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장소피아 기자] 미국 기독교신문 크리스천포스트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미국의 세계적인 기독교 부흥사인 빌리 그래함 목사(97세)를 김일성 수령 우상화를 위해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북한은 과거 그래함 목사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일성 주석을 현세의 하나님이라 말했으며, 북한은 위대한 천국이라 말했다"며 대대적인 선전을 했다. 이에 그래함 목사 측은 "뜬금없는 일"이라며 이러한 북한의 주장을 일축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지난 15일 '미국 종교 지도자가 숭상한 현세의 하나님'이란 제목의 장문의 논평을 실었다.
노동 신문은 "과거 평양을 방문했던 빌리 그래함 목사가 김일성을 '현세의 하나님'이라 말했다"면서 "노숙자 문제와 약물 중독을 해결하는 그의 지도력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선전했다.
노동신문은 "빌리 그래함 목사가 '김일성 주석의 정치적 지도력을 지켜보면서, 그의 방식대로 북한을 통치하는 것을 보면서 그가 하나님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이이 세상에 다른 지도자로, 구원자요 과거와 미래의 통치자로 오신다면, 나는 김일성이 현세의 하나님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정치적인 신념과 방법은 하나님도 할 수 없었던, 이 지상에 가장 위대한 천국을 만들었다'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은 "빌리 그래함 목사가 1992-1994년 동안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에서 복음을 전파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지 이해했다"면서 "김일성은 현세의 하나님으로, 왜 이런 나라에 성경이필요하겠는가? 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김일성 가족이, 노동당이 주도하는 독재 정권이며, 1948년 이후 미디어를 이용해 김일성 우상화를 주도해 왔다.
북한의 이런 주장에 대해 그래함 목사 측은 "뜬금없는 주장"이라며 경악스러워 했다.
그래함 목사 측 제레미 블룸 대변인은 15일 '워싱턴 포스트' 신문에 "그래함 목사가 2번 북한을 방문했지만,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블룸 대변인은 이어 "이런 발언들은 그래함 목사의 신학이나 어법과도 크게 동떨어진 것"이라 했다.
미국의 유력 기독교 매체인 '크리스천 포스트', '영국 크리스천투데이' 등 여러 언론들도 '노동신문'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일제히 지적했다.
2008년 빌리그래함 복음주의협회 웹 사이트에 의하면, 빌리 그래함은 1992년과 1994년에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을 만났으며, 그래함 목사는 당시 1992년 봉수교회와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설교 했었다. 또한 김일성 대학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었다.
1994년 김일성 죽음 이후 빌리 그래함은 미국과 더 나은 관계를 맺기 바라는 마음으로 "그가 굉장히 강제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왜 그의 국민들에게 존경받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을 뿐이다.
1997년 북한 역사상 최악의 홍수 피해 이후 북한을 돕기 위해 BGEA(빌리그래함복음주의협회) 와 사마리아인의 지갑(Samaritan's Purse)단체는 747 화물 비행기에 8백만 달러의 의료 용품과 원조를 북한에 보내기로 제휴했었다.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는 화물을 보내기 전 "정치적 신념의 차이로 우리 두 나라가 분열되어 있다 할지라도 북한 주민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이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고통받고 있는 그들을 위해 우정과 실질적인 도움의 손을 내밀기를 약속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 단체들은 일제히 "북한은 기독교인에 대한 세계 최악의 박해 나라이다. 최소 십만 명의 기독교인들이 포로, 고문, 강제 노역에 고통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감시단체 오픈 도어스(Open Doors)는 올해 북한을 세계적으로 가장 큰 기독교 박해 국가로 명명했다.
오픈 도어스는 2016년 세계 핍박 감시 목록에서 현 김 정은이 이끄는 북한 정부가 14년 연속 1위라고 발표했다.
오픈 도어스는 크리스천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정보를 얻기 어렵기로 악명이 높다. 즉 우리는 얼마나 많은 기독교인들이 북한에서 순교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여전히 박해 국가 1위에 있다. 북한 정권이 모든 힘을 다해 기독교인의 신앙을 억제하며, 성경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처벌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을 지원하는 많은 인도주의 단체들이 기독교에 기반하고 있지만 북한 정부는 이들 단체들의 선교 활동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오히려 북한 주민들을 돕는 선교사나 목사들을 체제전복을 위한 간첩이라며 장기간 억류해 체제 선전으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에서 15년의 노동 교화형을 선고 받고 2년 간 억류된 뒤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는 유명 선교단체 소속 선교사였고, 북한에 현재 억류돼 있는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 한국인 김정욱 씨와 김국기 씨는 목사, 최춘길 씨는 선교사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