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2017년 종교개혁500주년을 맞이하면서 신학계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가 이를 기념하는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그저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신학과 교회에서만 국한된 기념대회로 끝이 나서는 안 된다"는 자성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 혜암신학연구소(소장 이장식 박사)가 개최한 종교개혁500주년 기념강좌에서 주도홍 박사(백석대 기독교학부 교수, 독일 보쿰대 신학박사)는 "10년의 잔치 독일교회 종교개혁 500주년"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어떤 면에서 제2의 종교개혁이 한국교회에게 요구되는지를 심사숙고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하고, "이제 한국에서도 종교개혁이 일어나야 하는 무거운 소명을 가져야 한다"면서 독일교회가 종교개혁이 교회사적 사건 뿐 아니라 세계사적 사건임을 내세우며 모든 삶의 분야를 개혁했던 전환의 역사를 일깨우는 점을 한국교회도 본받아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주도홍 박사는 독일교회로부터 한국교회가 두 가지 점을 배울 수 있다고 했다. 먼저는 종교개혁을 세계사적 사건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그리고 둘째는 공공신학의 추구이다. 그는 "오늘 21세기 한국교회가 세상에서 힘을 잃고 '예배당'이란 골방에 갇혔는데, 이는 17세기 인본주의 계몽주의가 교회를 사적 영역(Privatsache)으로 몰아버린 후 나타난 결과"라 지적하고, "한국교회가 세상에서의 역할을 제대로 몰랐으며, 알아도 그 역할에 소홀했고, 동시에 세상을 뒤따라가는 친구가 되어버렸다"면서 "썩어져가는 세상의 소금, 어두워져 가는 한국사회의 빛이 되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자가 되기를 포기했다"고 했다.
때문에 결국 예배당 신앙에 갇힌 한국교회가 되고, 이런 모습에 회의를 느낀 성도들은 결국 교회를 떠나거나 안 나가는 '가나안 신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주 박사는 "그러나 종교개혁이란 모든 삶의 분야에서 세계를 변화시키는 세계사적 사건"이었다고 말하고, "예수를 믿는 복음의 능력이 세상을 변화시켰다"면서 "한국교회도 이제 종교개혁의 정신을 이어받아 한국사회를 변화시키는 본분을 기억하며 그 역할을 넉넉히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럴 때 한국교회가 구별된 교회공동체가 될 것이며, 여러 가지로 힘들고 어려운 한국사회에서 사람들을 위로하며 예수께서 요구하신 세상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주도홍 박사는 특히 "무엇보다 한국교회의 공적 역할은 분단의 땅을 교회의 과제로 가져올 때"라 지적하고, "71년 동안 정치가들은 분단 문제를 독점했지만, 실패했고, 급기야는 동북아를 핵전쟁의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갔다"면서 "가장 어두운 한반도의 분단을 모른 채 하고 한국교회가 세상에서의 소금과 빛을 감당함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2500만을 어둠에 가둔 채, 가장 무서운 죄악의 온상인 남북 분단을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며 모른 채 하면서 바른 교회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이데올로기는 한 시대 사람들의 제한된 땅의 아이디어지만, 복음은 모든 시대 장소를 불문한 영원불변한 하나님의 지혜"라며 "복음에 입각한 한국교회의 통일신학 정립은 중요한 과제"라 주장했다.
한편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혜암신학연구소의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강좌는 마지막 한 차례를 남겨두고 있다. 오는 12월 19일 한정애 박사(협성대)는 "마르틴 루터의 공공신학적 사상"을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