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박사] 요한복음의 역사적 가치와 요한의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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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회 기독교학술원 월례기도회 및 발표회 개회사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샬롬나비 상임대표/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기독일보 DB

머리말

현대 역사 비평학은 요한복음에 있어서 수난사와 몇 대목을 외에는 본문의 역사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후대에 신학적으로 재구성된 것으로 간주한다. 공관복음이 갈리리를 배경으로 하여 예수의 비유를 기록하고 있는 데 반해서 요한복음은 예루살렘을 배경으로 하여 예수의 은유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역사적 예수를 알아보려는 자료로는 전혀 가치가 없는 것으로 보고 저술 연대도 절처히 늦추어 잡으려 했다. 그러나 이 시도는 기원후 2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파피루스 사본 단편이 이집트에서 발견됨으로써 포기되었다. 그리하여 요한 복음은 1세기말에 저술과 편집이 완료된 사실이 밝혀졌다.

1. 요한복음의 사상적 기원: 유대 상류층의 언어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제4복음서는 이례적으로 정확한 장소와 시간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집필된 것이며 예수 시대의 팔레스타인을 잘 아는 사람의 손에서만 나올 수 있는 저서라는 것이다. 그리고 제4복음서는 전적으로 구약 성경의 토라의 사고방식을 답습하고 있으며, 논증방식은 예수 시대의 유대교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독일 튀빙엔의 복음주의 신약학자 헹엘(Martin Hengel)은 불트만과는 달리 요한복음의 언어가 영지주의 언어가 아니라 유대 상류층의 언어라고 주장한다: “이 작품은 소박하면서도 유대교 신앙에 깊이 젖어있는 언어, 문어체가 아닌 코이네 희랍어로 쓰여졌는데, 이 언어는 예루살렘 인근의 중산층과 상류층도 사용했다. 그곳에서는 성경을 ‘거룩한 언어’로 읽고 기도하고 토론했다.”

헹엘은 헤롯 시대에 예루살렘에는 어느정도 헬라 문화에 젖어있던 고유한 유대인 상류계층이 형성되어 있었다고 추정한다.

유대인 제사장 계열 상류층을 확인해 주는 증거로서 예수 체포된 후 대제사장 앞으로 심문받으러 끌러가시는 동안 예수를 따라간 베드로와 “또 다른 제자 한 사람”을 지적한다: “시몬 베드로와 또 다른 제자 한 사람이 예수를 따르니 이 제자는 대제사장과 아는 사람이라 예수와 함께 대제사장의 집 뜰에 들어가고, 베드로는 문 밖에 서 있는지라 대제사장을 아는 그 다른 제자가 나가서 문 지키는 여자에게 말하여 베드로를 데리고 들어오니”(요 18:15-16). 예수 체포 이후 사태가 어떻게 진전되는 지 알기 위해서 여기서 언급된 “또 다른 제자 한 사람”은 그 대제사장 사람들과 평소에 아는 사이로서 베드로도 데리고 들어갈 수 있었다. 이로 말미암아 베드로가 예수를 부인하게 되는 상황이 조성된 것은 역사의 아이로니가 아닐 수 없다. 당시 예수의 제자 집단은 대제사장 계통의 귀족층까지 확신되어 있었고 요한복음의 상당부분이 유대인 상류계층의 언어로 쓰여졌다고 본다.

2. 초대교회 주교 파피아스의 증언

팔레스타인 가이사랴 태생의 신학자. 가이사랴 감독. 교회사의 아버지인 유세비우스(Eusebius Caesarea, 263-339년)는 2백년경에 별세한 속(續)사도 교부인 히에라폴리스(Hierapolis)의 주교 파피아스(Papias, 60-130년경)의 5권 저서를 언급한다. 이 책에서 파피아스는 자신이 거룩한 사도들을 직접 사귄거나 본 적은 없지만 그 사도들과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에게서 신앙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사도요 복음서 저자 요한과 장로 요한을 구별하고 있으며 사도 요한은 알지 못했으나 원로 요한을 직접 만났다고 한다.

파피아스가 주는 정보는 요한복음의 역사적 가치를 평가하는데 중요한 자료다. 그에 의하면 에베소서에 일종의 요한학파가 존재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학파는 예수의 사랑받던 제자에게까지 소급되며, 장로 요한은 그 학파의 최고 권위자로서 인정받았다.

요한복음의 저자는 자신이 예수가 십자가에 처형되어 돌아가시고 그 옆구리에서 물과 피가 아노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았다고 증거하고 있다: “이를 본 자가 증언하였으니 그 증언이 참이라 그가 자기의 말하는 것이 참인 줄 알고 너희로 믿게 하려 함이니라”(요 19:35). 장로 요한은 사도 요한이 세상을 뜬 다음 그의 유산을 물려 받은 사람으로 통했다. 요한 2·3서 각 1장 1절에 장로 요한이 나온다: “장로인 나는 택하심을 받은 부녀와 그의 자녀들에게 편지하노니 내가 참으로 사랑하는 자요 나뿐 아니라 진리를 아는 모든 자도 그리하는 것은 ”(요2서1:1); “장로인 나는 사랑하는 가이오 곧 내가 참으로 사랑하는 자에게 편지하노라 ”(요3서 1:1). 스툴마허는 다음같이 요한복음에 대하여 다음같이 결론짓는다: “복음서의 내용들은 예수께서 특별히 사랑하시던 제자들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장로 요한은 스스로를 그 사랑받던 제자의 전승자요 대변자로 이해하고 있었다.”

