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명 교수가 총장에 부임한 이후, 미주장신대학교에는 개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남들이 흔히 생각하는 행정적 쇄신이 아니라 한인신학교의 한계를 뛰어 넘고 한인신학교만의 강점을 극대화하려는 비전 쇄신이다. 그가 총장에 부임하며 내건 비전은 총 5가지다. 양질의 신학 교육, 역동적인 영성 교육, 글로벌 리더십 교육, 인문학적 교양 교육, 실제적 이중언어 교육이 바로 그것이다. 과연 수백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신학의 턱을 한인신학교가 넘을 수 있을 것인가? 졸업생들에게서 한국교회를 뛰어넘는 영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이들이 세계로 나아가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 한인신학교라면 누구나 공유할만한 난제들에 대해 이상명 총장과 대화를 나눴다.
-미주장신대의 5대 비전을 역으로 유추해 볼 때, 총장께서 한인신학교의 문제점 역시 잘 알고 계신 것 같다.
98년부터 강의했으니 18년 가까이 한인신학교에 몸담아 왔다. 내가 보고 생각하고 느낀 모든 것을 이 비전에 담았다. 그리고 이 비전을 제시하게 됐고 이 비전에 동참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고 이 비전을 이루기 위한 재정 후원과 네트워크를 마련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한인신학교의 어려움이나 문제에 관해서는 내가 공격적인 비판자가 된 적도 있고 또 공격의 대상이 되어 수비를 해야 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한인신학교를 향한 나의 진지한 문제의식들을 총장으로서 내 손으로 풀어 볼 수 있게 되어 너무도 감사하다.
-학자로서 행정가로 전향하는 데에 갈등은 없었는가?
“내가 수많은 어려움을 뛰어 넘으며 공부한 그 마지막이 결국은 행정이냐”라는 생각이 들면 때론 갈등이 생기곤 한다. 그러나 모든 과정이 하나님께서 나를 낮아지도록 훈련시키신 것이라 믿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방향대로 가고자 한다.
-미국 내에 한인신학교가 존재해야 할 목적 자체에 관한 부정적 의견도 많다.
나는 되묻고 싶다. 미국신학교를 졸업한 1.5세나 2세가 현 한인교회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가? 우리가 많은 경우를 보아 왔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1세들과 겪는 갈등과 어려움에 관해서 누구라도 익히 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신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온 목회자가 한인교회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가? 일정 부분은 감당할 수 있겠지만 한국적 목회와 이민사회의 목회는 전혀 다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한인신학교의 존재 목적이다. 한인 이민사회가 109년을 맞이했다. 미주장신대는 35년을 맞이했다. 한인이 이 정도로 역량이 커졌으니 이제는 불필요한 시행착오나 시간낭비는 없어야 한다. 한인교회 지도자 양성은 이민목회의 상황과 아픔을 아는 이민신학교가 감당해야 한다는 말이며, 이민신학교가 이 역할을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민목회를 이해한다는 것이 양질의 신학을 보장하진 않지 않는가?
우리가 미국신학과 미국신학교를 능가하긴 사실상 어렵다. 그러나 이민목회 지도자나 이민사회 지도자, 해외 선교사 양성에 있어서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신학이 상황을 전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학이란 것은 신학화 작업의 결과물이다. 수많은 성찰과 묵상, 연구의 과정이 필요한 일이다. 응당, 이민교회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이민교회 상황에서 이뤄지는 신학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겠는가? 이것은 미국신학에서 다루지 못한다. 신학이 우리의 상황 속에 상황화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 역시 한국에서 신학의 기본을 닦고 미국신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내가 접한 서구신학은 참으로 바르며 깊이가 있었다. “내가 과연 이 벽을 넘을 수 있을까”란 도전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내가 실제 목회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이 신학과 현장엔 너무도 큰 간극이 있단 것이다. 마치 차가 달리다 기어 체인지를 하는 것처럼 평일에는 미국신학으로 달리고 주일이 되면 한인교회로 달리는 전혀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야 했다.
-영성교육도 중요한 비전으로 내걸었는데, 한국교회의 영성을 지향하는가?
아니다. 긍정적인 영성을 지향한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한국교회가 가진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맑고 투명하며 다이내믹한 영성을 지향한다. 서구인들이 갖지 못한 한국인들의 좋은 영성을 잘 개발하며 지성, 인성과 결합된 깊은 영성을 추구한다. 우리 학교는 교육 기관으로서 당연히 지성의 발전을 추구하지만 경건회나 기도회 등을 통해 학생들의 영성 개발에 집중하면서 동시에 인성적 측면을 간과하지 않고자 한다.
-한인신학교 학생들이 주로 은퇴 세대인 경우가 많다. 젊어서 신학에 뜻을 둔 이들보다는 은퇴를 전후해 목회나 선교에 뜻있는 분들이 한인신학교를 찾는다.
그것은 10년 전 추세다. 지금 우리 학교 학생 220명 중 다수가 젊은이들이다. 그것이 미주장신대의 가장 큰 강점이자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우리 학교에서 이민교회와 신학에 관해 공부하고 더 심도있는 교육을 받고자 미국신학교로 진학하기도 하고 일선 목회자로 나가기도 한다. 영어에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을 위해 특별히 언어 교육을 강화하고 있으며 펀드가 마련되면 별도 언어 훈련 프로그램도 학내에 신설하고자 한다. 그래서 이들이 이중언어를 구사하며 이민목회의 지도자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해 줄 것이다.
참고로, 현재는 미국신학교 학생들도 노령화되는 추세에 있다. 학생 자체가 줄고 있을 뿐 아니라 신입생들의 나이까지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우리는 처음에는 나이있는 분들이 진학하던 학교였지만 지금은 젊은이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희망적이지 않은가?
-미주장신의 교수진에 관해서 설명해 달라.
우리 학교는 지난해 ABHE의 정식인가를 받고 현재 ATS에 지원했으며 준회원 가입 여부가 오는 6월 발표된다. 그 과정에서 교수진의 면모를 확인해 보니 참으로 자랑할 만하다. 총61명의 교수들이 교단과 교파의 배경을 뛰어 넘어 진보와 보수, 복음주의를 아우르고 있다. 물론 교단신학교로서 교단신학을 기본적으로 고수하지만 그것을 넓게 펼쳐 통합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총장으로서 보다 좋은 교수진을 선발하는 데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훌륭한 학자를 모시기 위해 펀드도 마련할 것이고 인적 네트워크 구성에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이상명 총장은?
계명대학교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M.Div. 학위를 마쳤다. 이후 유학에 올라 클레어몬트대학교에서 신약학으로 M.A. 학위와 Ph.D. 학위를 받았다. 샌프란시스코신학교, 베데스다대학교, 미주감신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했으며 현재 미주장신대의 총장이다. Journal of Asian and Asian American Theology와 Journal of Immigrant Theology의 편집자이기도 하며 각종 저널과 매체에 수십편의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