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한민국 정부가 김일성 부모에게도 훈장을 줄 수 있느냐?’는 논란을 정부와 국회가 만들어내는 일을 보면서, 국민들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일의 발단은 지난 28일 국회에서 모 야당의원의 ‘김일성의 부모에게도 훈장을 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보훈처장이 ‘검토해 보겠다’고 답변한데서 시작 되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12년 김일성의 외삼촌인 강진석에게 독립운동을 이유로, 건국훈장 애국장을 준 적이 있고, 2011년에는 김일성의 삼촌인 김형권에게도 포상을 한 적이 있는데, 이것이 ‘김일성 부모에게도...’로 서훈 할 수 있느냐? 로 확대된 것이다.
보훈처의 입장은, ‘김일성의 외삼촌이 해방 이전에 돌아갔기 때문에, 김일성과 연관지울 수 없어 공훈을 준 것’이라는 취지인데, 이를 확대해석하여 ‘김일성의 부모에게도...’라는 주장으로 비화하게 된 것이다.
이 문제로 인하여, 대북관과 국가관의 트레이드마크로 인식되고 있던 현 보훈처장의 발언에 대하여, 진보와 야권에서는 지금까지 그를 공격의 대상으로 삼았던 입장에서 다소 동조하는 입장이고, 이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한 야당의 한 의원은 공격을 받고 있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졌다.
야권에서는 5·18 기념곡 지정과 제창 문제, 올해 6·25 기념 광주 시가행진에 11공수특전여단을 참여시키려던 문제로, 보훈처장을 해임하라는 촉구 결의안을 낸 상태이다.
보훈처장은 처음에는 ‘서훈에 연좌제가 적용될 수 없다’는 주장이었는데, 국회에서의 발언이 문제가 되자, 이를 취소한 입장이고, 야권과 진보 진영에서는 이를 문제 삼은 국회의원에 대해서 ‘실수 했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정부와 정치 지도층의 무원칙/무개념에 혼란스러운 것이다.
이런 문제의 혼란은 지난 노무현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에 노무현 정부는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에게도 상당수 훈장을 주었다. 다만, 김일성 친·인척 및 북한정권 참여자에게는 줄 수 없다고 결정했었다. 이것이 혼란의 발단이 된 것이다.
이번 문제를 통하여,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이렇듯 혼란스런 문제를 신속히 정리해 국민들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하며, 무엇보다 상훈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첫째는 서훈 문제를 색깔이나 진영의 문제가 아닌, 애국과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리해야 한다. 김일성의 가족이나 친척이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했다고 하여도, 그들에게 서훈을 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북한의 김일성은 6•25남침으로 수백만의 사상자를 낸 동족상잔의 비극의 원흉이며, 파괴자다. 또 김일성과 김정일은 1990년대 북한 고난의 행군 때는 수백만의 아사자를 낸 장본인이다.
북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민주주의 국가도 아니고, 공화국도 아니며,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도 아니다. 오직 김 씨 왕조의 1인 장기 독재정권일 뿐이다.
3대를 이은 독재자를 ‘백두혈통’이라고 주장하며, 김일성의 직계를 우상화·신화화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정부의 이름으로 김 씨 일가와 직계에게 서훈하는 것은, 김 씨 왕조와 독재에 이용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데에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둘째는 심사를 더 엄격하고 정확히 해야 한다. 정부가 김일성의 친족·외척에게 서훈을 심사하면서도, 이번에 밝혀진 것은, 이 같은 문제성을 정확하게 심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불찰이다. 독립운동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관계성과 시대적 연계성이다.
셋째는 국민의 정서와 국가관과 역사성을 고려해야 한다. 1919년 3월 1일 독립만세운동 당시, 민족 대표 33인의 ‘독립선언서’가 발표되었다. 이 때 우리 기독교인은 16인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16인 가운데 후에 정부로부터 서훈을 받은 사람은 13인이다. 나머지 3인은 후에 친일을 하거나 사회주의자로 월북하여 상훈을 받지 못한 것이다.
이런 전례에서 보듯이, 당시에는 독립운동을 한 인사라고 하여도, 역사성과 국민의 눈높이와 정서, 그리고 추후 행적을 고려하여, 신중히 평가하여 제외시켰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의 훈장 논란처럼, 서훈으로 인하여 국론이 분열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에 대한 평가나 감사의 마음은 충분히 가지되, 종합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가 국가 상훈법을 개정하여, 국가관을 뚜렷이 하고, 서훈의 참된 의미를 살린 법을 만들어서 시행함으로, 이번과 같은 혼란과 갈등이 재연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