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시론]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서

오피니언·칼럼
칼럼
편집부 기자
editor@cdaily.co.kr
  •   
박 대통령은 제왕적 권력욕을 내려놓고 나라의 이익을 위하여 자신을 비워라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샬롬나비 상임대표·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기독일보DB

■ 머리말
정권 초기부터 국정의 독선운영으로 국민의 불안과 의아심을 일으켰던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秘線) 실세 최순실씨에 의한 국정 농락이 각종 언론의 보도를 통하여 속속드리 드러나고 있다. 그 비선 실세의 정체가 이번에 미르 K 스포츠 재단 의혹에 의하여 마침내 드러나게 되었다. 이는 너무나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은 순수한 마음으로 국정 운영의 조언을 구하고자 했으나 최순실씨는 이를 이용하여 각종 자신의 유익을 위하여 국가적 경영에 힘과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대통령의 국정 운영의 권위와 신뢰성을 완전히 실추시킨 것이다. 이번 사태로 “단아하고 검소하며 약속은 지킨다”는 이미지의 박대통령의 모습은 반칙의 명수인 최순실 및 그 녀 측근에게 의존하는 상황이 드러나면서 일시에 무너지고 말았다. 대통령의 무너짐은 나라의 무너짐과 궤를 같이 하기 때문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며 나라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I. 총체적 난국을 헤처 나가야할 대통령의 권위와 도덕성 상실

오늘날 우리 정치적 상황은 총체적 난곡 지경에 처해 있다. 북한의 5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서울을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도발을 감행하고 있으며, 우리의 경제는 세계 경제 침체와 중국 경제 성장의 둔화에 영향 받으면서 조선산업의 부실 사태와 공중 분해된 한진 해운 등 해운 산업문제 등 구조조정 현안, 대형 부실이 예상되는 중요 업종 정책, 각종 노사 사태의 장기화 등으로 경제 환경의 둔화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이를 헤쳐나가야할 대통령이 비선 실세의 국정 농락의 늪에 빠져 들면서 국정 운영의 권위와 도덕성을 상실한 것이다.

II. 대통령을 이용한 한 개인과 그의 비선(秘線)에 의한 국정 농락

이에 임기를 1년 4개월 남겨둔 현 정부에 최순실씨와 그녀 측근의 비선(秘線) 모임의 국정농락 사건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박 대통령은 심각한 레임덕에 휘말리고 국정 운영의 기본인 도덕적 정당성을 상실하고 있다. 비선에 의존한다는 루머가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대통령은 “엄벌” 약속대로 국정을 농락한 최순실에게 개인적으로 사기를 당한 것 같다. 기업가가 아닌 그녀가 4백억대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고, 그녀의 가족 명의 부동산이 수천억대에 이르고 있다는 KBS 보도(10월 26일 오후 9시)가 나왔다. 이에 여당과 야당은 특검 도입에 합의하였다. 대통령은 특별 검찰로 하여금 최순실씨를 불러들여 국정을 농락한 죄에 대하여 그 모든 진상을 밝히고 비리에 대한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의 진면목이 밝혀질 때 비로소 국민의 마음을 달라질 수 있다.

III. 빛 바랜 국면전환용 개헌 제안

지난 25일 대통령이 임기내 개헌을 주도하겠다는 시정연설은 최순실 국정 농락의 사태로 그 빛을 상실하고 개헌 주도할만한 정치적 입지를 상실하는 것 같이 보인다. 그리고 취임 전후 상당 기간 최순실에게 “연설과 홍보에 관한 의견을 물었던 사실”을 인정하면서 ”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한 일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그후에 불과 몇시간 만에 최씨가 연설 홍보만이 아니라 국정 거의 모든 분야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각 언론보도로 무더기로 드러났다.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 이성한은 언론 인터뷰에서 "거의 매일 밤 청와대 부속실장이 각 수석실 보고 서류를 들고 왔고, 최순실씨가 그걸 읽어보면서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최씨와 최씨 측근의 비선 모임에서 장관을 만드는 것까지 결정됐다는 주장까지 했다.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도 사실 다들 최순실의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 역시 믿을 수 없었지만 이제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은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은 이번 시정 연설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사건을 덮기 위하여 “임기내 개헌”(改憲)이라는 국가적 중요사안을 정략적(政略的)으로 이용한 것이 드러나면서 여태까지 정직하다는 대통령의 정직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에 실망을 한 나머지 심지어 이화여대, 서강대 등 대학가에서 ”대통령 탄핵,“ ”대통령 하야“ 시국 선언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IV. 공식 채널이 무시되고 사적 파벌에 의해 주도되는 부끄러운 국정 운영

