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오상아 기자] "별 것 아닌 것 같은 스티커인데 사람들이 위로를 받아요. 그런 것도 제가 한 게 아닌데... 그런 것 보면서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돼요."
그의 캘리그라피로 만든 스티커 '토닥토닥'을 노트북에 붙여놓고 볼 때마다 위안을 받는다는 기자의 말에 23일 인터뷰를 위해 서울 마포구 합정역 인근 카페에서 만난 한성욱 작가가 하는 말이다.
어느 학교의 넌-크리스천(non-Christian: 非기독교인) 교사의 노트북 바탕화면에도 그가 만든 바탕화면이 깔려 있다고 했다.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 바탕화면을 쓰고 있다는 그 교사의 노트북 화면은 학교 행사가 있을 때면 전교생이 보는 화면이었다. 물론 바탕화면도.
한성욱 작가는 그 얘기를 들으면서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게 어떤 개념인가 알게 됐다고 한다. 한 작가는 "저는 모르지만 하나님이 사용하시고 싶으신 곳에서 사용하시는구나 보게 됐다"며 "혹자는 미디어 하지 말라고 하는데 하나님께서 그 공간을 사용하고 계시다는 것을 안게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 먼저 캘리그라피를 하시게 된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제가 직장생활 했었는데 직장에서는 삶에 치어 살고 교회에서는 하나님을 찬양했던 모습이 개인적으로 괴리감이 느껴졌고, 돌파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그러다 우연찮게 보배(딸)가 너무 예뻐서 옛날 버릇이 나와서 8년 만에 그리는데 '내가 우리 애들 그려줄 수 있는 사람인데 왜 안 그려줬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그려볼까 생각을 했고요.
캘리그라피는 우연히 알게 됐어요. 그러다 존경하는 목사님 설교 내용이나 큐티하며 받은 은혜를 저만의 방법으로 남기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캘리로 남기는 시간을 가졌어요. 지금도 계속 하고 있고요.
캘리와 캐리커쳐를 둘 다 하는 사람이 많이 없는데 캘리 시작할 때 그 사이 틈새를 들어가서 조금 이름이 오르락 내리락 했어요. 그게 기회였던 것 같아요.
그것 보면서 그림을 잘 그린다고 어디서 뭘 배웠다고 두각을 나타내는 게 아니라 남들 못하는 틈새에서 내 것을 찾아가면 하나님이 쓰실 수 있겠구나 알게 됐어요. 저에겐 신기한 일이었어요.
- 10년간 안정적으로 다니던 직장도 작년에 그만두시고 캘리그라피 작가로 '풀타임 사역자'의 길을 걷고 계십니다. 도전해 보시니 어떠십니까?
제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돈을 바라고 살아갔던 모습이 있어서 그때 당시 결단을 내렸어야 했는데 그 기준 하나가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야겠다는 거였어요. 돈을 잘 벌고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게 하나님 뜻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말씀을 캘리그라피로 쓰다가 우연찮게 마태복음 6장 33절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는 그 말씀을 보고 저에게 하시는 말씀이라 생각해서 회사를 그만뒀어요. 주위에서는 만류했지만 말씀이 기록돼 있다는 건 지켜 주신다는 의미이니 그렇게 살아보자고 해서요.
그런데 다행히 먹고 사는 것을 채워주시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36세에 이 일을 선택했는데 35년 동안 예수님을 위해서 산 적이 없는 것 같았으니까 70세까지 산다면 인생의 반은 예수님 위해서 살아보자고 해서 이 길을 선택했어요. 그래서 참 감사해요.
- 캘리그라피로 쓴 한 문장이 큰 은혜가 되는데요. 은혜를 잘 표현하는 비결이 있으신가요?
저는 말씀과 삶은 동떨어진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물건을 쓰고 캘리그라피 배경을 쓸 때도 우리가 볼 수 있는 배경을 많이 써요.
(카페에 블라인드를 가리키며)이런 화면을 찍어서 여기다 말씀을 쓰는 거에요. 누군가는 이 공간을 보고 이 공간에 이 말씀이 있는듯한 느낌을 받게 될 거에요.
말씀이 하늘에 둥둥 떠다니는 게 아니라 동떨어진 게 아니라 여기 앉아있는 자리, 우리의 시선 남아있는 곳에 함께 있다는 의미에요.
한 작품 낼 때 세 시간 정도는 걸려요. 한두 시간은 무조건 걸리고요. 위치나 배열, 어떤 이미지를 쓸 건지 고민을 많이 해요. 글씨 올릴 때 글과 느낌에 가장 맞는 이미지들을 찾으려고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고요. 십자가라고 해도 정형화된 이미지나 그림이 아니라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걸 많이 하려고 해요. 글씨는 어두운 글씨인가 밝은 글씨인가 등등 어떻게 하면 더 잘 보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해요.
굉장히 심혈을 기울여요. 나중에 돌아봤을 때 또 마음이 새로워질 수 있게 노력을 해서 만드는 편이에요. 복음이 그렇게 값 없는 게 아니라 가치 있는 거니까 남기는 것도 가치 있게 남겨야겠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로마서 말씀에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말씀처럼 저는 그렇게 같이 울어줄 수 있고 힘들어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캘리를 하고 싶은 게 목적이에요. 그러다 보니 좀 무겁다는 생각이 돼서 그림묵상도 시작하게 됐고요.
