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오클랜드에 위치한 작은 신학대인 오이코스(Oikos) 대학에서 지난 2일(현지시간)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은 현지는 물론 한국 사회에도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용의자가 한인(韓人)이란 점에서 범행동기와 향후 파장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990년에 미국으로 이민와 2000년에 시민권을 회득한 용의자 고수남(43·미국명 One Goh) 씨는 경찰 조사에서 오이코스 대학 재학시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해 주변 학생들에게 놀림을 받고 무시를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 씨의 아버지의 진술에 따르면 아들은 다른 학생의 시험 부정행위를 학교 측에 신고한 뒤 친구들과 사이가 나빠졌다는 것이다. 학생 전부가 아들을 상습적으로 왕따를 시켰고, 그래서 화가 났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상습적인 왕따를 참지 못해 이같은 살인을 저질렀다'고 단정하기에는 고 씨가 40대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얼마든지 이성적 판단과 경험을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고 씨는 두 달 전 재학했을 때 교직원들에게 분노했고, 학생들이 대하는 방식에도 불만을 품었다고 한다.
이 같은 이유에서 일까, 경찰조사 결과 고 씨는 사건 당일 대학에 도착하자 마자 자신이 원한을 품었던 행정 여직원을 찾았지만 그가 출근 전이어서 만나지 못하자 안내 데스크에 있던 여직원을 데리고 간호학과 강의실에 들어가 권총을 난사했다.
그러나 원한관계나 왕따가 원인이란 것에 대해 그를 가르쳤던 교수의 의견은 다른 듯 하다.고 씨를 가르쳤던 김건수 교수는 '영어를 못해 조롱당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학급 내) 그렇게 나쁜 학생은 없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교수로서 마음이 답답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경찰은 고 씨가 지난해 11월 태도와 분노 관리 등과 관련된 문제 때문에 학교에서 퇴학당했다고 전했으며 고 씨는 최근 수업료를 돌려달라며 학교 측과 마찰을 빚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고 씨가 지난 해에 어머니와 남동생을 갑작스럽게 잃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파트에서 쫓겨나기도 했다고 하지만 그것이 고 씨의 범행을 정당화 할 수는 없어 보인다.
오클랜드 한인사회는 고 씨가 성인이 된 후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언어나 미국 문화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지만, 이도 설득력이 적은 것이 사회에 적응하고자 하는 본인의 확고한 의지가 있었다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었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고 씨의 범행동기가 무엇이었던 간에 변하지 않는 사실은 고 씨의 범행으로 인해 소중한 7명의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21~40세의 여성 6명과 남성 1명으로 밝혀진 사망자 가운데,특히 24살과 21살의 꿈 많은 젊은 한인 여성 2명이 포함돼 있어 유가족과 한인사회 모두에게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다시는 이 같이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인사회 전반에 걸친 인성 교육과 체계적 관리 등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