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박사의 커피인생] '갓 볶은 신선한 원두로...' 카피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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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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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규 칼럼니스트

[기독일보=칼럼]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개 길을 가다 후각을 '폭행'하는 커피 향에 이끌리어 커피숍에 빨려 들어가 '혼커(혼자서 마시는 커피)'를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얼마 전 길을 가다 커피 향이 아니라 커피 볶는 연기에 이끌리어 어느 커피숍에 들어 가 커피를 마신 적이 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숍을 둘러 보다 참으로 황당한 문구를 발견했다.

'갓 볶은 신선한 원두로 내린 신선한 커피'

이 문구에는 두 가지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먼저 ''이란 말로 '네이버 어학사전'에는 [갓 (부사) 이제 막. (유의어) 금세, 막, 금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다음으로 '신선한'이라는 표현으로 주로 채소 등에 사용되는 어휘로 이를 유추(類推)를 통해 커피에 비유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두 표현으로 커피숍 주인은 '갓 채취한' 채소처럼 '신선한' 음료를 마신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싶었던 것 같다.

몇 개월 전에 쓴 칼럼에서 원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쓴 적이 있다.

"아늑한 커피숍에 앉아 한 잔의 에스프레소 향기를 맡기 위해서는, 생두(生豆 : Green Beans)을 생산하는 커피 농가의 피와 땀에 감사를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지만, 로스팅(Roasting)과 숙성(Ripening) 및 추출(Extracting)이라는 복잡하고 정성어린 장인의 손길을 거쳐야 한다.

로스팅(Roasting)은 '잠자는 공주를 깨우는 왕자님의 키스'처럼 아무 맛도 없고 그저 딱딱한 씨앗인 생두(Green Bean)를 초콜릿빛 커피원두(Coffee Beans)로 탄생시키는 과정으로;

① 210℃ 내외의 고열로 10분 내외로 가열하면 생두는 녹두처럼 밝은 녹색에서 황록색을 거쳐 노란색으로 점차 변화되고,

② 열을 흡수한 생두는 이 시기에 탄수화물이 산화되면서 생두의 센터 컷(Center Cut)이 탁탁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게 되는데 이를 1차 크랙(1st Crack)이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원두의 표면은 보다 팽창되고 색은 갈색에 가까우며 표면도 매끈해진다.

③ 2차 크랙(2nd Crack)은 1차 크랙 이후 원두 내부의 오일 성분이 원두의 표면으로 올라오게 된다. 원두는 점차 갈색에서 진한 갈색(카라멜화 반응: Caramelization)으로 바뀌며 원두의 표면은 1차 크랙 때 보다 더 팽창하여 잘라낸 표면이 매끈하였던 표면이 '벌집' 모양으로 변태되며 이 속에 2천여 가지의 커피물질이 생성되게 된다." [김박사의 커피인생] 세 번 거듭나야 하는 원두(Coffee Beans) 2016. 09. 12

스페셜티(Specialty) 커피의 기준을 만들고 관련 대회와 전시회를 개최'하기 위해 1982년에 설립된 비영리 단체인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는 로스팅의 정도에 따라 원두에 대한 다음과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 로스팅 정도에 따른 원두 기준

이 도표는 다소 어렵게 보이긴 하지만 좌측에서 다섯 번째 '시티로스트(City Roast)'라는 키워드만 알면 결코 어렵지 않다. 여기서 '시티(City)'는 바로 'New York City'를 지칭하고 뉴요커들이 선호하는 로스팅 정도이다. 물론 '풀시티(Full City)'는 그 명칭이 다소 애매('억지 춘향')하기는 하지만 '프렌치로스트(French Roast)'는 프랑스 사람들이 그리고 '이탈리안로스트(Italian Roast)'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선호하는 로스팅이다.

▲‘갓’ 로스팅한 원두(풀시티-김박사커피밀) ©김종규

'갓 볶은 원두'는 위 사진처럼 표면이 매끈하다. 그 이유는 로스팅 과정 중 대부분의 수분이 증발하고 원두의 내부는 유기물(탄소화합물)이 연소되면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로 충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3일간 숙성시킨 원두(풀시티-김박사커피밀) ©김종규

이 원두를 상온에서 숨 쉬는 지관통(紙管桶)에 3일간 숙성(Ripening)시킨 원두가 바로 위 사진이다. 물론 차이를 부각시키기 위해 접사를 한 것이라 원두 크기가 조금 달라진 점이 있긴 하지만 숙성된 원두는 '갓 볶은 원두'에 비해 표면에 번들거리는 '기름기(커피 향 등 복합물질)'가 확연하게 두드러진다.

다시 한 번 필자가 쓴 칼럼의 한 구절을 인용해 보기로 하자.

"갓 로스팅한 원두에서는 약간의 커피향이 나지만 이 원두로 바로 커피를 추출하면 태운 녹두 비슷한 맛이 난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맛이 나려면 로스팅 정도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적어도 하루 또는 몇 일간 숙성(Ripening)이라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김박사의 커피인생] 세 번 거듭나야 하는 원두(Coffee Beans) 2016. 09. 12

물론 로스팅의 정도나 숙성 시간은 생두의 상태와 로스터의 기호에 따라 다소간 차이가 날 수 있다. 하지만 백보 양보하더라도 정말 '갓 볶은 원두'로 내린 커피는 그 맛이 '밍밍'하다. '울트라캡숑' 강배전을 했다 해도 마찬가지다.

탁자 위에 있는 커피를 다 마시고 카운터로 가서 커피숍 사장에게 '김박사커피' 명함을 내밀고 벽과 앞 유리문에 붙어 있는 '갓 볶은 신선한 원두로 내린 신선한 커피'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리고는 '저 커피를 꼭 마시고 싶은데...'하며 마침 방금 '갓' 볶아낸 원두를 눈짓으로 가리켰다. 커피숍 사장님은 두 말하지 않고 '바로 떼겠습니다'라고 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안도감에 그날따라 커피 향이 라일락 향기처럼 달콤하게 뒷덜미를 잡았다.

■ 김종규 칼럼니스트는...고려대학교(원) 불어불문학과 학사 및 석사, Laval 대학교 대학원 불어학(언어학·불어학) 박사, 서울대학원 및 고려대학교(원) 등 10여 대학 출강, 김박사커피밀(공정무역 유기농커피) 대표 역임, 로스터 & 바리스타, 커피창업·커피교육 컨설턴트, 스토리텔러, 번역가, 시인, 수필가, NGO '철들지않는사람들' 사무국장, salutki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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