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정치]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제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탄핵정국의 판도가 어떻게 될지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회에서 탄핵 절차가 추진 중인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조건부 퇴진 입장은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사실상의 하야' 결정이라며 야당에 탄핵 재검토를 요구한 반면, 야당은 탄핵을 앞둔 대통령의 '꼼수'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있었던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 때를 연상시킨다.
1960년 ‘3.15 부정선거’가 일어나고 다음 달인 4월 19일 이에 항의하는 학생시위가 격화되자,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즉각 하야’ 요구가 잇따랐다. 계엄령에도 시위가 진정되지 않고 장면 부통령이 사임하는 등 정권이 흔들리자 이승만 대통령은 4월 26일 오전 10시 라디오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민심은 이미 이승만 대통령의 즉각 하야를 요구하였으나, 이 대통령은 '국민이 원한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재선거 지시와 개헌 수용 입장을 밝힌 나머지 항목 역시 이 대통령이 집권을 계속하려는 의지를 비췄다는 해석을 낳았다.
대통령의 명료하지 않은 표현은 당시 국회에도 논쟁을 일으켰다. 특히 김선태 의원은 이 대통령의 말이 '국민이 원하니까' 사퇴를 한다는 것인지 '국민이 원한다면' 사퇴를 하겠다는 것인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의원들은 대통령의 진의를 확인하는 절차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국회가 대통령의 하야를 확인하고 권한대행 체제로 국정이 운영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갑론을박 끝에 국회 시국대책위원회는 미리 준비해 둔 시국수습 대책에 대통령 하야 문제를 포함시켰고, 결구 국회는 담화문이 발표된 그날 오후 3시 시국수습결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국회가 이승만 대통령의 ‘즉각 하야’를 결의로써 요구하면서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는 기정사실이 됐다. 이튿날인 27일 이승만 대통령은 국회에 사임서를 제출했고 국회가 즉시 수리했다. 28일 이승만 대통령은 경무대에서 짐을 꾸려 사저인 이화장(梨花莊)으로 돌아가면서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하야 절차는 신속하게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상황을 같이 보는 것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일부 보수단체 등 일각에서는 아직 검찰 조사 및 특검 수사로 박 대통령의 혐의에 대해 명백히 밝혀진 상황이 아닌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하야하라'는 요구는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 및 진보시민단체들은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은 박 대통령에게 국정운영을 맡길 수 없다'며 ‘즉각 하야’만이 해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