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가 2일 낮 "한국교회 정체성 회복"을 주제로 제55회 월례기도회 및 발표회를 개최한 가운데, 참석자들은 주제와 관련된 '지도자의 성품' '십자가 신앙' '사회섬김'을 돌아봤다.
'사회섬김'을 주제로 강연한 곽혜원 박사(21세기 신학포럼 대표)는 "사회 구제 및 봉사 활동에 걸맞은 성숙한 도덕성 및 윤리의식의 발현을 통해서 사회적 공신력을 회복했다면, 이제 한국 교회는 올바른 사회 섬김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 말하고, 21세기 한국교회가 올바른 사회 섬김을 감당함에 있어서 필요한 제안을 몇 가지 던졌다.
먼저 곽 박사는 "영적ㆍ정신적 생명력(生命力)의 부여"를 제안했다. 그는 "장구한 세월 동안 고난과 역경, 가난과 치욕의 험난한 역사를 헤쳐 오면서 영혼이 황폐해지고 생명력이 극도로 약화된 우리 국민을 어떻게 치유하고 영적ㆍ정신적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가, 반(反)생명적인 잔혹범죄 및 패륜범죄가 급증하는 우리 사회 속에서 어떻게 생명의 복음(evangelium vivificans)을 전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21세기 한국 교회의 향방을 좌우하는 최우선적인 과제"라 했다.
이어 "사회경제적 공평(公平)과 정의(正義)의 정착"을 이야기 하고, "사회경제적 양극화로 인해 국론 분열ㆍ사회 해체ㆍ가정 파탄이 가속화되는 상황 속에서 사회경제적 공평과 정의(‘야훼의 공의’를 판가름하는 척도이자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두 기둥)를 정착시키는 일은, 21세기 한국 교회에게 명하시는 하나님의 명령일 뿐만 아니라 오늘날 한국 사회를 위기로 몰아넣는 제반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핵심적인 과제"라 했다.
더불어 곽 박사는 "공존(共存)하고 상생(相生)하는 생존 모델의 실천"을 말했는데, 이는 "승자독식과 무한경쟁의 상쟁(相爭) 사회, ‘디스토피아’(dystopia)로 우려되는 사회 안에서 절망하는 사회 약자들, 실패자ㆍ낙오자ㆍ패배자로 낙인찍힌 이들이 한을 품고 세상을 등지는 상황 속에서 사회구성원 상호 간에 생존과 협력을 독려하면서 공존과 상생의 길로 나아가는 생존 모델을 몸소 실천하는 일은, 21세기 한국 교회가 반드시 실천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라 했다.
'건강한 시민문화의 구축ㆍ하나님 나라 시민의 육성'도 그가 제시한 중요한 제안이었다. 그는 "교회와 사회(세상)에 대한 양자택일의 이분법적인 대립 구도가 여전히 극복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모든 사회구성원이 추구하는 공공선(公共善)을 위해 수고하면서 건강한 시민문화를 구축해 나가는 교회, 시민적인 교양을 갖춘 바른 민주 시민이자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인류애(人類愛)를 실천하는 하나님 나라의 시민으로 교인을 육성하는 일은, 21세기 한국 교회가 책임감 있게 감당해야 할 사명"이라 했다.
정치에 대해서도 그는 "인류 역사상 정치가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함은 물론 사회의 모든 영역이 정치와 긴밀히 결부되는 상황 속에서, 이로 인해 일반 대중의 삶이 정치현실에 좌지우지되는 상황 속에서 21세기 한국 교회는 부조리한 정치현실을 정당화하거나 무관심할 것이 아니라, 모든 불의와 부정부패, 억압과 착취가 사라진 세계,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와 정의와 평화가 임재하는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현실로 변화되도록 건전하고 비판적인 정치의식을 함양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특히 '갈등'에 대해서 그는 "극심한 이념논쟁으로 갈갈이 분열되어 서로 대립ㆍ반목하는 칠천만 우리 한민족이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는 민족 공동체를 이룰 수 있도록 화합의 중보자가 되는 일은, 21세기 한국 교회가 필사의 각오로 감당해야 할 사명"이라 강조하고, "무엇보다도 세계에서 가장 공격적이고 탐욕스러운 이웃 열강들이 지속적으로 세력 다툼을 벌이는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운명 속에서 동북아시아에 항존하는 평화, 곧 하나님의 샬롬(shalom), 예수 그리스도의 평화의 사신(使臣)으로 헌신하는 일을 21세기 한국 교회가 등한히 한다면, 후대에 길이길이 원망을 받고 하나님께도 책망을 받게 될 것"이라 이야기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불행한 임종ㆍ비인간적인 죽음이 만연한 우리 사회 속에서 죽음을 성찰하고 준비하는 초대 기독교의 귀중한 전통을 계승할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으로 고귀한 생명을 기적처럼 선사받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존엄한 삶을 영위하다가 존엄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존엄한 사회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21세기 한국 교회가 기독교의 정체성을 지키는 확고한 신념으로 감당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사명"이라 했다.
한편 김성봉 목사(신반포중앙교회)는 먼저 '지도자의 성품'과 관련해 일반 사회에서, 구약에서,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그리고 한국교회에서 통용되는 지도자의 성품에 대하여 개괄적으로 살펴본 후 "과연 이런 성품들이 우리 시대의 목회자들에게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인가?"를 물었다.
안타깝게도 그는 "이런 성품들이 전반적인 시대 경향과 함께 우리 시대의 목회자들에게 다시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한 때 이 땅에서 목회자들이 그렇게도 살았다는 식으로 기억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면서 "이런 현상은 의사나 판사가 돈 버는 직종이 아님에도 이미 돈 버는 직종으로 인식되어 그렇게 통용되는 경우와 유사하다"고 했다.
'십자가 영성'을 강연한 라영환 교수(총신대)는 "십자가에서 현 한국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대안을 발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십자가는 추상적 개념이 아닌,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증명되어야 하는 실제"라면서 "종교개혁은 종교를 개혁한 것이 아니라 삶을 개혁한 것"이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