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들은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자국의 무슬림 공동체를 통합하는데 실패했으며, 이는 서구 국가들이 진행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에 큰 도전이 되고 있지만 서구 정부들은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해 온 미국의 정치학자 로버트 레이켄(Robert Leiken)은 자신의 신간 ‘성난 유럽의 무슬림(Europe’s Angry Muslims)’에서 다시 한번 이러한 유럽의 상황을 신랄하게 고발하고 그에 따른 결과가 비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2005년 영국 런던의 지하철 폭탄 테러 사건이 일어나기 전 유럽 무슬림의 상황을 경고했던 레이켄은 자신의 저서에서 유럽에서 가장 무슬림이 많이 살고 있는 영국, 프랑스, 독일에 예를 소개하며, 런던의 지하철 테러 사건을 주도한 젊은 무슬림 모함마드 시디크 칸(Mohammad Sidique Khan)은 영국이 안고 있는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사례라고 주장했다.
특히 영국의 무슬림의 다수를 차지하는 파키스탄 이주자들은 아주 보수적이며 내성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데, 영국의 다문화정책(multiculturalism)은 이들을 주류 사회로의 통합으로 이끈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분리와 고립으로 이끌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또한 레이켄은, 영국이 1980년대와 1990년대 중동의 급진적 이슬람주의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하였는데, 이들이 영국에서 태어난 무슬림 이주민 2세들을 지하드(jihad, 이슬람 聖戰) 사상으로 이끌며 현재의 영국 무슬림 급진주의의 중심 인물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이슬람 테러분자들을 검거함으로써 영국과 같은 이슬람 급진주의의 확산을 막았지만, 프랑스 무슬림의 다수를 차지하는 북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들을 주류 사회에 통합하는 데에는 역시 실패했다고 레이켄은 평가했다. 하지만 프랑스가 무슬림 통합에 실패한 이유는 이슬람이나 이슬람주의에 대한 반감보다는 소수 민족에 대한 차별과 이주민들을 위한 일자리 부족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독일 무슬림의 다수를 차지하는 터키 이주민들의 30% 정도 만이 시민권을 취득한 상황에서 2006년과 2007년 사이에 여러 테러 사건들이 발각된 이유는 단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레이켄은 주장했다.
유럽의 무슬림 거주지들을 방문한 레이켄은 자신의 책에서 무슬림 이주민들이 모여 살고 있는 프랑스 대도시의 교외 지역(banlieues)의 실상을 소개하며 이 지역을 고립된 구역으로 묘사했다. 이슬람과 서구가 충돌하고 있다고 한 사무엘 헌팅턴(Samuel Hungtinton)의 주장에 공감하지만, 현재 서구 사회와 이슬람 사회의 관계는 단순한 충돌과 투쟁의 관계보다는 복잡한 양상을 띄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미국 보스턴 칼리지(Boston College)의 조나단 로렌스(Jonathan Laurence) 교수는 그의 저서 ‘유럽 무슬림의 해방(The Emancipation of Europe’s Muslims)’에서 유럽 정부가 처음에는 자국의 무슬림이주민들을 통합하는데 이주민들의 모국인 이슬람 국가를 의지했다고 소개했다. 즉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독일 정부는 자국에 이슬람 사원을 건축하고, 이슬람 성직자를 훈련시키고, 무슬림 신앙에 필요한 것들을 공급하는데 자국에 주재한 터키나 알제리 또는 모로코 대사관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이 대사관들은 유럽 무슬림들의 주류 사회 통합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로렌스 교수는 주장했다.
이렇게 유럽 무슬림의 통합 실패가 1990년대에 확연하게 드러나고 2000년대 유럽에서 테러 공격들이 발생하자, 유럽 정부는 이슬람주의자들을 포함한 이슬람 단체들을 직접 상대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과거 유럽 정부와 유럽에 주재해 있던 이슬람 국가의 대사관들과 관계가 좋지 않았던 유럽의 이슬람 단체들이 유럽 정부의 협상 상대가 되었다고 로렌스 교수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유럽 정부의 정책 변화에도 불구하고, 유럽 정부가 주도하여 설립되었던 각국의 여러 이슬람 위원회들은 계속 명맥을 유지하며 서구와 이슬람의 충돌이 아닌 화해와 번영을 주장하는 실용주의적 이슬람 지도자들을 양산해냈다고 로렌스 교수는 강조했다. (사진은 프랑스의 한 도심에서 기도회를 갖는 무슬림들)
The Economist, 한국선교연구원(krim.org) 파발마 80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