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종교인 과세, 성직자-당국이 열린 대화로 해법 찾아야

지난 19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케이블방송에 출연해 종교인·종교단체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말하면서 '종교인 과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방송에서 종교인 과세와 관련 "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 관점에서 특별한 예외를 인정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원칙적으로 과세가 돼야 되고 현실적으로 지금까지 느슨하게 과세가 되거나 과세가 거의 안돼 왔던 측면을 감안해서, (원칙이) 명확하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정부의 입장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며 예외 없이 과세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방침이다. 하지만 종교계, 특히 개신교계의 입장에서 볼 때 종교인 과세를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개신교계 주요 연합기구 중 하나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홍재철 대표회장은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를 원론적으론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개신교계 실상을 전혀 고려하지 않거나 단지 여론에 등 떠밀려 졸속 적용해선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홍 대표회장은 특히 개신교계의 경우 타 종교와 달리 교단이 아닌 개교회 중심으로 운영될 뿐더러, 대부분의 교회 목회자들의 형편이 열악해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부연이다. 하지만 “가능한 목회자들이 자발적으로 납세하고, 다른 방향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옳고, 이미 많은 목회자와 교회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홍 대표회장은 밝혔다.

이 보다 앞서 지난 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김종훈 회장은 "우리 교회가 투명한 재정 운영을 통해 교회 안팎의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며 그 연장선에서 목사들이 자발적으로 소득세를 납부하는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각 교단 내부 토론을 거쳐 오는 11월 열리는 총회에서 목회자 세금 납부를 결의할 계획이다.

한국교회발전연구원도 같은 달 ‘교회의 재정과 목회자의 세금 납부’란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성직자 과세 문제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이면서 자발적인 납세에 대한 개신교계에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분명한 것은 종교계 내부에서도 자신들의 사역을 성역으로만 여기면서 국민이라면 당연히 가져야할 납세의 의무를 등한 시 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제 종교인들과 과세 당국이 보다 열린 사고를 갖고 대화와 토론 등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이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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