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신학적으로 아직 성숙하지 못했을 때, 춘계 이종성 박사는 세계교회와 한국교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통전적 신학'(Holistic Theology)을 선구자적으로 제창해,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의 신앙적 신학적 유산을 남겨줬다."(장신대 최윤배 교수)
[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한국의 대교단 가운데 하나인 예장통합 총회의 증경총회장이었으며, 장로회신학대학교 학장 등을 역임했던 故 이종성 박사는 예장통합 신학의 기틀을 마련했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21일 낮 장신대 세계교회협력센터 국제회의장에서는 "춘계 이종성 신학과 한국신학"을 주제로 '제12회 춘계 이종성 신학강좌'가 열렸다.
박성규 교수(장신대 조직신학)는 "춘계 이종성 신학이 한국 칼 바르트 신학의 수용과 이해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이 발표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칼 바르트의 신학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하는 문제는 곧 한국교회 특히 장로회 교회의 신학적 성향을 분석하는 데 시금석으로 작용 한다"고 밝히고, "칼 바르트의 신학이해에 일치점을 찾는 작업은 곧 한국교회가 지난 오랜 기간 동안 거듭해온 분열의 역사를 극복하고 새로운 일치를 이루는 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런 필요성과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는 칼 바르트 신학의 수용과 해석은 다름 아닌 바로 춘계 이종성 박사의 통합적 수용과 발전이라는 관점으로부터 시작 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종성 박사가 칼 바르트의 신학을 한국의 신학 풍토에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수용해 발전시켰다고 했다. 그는 "(이 박사가) 윤성범의 토착화신학의 방법론도 지양하며, 박순경 식의 정치사회적인 해석방법도 지양한다. 소위 '정통주의' 또는 '근본주의' 방식의 바르트 해석도 지양한다. 이 박사는 바르트의 신학을 복음적이면서도 에큐메니칼적으로, 그러면서도 한국적 실정에 맞는 방식으로 수용해 이해하고 발전시켰다"고 평했다.
더 나아가 박 교수는 "이 박사가 칼 바르트의 신학을 자유주의 신학 또는 신(新)신학으로 오도해 무조건 비판하려는 장로회 교회의 풍토 속에서 바르트의 신학이야말로 복음적인 신학이며, 또한 가장 개혁신학적인 신학자임을 밝힌다"면서 "이종성에 따르면 바르트야 말로 하나님의 초월성과 절대성을 살려 하나님을 하나님 자리에 회복시킨 신학자요, 삼위일체 신학을 회복시킨 신학자이며, 성서가 하나님 말씀임을 다시 복구시킨 신학자"라 했다.
이러한 이종성 박사의 칼 바르트 신학 수용과 해석은 자신만의 고유한 신학적 방법론으로 진행된 결과 결국 이 박사는 자신의 고유한 '통전적 신학'을 개척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박 교수는 "이 박사의 통전적 신학은 칼 바르트로부터 습득한 '신학의 본질과 방법론'을 비판적으로 수렴하고, 발전시킨 결과물"이라 평가하고,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한다는 칼 바르트의 신학적 방법론이 '통전적 방법론'이라는 이종성 식으로 종합되었을 것"이라 이야기 했다.
이상은 교수(서울장신대 조직신학)는 "공적 지평 속에서의 교회 - 춘계 이종성이 말하는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란 주제로 발표했다. 교회와 사회의 관계에 대한 개혁신학자들의 견해를 설명한 그는 이어 "통전적 신학을 전개했던 이종성의 신학이 경건과 실천의 적절한 균형을 취하면서, 교회와 사회의 관계에 대한 적절한 이정표를 제시해 주었다"면서 "이종성의 이러한 입장은 예장통합 측 신학이 오늘날에도 다양한 견해 속에서 일치된 모습으로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행사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평했다.
특히 이 교수는 이종성 박사가 '교회는 교회요, 사회는 사회다'라는 분리적 주장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면서 "그는 인간이 살아가는 장으로서 교회와 사회에 대해 존중의 정신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이 박사는 투쟁적이고 날카로운 비판보다는, 교회와 신학이 감당해야 할 진리의 입장에 대해서 보다 부각시키는 입장을 취했다고 한다. 때문에 강한 예언자적 목소리를 듣고자 했던 이들에게는 다소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백충현 교수(장신대 조직신학)는 "춘계 이종성의 삼위일체론이 한국 신학 안에서 가지는 위치와 의의"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이종성 박사가 한국 신학 안에서 삼위일체론이 활발하게 연구되거나 논의되지 않은 때, 선구적으로 삼위일체론을 소개하고 본격적으로 및 체계적으로 연구한 첫 한국인 신학자였다면서 "기독교 토착화 논쟁에서 그리고 구체적으로는 단군신화와 삼위일체와의 관계에 관한 논쟁에서 양쪽 극단의 입장을 피하고 제3의 길을 걸어갔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행사는 장신대 연구지원처가 주최하고, 장신대 기독교사상과문화연구원 기독교사상연구부가 주관했다. 행사는 2002년 시작되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