3. 요한복음의 역사적 가치

그러므로 저자는 역사적 예수 탐구에 4복음서를 동등하게 사용해야 하며 공관복음을 주로 사용하고 요한복음 사용을 제한 하는 것은 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복음주의 신약학자 복(Darrell L. Bock)은 역사적 예수의 진정성 연구의 자료로서 요한복음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그가 요한복음의 자료 80% 이상이 요한복음의 고유한 자료이기 때문에 진정성의 기준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복의 방법적 양보는 역사적 예수의 진정성을 발견하는 데 스스로 방법적인 제약에 묶어 버리는 상황에 들어가게 된다. 요한복음은 공관복음이 가지지 아니한 독특한 면, 예수가 지니는 신성을 드러내기 때문에 역사적 예수의 인성을 주로 강조한 공관복음이 놓치는 면을 보완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독일 튀빙엔의 복음주의 신약학자 스툴마허는 다음같이 말한다: “짐작컨대 예수가 부활 이전에 베드로, 야고보, 요한과 (그리고 열두 제자 전체까지 포함해서) 특근의 제자들에게 행하던 가르침에는 고유한 특징이 있었고 요한 학파에서 그 사고 방식과 교수방식을 그대로 계승했던 같다... 공관복음서의 전승이 사도들과 제자들이 선교를 하고 교회공동체를 가르칠 때 어떤 모양으로 예수에 대해 이야기 했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해준다면 요한 계통의 그룹에서는 이런 가르침과 강론을 바탕으로 생각을 더욱 발전시키고 하나님이 ‘그 아들’을 통해 그 자신을 보여주신 계시의 신비를 깨우치려 연구하고 토론했다고 할 수 있다.”

4. 요한의 영성

요한은 1세기 후반기에 공관복음보다 다른 각도에서 복음서를 썼다. 그는 그리스도의 인격과 그의 사역의 보편성을 강조하였다. 그는 다른 복음서 저자들 보다 영적이고 정신적인 깊이의 차원에서 복음서를 기록하고 있다. 그가 쓴 요한복음은 영적이고 신학적 해석의 부분이 많다. 그는 나사렛 예수의 원천을 영원한 태초에서 설명한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있었으니 이 말씀이 하나님이시니라”(요1;1),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니”(요1;14)에서 나사렛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인간이 되셨음을 증언하고 있다. 복음서 기록에 있어서 마가, 마태, 누가가 주로 예수의 사역을 갈릴리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설명하는데 반해서, 요한은 예루살렘과 그 주변을 중심으로 기록한다. 요한복음은 공관복음서와 같이 요르단 골짜기에서 세례자 요한의 선교에서 시작하여, 예루살렘에서 예수의 죽음으로 끝난다. 그리고 요한복음에서는 공관복음과는 달리 베드로의 신앙고백이 바로 5천명을 먹이는 5병2어(보리떡 5개와 물고기 2마리)의 기적 다음에 일어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2세기 교부 알렉산드리아 클레멘트(Clement of Alexandria, 150-215)가 말한 바 같이 “다른 세 복음서를 몸이라 비유한다면, 요한이 전한 복음서는 그 정신이다.” 성자 안에 생명이 있고(1:4), 그에게 ‘영생의 말씀’이 있으며(요 6:68), 그 자신이 ‘생명’(ζωή)이시다(요 11:25; 14:6). 요한1서에서도 같은 교훈을 증언한다. 서신의 처음(“태초부터 있는 생명의 말씀,” “이 영생을 보았고,” 요일 1:1-2)과 끝 부분(“그는 참 하나님이시오 영생이시라,” 요일 5:20)에서 진술하고 있다. 요한의 영성은 ‘영원한 생명’(ζωὴ αἰώνιος)이다. 죽어서 또는 내세에 비로소 경험하게 되는 영원한 삶이 아니라, 성부와 성자와의 교제 가운데 이 세상에서 누리는 영원한 삶’(ζωὴ αἰώνιος)인 것이다.

맺음말

우리는 복음서에서 우리에게 계시해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만나기 위해서는 요한복음의 메시지를 진지하게 공관복음과 동등하게 알고 경청해야 한다. 최근에는 요한복음의 역사성을 신빙성 있게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아 지고 있다. 요한복음에는 주의 사랑하는 제자 요한의 영성, 역사적 예수의 신령한 차원 (태초부터 계신 로고스, 독생하신 하나님, 성욱신 하신 하나님) 이 증언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4복음서라는 초대교회가 우리들에게 전해준 역사적 전승을 우리는 있는 그대로 받는 것이 모든 이성적 성찰을 넘어서서 계시적 전승을 바로 계승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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