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이하 한교연)의, 통합을 위한 선언문이 지난 달 31일 발표되었다.
한기총과 한교연은 5년 전만 해도, 하나의 몸체였다. 그런데 일종의 헤게모니(hegemony-어느 한 지배 집단이 다른 집단을 대상으로 행사하는 영향력)로 인해 분열되었던 것이다. 당시에 교계에서는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연합기관이 분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끝내 그 바람을 저버리고,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그 이후 두 기관은 각자의 위치와 자리를 만드는데 주력하여, 나름대로 기득권을 형성해 왔으나,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 중에 가장 뼈아픈 문제는 각 교단들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연합기관마저 분열하였다는, 그래서 분열의 고질병이 재발했다는 자조(自嘲)였고, 또 교회 밖과의 대화나 창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게 된 것이었다.
한기총과 한교연은 한국교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복음주의•보수주의를 표방하는 대표적 연합기관이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기관들은 그 속에서 하나가 되고 일치하여, 복음을 증거하고, 진리를 수호하며, 교회를 보호하는 역할을 힘써서 감당해야 한다.
또 우리 사회 속에서, 이합집산(離合集散)과, 계층 간, 세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 속에서, 화합과 일치의 모습이 어떠함을 보여주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분열된 모습으로는 그런 모범을 보이기 어려운 것이다.
두 기관의 통합을 위한 단초(端初)가 마련되고, 올 11월말까지 통합의 완성을 위한 로드맵이 제시된 것에 대하여 환영한다.
물론, 쪼개진 것을 다시 합하는 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라고 보지만, 혼신의 노력으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 결과는, 한국교회 일치와 연합의 시금석(試金石)이 될 것이다.
분열되었다가 다시 하나가 되는 일은 단체와 기관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서로 간에 기득권과 권리를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기총과 한교연이 본래 하나였음을 기억하고, 형제로서의 연합과 동거함이 얼마나 선하고 아름다운가를 보여 주어야, 역사적으로 분열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는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고별사에서 하셨던 말씀을 기억해야 한다. ‘아버지여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그들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 세상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옵소서’(요17:21)
두 기관의 하나 됨을 위하여, 두 기관의 지도자들과 실무자들, 그리고 교계 지도자들의 분발과 자기희생을 기대한다. 이는 하나님의 뜻이며, 시대적 요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