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든 우리가 대한민국의 주권자…아직 촛불 꺼서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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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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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과 민주주의' 주제로 NCCK 언론위원회 시국포럼…한홍구 교수 발표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 ⓒ 자료사진

[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 명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다. 15일 낮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언론위원회(위원장 전병금 목사) 시국포럼에서, 진보 역사학자 한홍구 교수(성공회대)는 이 명제를 다시금 되돌아보고 각인시켰다.

언론위는 이날 "이 땅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시민은 광장에 촛불을 켰다"고 말하고, "과거 촛불 역사 실패를 교훈삼아 200만 촛불의 본질을 확인하자"면서 포럼 개최 취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위는 "촛불은 역사와 삶의 부활로 이어져야 한다"면서 포럼의 주제를 "촛불과 민주주의"로 잡았다. 한홍구 교수도 발표 주제를 "촛불과 광장"으로 했다.

한홍구 교수는 먼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실현됐는데,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 밝히고, "한국현대사에 새로운 장이 열렸고, 시민들은 자기 손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는데 감격해 하고 있다"면서 "이 감동을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기에, 왜 우리가 자꾸만 거리로 뛰쳐나왔어야 했는지, 또 여러 번 이겨도 보았지만 왜 과거의 승리와 감격을 지켜내지 못했는지 짚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한 교수는 "대의민주주의가 한국에서만 유별나게 오작동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30~40년 한국 정치의 중심 무대는 광장"이라 정의하고, "이번 2백만 시민을 광장으로 불러 모은 주인공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폭로의 실마리가 된 '정유라 이화여대 부정입학 사건'에 분노한 '헬조선의 흙수저'들"이라며 "헬조선 흙수저들이 만들어진 것은 노무현과 노무현을 뽑았던 사람들이 개혁에 실패했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과거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유세 기간 동안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부자 아버지를 만나지 않더라도 나라에서 보장하는 대로 열심히 공부하면, 노무현이처럼 변호사도 될 수 있고, 국회의원도 될 수 있고, 사장도 될 수 있고, 대통령도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는 나라"를 만들자고 강조했었다. 부모의 권력과 재산, 사회적 계층, 학벌 같은 것이 대물림 되는 사회는 결코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변화는 일어나지 못했고, 이 연설 후 7년 뒤 노무현은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졌다. 한 교수는 "꼭 그 일(노 전 대통령의 자살)이 지난 7년 후 오늘, 이 땅의 젊은이들이 헬조선의 흙수저로 전락했다"면서 "부모의 권력과 재산, 사회적 계층, 학벌 같은 것이 대물림되는 사회, 노무현이, 노무현이 뽑은 우리들이 막아보려고 했던 사회가 이 땅에 굳건히 자리잡았다"고 한탄스러워 했다.

그러면서 한 교수는 민주화 투쟁의 역사와 시대적으로 광장에 모여들었던 국민들의 이유와 성향에 대해 분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2002년 월드컵이 "광화문과 시청 앞 광장이라는 늘 옆으로 지나가기만 하고 어쩌다 데모나 하려 멈춰 섰던 공간이 엉덩이 붙이고 퍼질러 앉을 수 있는 우리 꺼구나 하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이야기 한 한 교수는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광우병 집회, 국정원 부정선거 의혹, 세월호 등의 스토리도 언급했다.

특히 "우리가 너무나 자주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와야 하는 이유는 (대의민주주의에서) 야당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라 지적한 한 교수는 "역사의 전환기라는 말이 실감나는 시절이다. 시민들이 온 몸으로 역사를 썼다. 지난 몇 번의 주말들,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고 파도타기를 하고, 구호를 외치고 행진을 했다는 사실이 역사를 바꿔놨다"면서 "이런 승리는 6월 항쟁 때도 맛보지 못한 것으로, 1960년 4월 혁명 이후 처음"이라 평했다. 참으로 대단한 일을 했단 것이다.

한 교수는 "2016년의 촛불은 불가능해 보였던 탄핵을 실현시켜 대의제의 오작동을 바로잡았다"고 평하고, "처음 박근혜 게이트가 터졌을 때 당연히 탄핵 사유였지만, 새누리당이 여전히 원내 제1당인 구도 하에서 국회의원 2/3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탄핵을 기대하기에는 어려운 일이었는데, 이것을 뒤집은 것이 촛불민심"이라며 "국회가 계속해서 오작동을 하는 한, 피곤하지만 우리는 촛불을 끌 수 없을 것"이라 이야기 했다.

그는 "광화문을 가득 메운 한국 사람들은 파란만장한 격동의 현대사를 온 몸으로 겪어왔다"고 말하고, 정치 사회 등의 개혁을 위해 누구를 믿어야 하겠느냐면서 "우리가 믿을 것은 우리 자신에 내재한 복원력 밖에 없다"고 했다. 세월호 의인들을 언급한 그는 "촛불이 바로 대한민국호의 복원력"이라 말하고, "촛불을 든 우리가 대한민국의 주권자이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온 몸으로, 두 발로 쓰고 있는 것"이라며 "아직 촛불을 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행사에서는 한 교수의 발표 외에도 정일준 교수(고려대 사회학과) 최태욱 교수(한림대 국제대학원) 강문대 변호사(민변 사무총장) 김언경 처장(민주언론시민연합) 정진우 목사(NCCK 인권소장) 등이 패널로 나서서 함께 토론했다.

NCCK 언론위원회가 지난 15일 낮 "촛불과 민주주의"란 주제로 시국포럼을 개최했다. ©조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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