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조은식 기자] 21세기는 바야흐로 인간에 대한 다양한 접근과 재해석이 요구되는 문명의 전환기이다. 이 과학문명의 도전 앞에서 인간의 본성과 과제를 찾는 종교와 과학 국제학술대회가 한신대학교에서 열렸다. 한신대학교 종교와과학센터(센터장 전철 교수, CRS)는 지난 25일 오전 9시부터 한신대학교 서울캠퍼스(한신대 인수동 신학대학원)에서 제2회 종교와과학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학술대회 주제는 트랜스휴머니즘과 종교적 상상력: 인간존재론의 재구성(Trans-Human and Religious Imagination: Reconstruction of Human Ontology)이다.
윌리엄 슈바이커 교수(미국 시카고대학교, 윤리학, William Schweiker)는 "트랜스휴머니즘의 매혹에 대항하여 : 인류의 미래를 위한 책임"이란 주제로 발표하면서, "트랜스휴머니즘의 문제의 핵심과 배경에는 트랜스휴머니즘이 기술과 의술 또는 의식이나 윤리적인 잣대의 변화/진보를 통해 얼만큼 가능한 지의 범위를 규정하는 것에 있지 않고, 오히려 '휴머니즘'의 기본개념을 재조명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수 많은 과학기술의 진보를 통해 인간의 삶은 윤택해졌다. 간단하게는 불편함을 극복할 수 있는 도구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영원한 꿈이던 생명 연장의 꿈마저 그 실현 단계가 더욱 깊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때 슈바이커 교수는 "치료목적으로 도입이 되는 유전공학 분야의 유전자 조작이나 치료이거나 치료목적을 지니지 않는 많은 것들을 인간에게 행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인간의 생명에 어느 만큼의 ‘조작’을 가할 수 있는가? 어느 정도가 ‘정도’를 넘어 서지 않고 인간 생명의 기본권을 지킬 수 있겠는가?" 등의 어려운 질문이 있음을 이야기하고, "인간 생명의 경외 (reverence of life), 인간 생명의 신성함 (sanctity of life), 인간 생명의 존엄성 (dignity of life) 그리고 인간 생명에 대한 긍정과 인정 (respect for life)이라는 말들은 비단 종교적인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영역에 만연해 있다"면서 "이 같은 의식의 기반이 있지 않고서는 과거의 끔찍한 여러 인간에 대한 범죄를 고발하고 강도 높게 대응하거나 지구의 자연 환경을 보존하고 보호하고자 하는 지구헌장과 같은 것이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라 했다.
때문에 그는 "인간의 유한성, 지구에 발을 붙이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늘 ‘죽음을 수 있음을 기억하면서’(mortal) 자신의 경계를 넘어서 신(神)과 같이 되려는‘하나님 놀이’를 하는 것을 세상의 윤리적인 잣대 혹은 기독교의 신앙과 그 윤리로 어느 정도 ‘허용’할 수 있는 지, 그리고 그 ‘허용치’가 어느 만큼 초과될 경우 인간의 인간 됨이 파괴될 수 있는 지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슈바이커 교수는 "유전자 조작이나 향상의 문제는 단순히 선한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을 경우에도 물론이고, 논리의 비약을 통해 마치 우월한 인간 종자(Übermensch)를 생성하고 유지하고자 하는 욕망들이 어두운 역사의 교훈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기술 진보로 인해 많은 것들이 가능해지고 있는 현실이지만, 트랜스휴머니즘은 가치중립적인 것이 아닌 유한한 인간 세상에 발을 딛고 있기에 그 윤리적인 질문에 응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이야기했다.
특히 그는 "기독교의 입장에서는 하나님과 인간간의 관계, 인간과 인간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조명을 통해 하나님의 영원성과 신성이 동시에 인간의 유한성과 창조성이 온전하게 이해되는 바탕 위에서 ‘책임적인 존재’로서 인간이 주어진 생명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인간 생명의 신성한 경외감과 하나님 앞에 책임적인 존재로 설 수 있는 지의 열쇠를 안겨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는 과학과 기술을 통하여 인간의 생명을 확장/심화하려는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 인공지능, 과학문명에 대한 인문학적/윤리적/종교적 대화와 해법을 구상하기 위하여 4개국 10여명의 이 분야 전문가가 참석했다. 미국 윤리학계의 논의를 이끌어가는 시카고 대학의 윌리엄 슈베이커 교수 외에도, 시립대학교의 이규(Kyoo Lee) 교수(현대철학과 문학), 브라질 상파울루 감리교대학교의 성정모 교수(해방신학), 일본 난잔대학교의 김승철 교수(종교와과학), 서울대학교의 홍성욱 교수(과학사/과학철학), 서울대학교의 이경민 교수(의학/인지과학), 감신대학교의 유연희 교수(구약학/여성신학) 등이 주요 발표자와 토론자로서 참석했다.
학술대회는 주제발표인 ‘과학과 철학에서 본 트랜스휴머니즘’, ‘트랜스휴머니즘의 기술과 윤리’, ‘종교와 신학에서 본 트랜스휴머니즘’과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된다. 몇 년 전 국내 과학계와 종교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생명과학과 배아줄기세포’부터 최근 이슈가 된 구글 알파고, 인공지능의 문화적 충격, 무인자동차의 기술적 도전까지 트랜스휴먼 문명에 대한 과학적, 윤리적, 종교적 성찰과 해법을 다뤘다.
주최 측은 “지난 10여 년간 한신대가 형성해왔던 종교와 과학의 연구결실과 과제를 국제적으로 공유하고 공동연구를 추진하기 위하여 2014년 8월 출범한 한신대학교 종교와과학센터는 신학과 물리학·생물학·뇌과학·우주론과 과학문명 등의 폭넓은 주제를 학제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밝히고, “특히 본 센터는 ‘종교와과학’을 주제로 6년 연속 국내 국제 학술연구사업에 선정되었다. 본 대회는 제2차 국제학술대회 이며 2015년에는 독일 국제학제간신학연구센터(FIIT)와 미국 신학과자연과학센터(CTNS)와 함께 종교와 과학 국제학술대회 “종교와 과학: 과거와 미래”(Science and Religion: Past and Future)를 개최한 바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