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가을빛으로 물든 기증인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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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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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장기기증인 故 김유나 양 초상화 가족들에게 전달
제주 라파의 집에서 뇌사장기기증인 故김유나 양의 부모에게 초상화 전달식이 진행됐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지난 1월 21일, 미국 애리조나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김유나(19)양이 등굣길에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당했다. 소생은 불가능했다. 의료진으로부터 뇌사판정을 받은 것. 하지만 김 양의 부모는 딸의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못다 핀 어린 생명이 누구에게라도 전해져 계속 살아주었으면’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김 양은 장기와 인체조직을 기증해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전 세계 27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민족의 명절 추석을 앞뒀던 13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 이하 본부)가 김 양의 부모에게 가슴 따뜻한 선물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양의 생전 모습을 캘리그라피 초상화로 제작해 김 양의 부모에게 전달한 것. 초상화 전달식은 13일 오전 10시, 본부가 혈액투석환우들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시설 ‘제주 라파의 집’에서 진행됐다. 앞선 9월 9일, 본부는 장기기증의 날을 기념하며 기증인의 캘리그라피 초상화를 전시했었다. 이 가운데 김 양의 작품을 전시에만 그치지 않고 표구해 김 양 부모에게 전달한다. 김유나 양은 지난 1월 21일, 교통사고를 당했고 3일이 지난 24일 뇌사 장기기증을 실천해 많은 생명을 살렸다. 그리고 올해 설날 시신을 제주도로 옮겨와 가족들과 지인들이 모인 가운데 장례식을 진행했다. 본부는 떠나간 가족이 가장 그리울 명절, 유나 양의 가족들을 위로하고자 캘리그라피스트 모은영 씨의 도움을 받아 초상화 전달을 결정했다.

김 양의 작품이 특별한 점은 일반적인 초상화가 아닌 그동안 국민들이 유나 양에게 보내 준 감사와 응원의 글로 완성된 캘리그라피 초상화라는 점이다. 지난 8월 16일부터 캘리그라피스트 모은영 씨의 재능기부로 초상화 제작이 이루어졌고, 지난 9월 9일 장기기증의 날에는 청계천에 전시되어 많은 시민들에게 장기기증의 필요성에 대해 알렸다. 익명의 한 네티즌은 김 양에게 “국민 모두가 유나의 숭고한 뜻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면 좋겠다”며 “기증인의 가족 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건네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재능기부로 작품 제작에 참여한 캘리그라피스트 모은영 씨는 “뇌사 장기기증인을 기리는 장기기증의 날 행사에 함께할 수 있어서 오히려 영광이었다”며 김 양의 작품을 표구하고, 작품과 함께 김양의 부모에게 전달할 편지도 동봉했다.

김유나 양의 어머니 이선경 씨는 “착하고 예쁜 딸이 하루아침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기에 아직도 너무 그립다”며 “가족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유나가 기억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랬는데, 이렇게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되어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한 “유나의 이야기를 통해 많은 이들이 장기기증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본부 박진탁 이사장은 “많은 사람들이 기증인의 사랑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어서 감사하다”며 “유나 양의 부모님도 딸을 기억하는 많은 이들의 격려 속에 쓸쓸하지 않은 명절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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