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사회] 1989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건강보험이 시행된 뒤 28년 만에 전면 개편안이 나왔다. 개편안은 재산보다 소득에 부과하는 비중을 높여 서민 부담을 줄이고, 무임승차 논란을 겪어온 피부양자 조건을 강화하는 게 뼈대다.
보건복지부는 23일 국회와 공동으로 공청회를 열어 건보료 개편안의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로 나누는 큰 틀은 유지하되, 3년 주기의 3단계로 나눠 단계적으로 소득 부과 비중을 높이겠다는 게 정부 개편안의 목표다.
우선, 지역가입자의 경우 평가소득을 폐지하고, 최저보험료를 도입한다.
지금까지는 연 소득 500만원 이하의 경우 정확한 소득을 추정할 수 없어 성과 나이, 재산, 자동차에 점수를 매겨 합산하는 '평가소득'에 보험료를 매기고, 재산과 자동차에는 다시 보험료를 부과했다. 재산과 자동차는 이중 부과인 셈이다.
정부 안에서는 평가소득을 폐지하는 대신, 시행 첫 3년간인 1단계에서는 연 소득 100만원 이하에게 월 1만3,100원을 적용한다. 건보료 산정 기준이 되는 연 소득은 필요 경비율 60%~90%를 공제하기 때문에 실제로 연 250만 원~1,000만 원을 버는 사람이 해당한다.
3단계는 연 소득 336만 원 이하로 대상을 확대하고 월 1만7,120원을 최저보험료로 적용한다. 필요경비율을 적용하면 실제 연 840~3,360만 원을 버는 사람이 해당한다.
다만 개편안 시행 전에 내고 있던 보험료가 최저보험료보다 낮으면 2단계까지는 현재 보험료를 그대로 낼 수 있게 했다. 3단계부터는 현재 보험료와 최저보험료 차액의 50%를 덜어 준다.
재산과 자동차에 추가로 부담하던 보험료는 폐지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기로 했다.
현재 자가 주택은 재산 공제 없이 전액에 보험료를 부과하고, 무주택 전세는 보증금에서 500만 원 공제 후 30%로 환산하여 부과하고 있다.
정부 안에서는 자가주택의 경우 1단계에서는 과세표준으로 최대 1,200만 원, 2단계는 2,700만 원, 3단계는 5,000만 원을 공제한 뒤 나머지 금액에 보험료를 부과한다.
전·월세는 1단계 4,000만 원, 2단계 9,000만 원, 3단계 1억 6,700만 원을 공제하고 나머지의 30%에 대해 보험료를 부과한다.
자동차의 경우 현재 15년 미만의 모든 자동차에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1단계에서는 배기량 1,600cc 이하 소형차, 9년 이상 자동차, 승합차․화물․특수자동차는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3단계에서는 4천만 원 이상의 고가 차만 부과한다.
연금에 대한 보험료도 늘어난다. 현행은 보험료가 부과되는 종합과세소득 중 공적연금소득, 일시적 근로소득은 소득의 20%에만 보험료를 부과했다.
정부 안에서는 1단계에서 반영률을 30%로 늘리고, 단계별로 10%씩 늘려 3단계에서 50%까지 늘리기로 했다.
특히, 이번 개편안에서 무임승차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피부양자는 조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금융이나 공적연금, 근로·기타소득 중 어느 하나가 4,000만 원을 넘으면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재산 기준은 과세표준 9억 원이다.
정부 개편안에는 종합과세소득을 합산한 금액 기준을 적용한다.
1단계에서는 연 3,400만 원을 넘으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2단계는 연 2,700만 원, 3단계는 연 2,000만 원을 넘으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연금 소득자가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경우, 지역가입자 부과체계 개편에 따라 연금 소득의 30~50%에만 건보료가 부과된다.
재산 기준의 경우 1단계에서는 종부세 납부 기준인 과세표준 5억 4,000만 원까지 낮아지고, 2~3단계는 3억 6,000만 원으로 기준이 강화된다. 여기에 연 소득 1천만 원 이상이 있으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피부양자 기준에서 형제·자매는 3단계부터 제외하기로 했다. 직장가입자는 보수에 부과되는 보험료 변화는 없다. 다만 보수 외 소득에 부과되는 보험료 기준이 강화된다.
현재는 보수 외 연간 7,200만 원이 넘는 종합과세소득이 있는 경우 보험료를 부과했다.
개편안에서는 금액 기준이 1단계에서 연 3,400만 원 2단계 2,700만 원, 3단계 2,000만 원까지 낮아진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을 적용하면 지역가입자의 소득 보험료 비중이 현 30%에서 3단계 시행 시 60%까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체 소득 보험료 비중도 87%에서 95%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역가입자의 80%는 보험료가 절반으로 인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가입자 606만 세대의 월 보험료가 4만 6천 원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이번 개편안이 시행되면 1단계에서 연간 9,089억 원의 재정이 추가 투입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2단계에서는 연 1조 8,407억 원, 3단계에는 연 2조 3,108억 원의 재정이 더 들 것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