란과 국론 분열이 초래되고 수십억원의 예산이 낭비돼 교육부의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 차관은 "여러 혼란의 원인이 되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결정 과정에 포함되는 사람의 한 명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국정교과서 최종본은 웹사이트(http://www.moe.go.kr/history) 공개하고 올해 연구학교 우선 사용 등 추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내년부터 검정 교과서와 함께 사용되도록 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그동안 '비공개' 원칙을 고수해왔던 국정교과서 편찬심의위원 12명의 명단도 오늘 함께 공개했다. 위원장인 이택휘 전 서울교대 총장을 비롯해 김호섭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강규형 명지대 교수 등 역사학자와 교수, 교사, 학부모 등이 편찬심의위원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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