국민들은 사적인 네트워크 혹은 패거리에 의해 국가 주요 결정이 이뤄졌다는 사실에 대해 그러한 국정 멘탈리티를 가진 대통령을 가졌다는 사실에 실망과 좌절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야당에서는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표에 최 씨가 자필로 보라·빨강·하얀 색깔을 써서 대통령의 옷 색깔을 집어넣었다"면서 "“그냥 측근이 아니고 주술적 멘토란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믿을 수가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단순히 옷 선택이라고 생각했는데 전문가의 얘기를 들어보니 대통령 사주와 색깔의 궁합을 맞춰서 최 씨가 대통령의 신변 안전을 위해 색깔을 지정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전근대적 국가의 모습으로서 무당의 굿판에서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법치와 합리성이 지배하는 국가에서는 볼 수 없는 부끄러운 일이다. 나라를 운영하는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이 무속인이나 점쟁이에게 나라의 미래를 물어보는 태도는 아직도 우리의 정치인들이 근대적 합리성에서 벗어나 있는 것을 보여준다. 대통령 자신이 이러한 전근대적 사고에서 머물러 있으니, 우리 사회의 정치분야만이 유독히 당파와 패거리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일에 대하여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비사관들은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 잘못된 길을 가는 대통령에 대하여 바른 길을 제시하는 용기 있는 참모가 몇 명도 있었어도 사태가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V. 제왕적 권력 욕심 버리고 나라에 도움이 되는 공적 관계의 행동을 하라

이제라도 대통령은 초심으로 되돌아가 자신의 제왕적 권력 야망으로 교만했던 자신을 깊이 뉘어치고 자신의 모든 권력 욕심을 내려 놓고 나라에 도움되는 일이 무엇인지를 보고 행동하기를 바란다. 자기를 비어야 한다.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력이 국가를 파탄의 지경에 이르게 했다. 정치적 암살로 부모를 잃은 배신의 트라우마(trauma)가 인간 박근혜를 공적관계보다는 사적 관계로 내몰아 결과적으로 국민과는 불통하고 개인적으로 신뢰하는 몇 들과 인연을 맺고 소통하도록하였다. 그 결과 이들에게 이용당하면서 국민을 배신한 결과를 초래했다. 이제라도 더 이상 사적 친분에 의존하지 말고 공적 관계를 남은 임기의 국정운영에 수용하여 원로(元老)에게 지혜를 구하고 여야 협치에 도움을 청하면서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여야를 막론하고 검증된 인재들을 두루 추천받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난국을 수습하기 바란다. 개헌(改憲)이 제대로 성사되도록 여태까지 29년 동안 운영해온 헌법제도를 보완하는 보다 나은 수정헌법이 만들어 지는 데 공정한 관리자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헌법이 개정되도록 국정 관리자의 입장에서 초연한 태도로 개헌 논의가 국민의 뜻에 맞게 이루어지도록 관리하는 것이 요청된다.

VI. 국정을 농락한 사이비 목사가 나온 한국교회 풍토에 대한 깊은 자성

이번 사건에서 한국교회가 책임져야할 부분은 최태민이라는 사이비 종교인이 기독교를 이용하여 구국봉사단을 조직하여 당시 박근혜를 만난 후 순식간에 수백억 부동산 재산가로 변신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현몽해주는 무속인이나 점쟁이들이 있었다고 한다. 이 사실은 오늘날 한국교회가 기독교 간판을 달았으나 기복신앙이 체질화된 무속종교의 탈을 벗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야당 지도자는 최순실씨의 선친인 “최태민이 스스로 미륵이라고 했다"면서 "지금 상황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태민·최순실의 사교(邪敎)에 씌어서 이런 일을 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교회는 정치인들의 이러한 이야기를 매우 심각하게 듣고, 기복 신앙을 목회의 수단으로 삼았던 것에 대한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 씨는 1970년대 불교와 기독교, 천도교를 종합해 만들어 교주를 지낸 '영생교'를 지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생교는 원래 신이었던 사람이 원래의 신체로 돌아가 신이 되면 불사의 영생체가 된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태민 씨는 영생교를 접은 뒤 1975년 대한민국선교단을 설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지적에 대하여 한국 보수기독교는 이러한 무속적 풍토가 생겨난 것에 대하여 깊은 자성을 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 맺음말 :
 미르 K스포츠 재단의혹과 최순실 비리에 대한 정의로운 규명만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정치는 지도자를 세우고 만들기보다는 있는 장점까지 깎아내리는 소인배와 패거리와 당파적 차원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언론에 나타나는 정치인들의 국정 감사 장면을 보면 칭찬과 대안과 청사진을 제시하기 보다는 질타와 호통과 부정으로 일관된 분위기를 보면서 우리 정치인들의 결핍된 자질(資質)을 보고 부끄럽고 안타까움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야당은 나라를 먼저 생각해야지 대통령의 실책을 이용하여 정권 쟁탈로 나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의 위기는 그래도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 대통령은 여태까지 보여준 교만한 제왕적 모습에서 내려와 겸허히 자신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가의 이득이 무엇인가를 볼 수 있다. 여당이나 야당도 대통령의 실수를 자기 개인이나 당파의 유익을 위하여 이용하는 것은 나라를 위한 진정한 지도자의 태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통령은 독일로 사라져 잠적한 최순실을 불러다가 특별검사를 통해서 국민 앞에서 이번 사태의 진상을 투명하게 드러나게 하여 그 모든 비리를 밝히고 엄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리하여 무너진 법질서와 정의를 세우고 다시는 이러한 한 개인의 국정농락이 없도록 후속조처를 해야 할 것이다. 특별검사 수사결과 실정법 위반이 드러나면 박대통령은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을 솔선수범으로 져야 한다. 그래야만 다음 정부에 교훈이 될 수 있다. 그래야만 정권은 가고 정치인은 사라지더라도 국가와 국민, 그리고 후속 정치인들이 경각심을 갖고 나라를 정의와 투명성으로 이어갈 것이다.

글ㅣ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샬롬나비상임대표/숭실대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김영한박사 #김영한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