제가 겪은 아픔이 있다면 다른 분은 더 큰 아픔을 겪을 수 있는데 그런 분 마음을 아프게 할까봐 캘리를 올리면서 같이 올리는 문구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렇게 사셔야 돼요', '하나님은 이런 분이세요' 이런 글이 아니라 제 삶에서 할 수 있는 고백들 있잖아요. '오늘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주님께서 이끄시기를 소망합니다' 그런 것 보시면서 같은 마음을 느끼시더라고요. 하나님께서 그런 고백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시는 느낌을 받아서 지금도 글을 쓸 때 그런 것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제 고백에 초점을 맞추려고 해요.
그리고 같은 스타일의 캘리를 오래 유지하지는 않아요. 멈춰지면 썩어진다고 생각해서 인기 있는 디자인이 있더라도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는 그런 노력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어요.
한성욱 작가는 주문자가 좋아하는 문구, 좋아하는 칼라나 이미지를 받아서 만든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핸드폰 케이스를 만들어주는 준비를 그간 일년간 했다고 말했다.
"주문자에게 보내면 그 디자인은 없어지는 거에요. 핸드폰 갖고 다니시면서 어디 가서도 그것과 같은 핸드폰 케이스는 볼 수 없는 거고요 ."
한성욱 작가는 그 아이디어도 '성경'에서 나왔다며 "기자님이나 나나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없다는 거기에서 착안했다"고 했다. 한 작가는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을 보면서 사람들에게 '당신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사람이에요' 하는 마인드(mind)를 전하고 싶다"며 "저는 그렇게 하나님의 사랑과 뜻을 알 수 있는 매개체를 만들고 싶어요. 하나의 상품 안에 하나님의 마음과 뜻을 담아서 전해주면 그걸 보면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캘리그라피로 SNS를 통해서 매일 많은 분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계십니다. 크리스천들이 각자의 삶 가운데 어떻게 예수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을까요?
제가 배우고 있는 친구들이 있는데 어린 친구들이지만 사비를 털어서 노숙자분들을 섬기고 돌아와요. 저는 가정도 있고 소외된 분들에게 직접 다가가서 하는 마음이 아직은 부족해서 '나는 아직 멀었나'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그때 하나님께서 주신 생각이 '그렇게 섬기는 사람도 있고 너에게 섬김 받고 싶은 모습이 있다, 너는 너에게 주신 모습 그대로 하나님 을 섬기면 된다'는 거였어요. 그런 마음을 받고 나서는 저도 마음이 편해졌어요.
요즘에 저는 예수님은 이 땅에 우리를 만나러 내려 오셨는데 교회는 교회로 오라는 느낌이 들어요. 교회 청년들도 교회에서 열심히 일하지만 밖에 나가지는 않는 것을 보게 돼요.
그런데 우리가 크리스천이고 주의 자녀라면 세상의 소외된 사람들에게 나갈 수 있어야겠구나 싶어요. 한번이라도 내가 소외된 사람들을 도와주면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일 것이고 교회로 올 수 있는 좋은 기억으로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의 노력으로 그 사람이 교회에 간다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좋은 기억을 가졌는데 그게 다 교회 다니는 사람, 예수님 믿는 사람으로 인한 것이라면요. 요즘에는 그런 생각을 해요.
한성욱 작가는 그의 제자들과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된 마음 맞는 크리스천 캘리그라피 작가 20여명과 올 12월에는 전시회를 한다고 했다. 작년 겨울 처음 모인 이들 모임의 이름은 '캘리 워십'이고, 올해 말 전시회의 이름은 '캘리 워십 프로젝트'다.
한성욱 작가는 이번 전시회는 '기독교적인 색채'를 띄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 작가는 "그렇게 하면 안 믿는 사람은 안 오잖아요. 복음이란 게 안 믿는 사람이 안 오는 곳에 있을 게 아니라 안 믿는 사람에게 전해져야 되는 건데요"라며 "말씀만 써놓으면 절대 안올걸고 저희의 정체성은 크리스천인데 이걸 드러내지 않을 수 없으니 복음이 없지만 복음이 있는 공간을 만들자. 그러나 전시회를 보고 나갈 때는 복음을 깨닫게 하는 전시를 하자고 기획을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절대로 대형교회나 교단의 후원 없이 작가들이 자비를 내서 준비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한성욱 작가는 "오랜 기간 준비하고 기도해야 할까 말까 될 일이다"며 "자기만의 색깔과 특징을 갖는 캘리로 1년 준비하고 재정도 준비해야 해서요. 우리가 더 친해져서 시너지가 나오려면 1년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수익금으로는 주위의 소외된 이들을 찾아가 도울 계획이라고 했다. 전국에서 모인 작가들이니만큼 광주, 부산 등 지역별로 흩어져 교회에서 왔다고 드러내지 않고 섬기고 돌아오자는 게 목표다.
"혹여 거기 계신 분들이 '어디에서 오셨어요?"라고 하면 '어느 교회에서 왔어요'가 아니라 '예수님 믿는 사람들인데 할 수 있는 게 글씨 쓰는 거라서 그거 해서 물질이 생겨서 흘려 보내러 왔어요'라고 말하기로 하고요."
한성욱 작가는 "사람들한테 기독교에 대한 좋은 이미지 하나 정도는 심어지지 않겠나 한다"며 "생각만 해도 설레고 너무 재미있을 것 같고 감동일 것 같다"며 "나중에 꼭 오세요"라고 초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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