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삼 칼럼] 대한민국이 ‘제사장 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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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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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대 채영삼 교수

가끔씩 대한민국은 '제사장 나라'라고 설교하는 말을 듣는다. 현대에 있어서 한 '국가'가 통째로 '제사장 나라'가 될 수가 없다. 그것은 성경에 대한 무지요, 반성경적인 국가주의적 발상이다. 즉, 현대의 한 '국가'를 교회로서 하나님 백성과 동일시함으로써, '국가 자체'에 신성한 특권과 임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것은 국가우상주의의 시작이다. 어쩌면 교회가 스스로를 국가라고 하는 권력과 자신을 일치시킴으로써 변질되는 과정의 시작일 수 있다.

원래 '제사장 나라'는 출애굽기 19장 6절에 있는 말씀이다(바실레이온 히에라튜마, 칠십인경).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열국 앞에서 '제사장 백성'으로 세웠다는 의미이다. 그러면 이스라엘 민족이 택함 받았으니까, 대한민국도 택함 받은 백성이 아니냐고 할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성도가 곧 '제사장 나라' 혹은 '왕 같은 제사장'이다(벧전 2:9). 국가가 통째로 선택받은 제사장 국가가 되는 법이 없다.

구약의 이스라엘이나 신약의 교회는 모두 언약에 기초한 신앙공동체였지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안에 있는 사람들, 민족(들)이 모두 신앙인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스라엘도 민족이라는 형태를 가지긴 했지만, 그것은 처음부터 '혈과 육'으로 된 종족이 아니요,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을 통해 이루어진 '언약 백성'이다(갈 3:6-14). 그냥 민족과 나라가 아닌 것이다. 하나님은 그 어느 민족이나 국가를 통째로 '택하지' 않으신다. 그런 법은 없다. '오직 믿음으로' 언약 백성이 되는 신앙공동체, 곧 교회가 택함 받은 백성의 지위와 사명을 갖는 것이다(출 19:5).

그래서 대한민국이 택함 받은 백성이라든지, '제사장 나라'라고 말하는 것은 비성경적인 무지에서 나온 말이요, 더 나아가 위험할 수도 있는 발상이다. 최근에 어떤 목사는, "무궁화 주변에 봉황이 둘러 있는 것은, 성막에 그룹이 둘러 있는 것과 같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하나님이 왕이 되시는 나라이다. 무궁화도 시리아 같은 동방에서 왔다. 애국가는 '하나님이 보우하사'로 시작한다. 찬송가와 같다. 조선이 영어로 무엇인가? chosun이다. '초선' 곧, '초우슨'(chosen), 선택받은 자라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선택받은 나라다."라는 식으로 설교하는 것을 보았다. 말씀을 떠난 무지한 말이 아닐 수 없다.

하나님은 결코 '한 국가'를 자기 백성으로 선택하지 않으신다. 구약과 신약, 옛 언약과 새 언약 모두에서 그런 일은 없다. 이 세상의 한 국가의 국민으로 태어나면 자동적으로 하나님 백성이 되는가? 이런 설교를 하는 교회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외에 주민등록증만 가지면, 하나님 나라 백성이 된다고 가르치는가?

물론, 조국을 사랑해서 하는 말이고, 기독교를 사랑해서 하는 말일 수 있다. 무신론적인 공산주의와 싸워 자유 민주주의를 지켜내려 했던 소중한 역사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는 취지도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소중한 것이다. 그러나 성경을 떠나면, 말씀을 떠나면, 길을 잃게 된다. '대한민국이 제사장 나라'라고 말하는 것은, 교회로 하여금 국가 권력을 무조건 숭상하고 우상화하는 일에 눈이 멀게 할 수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그것이 히틀러의 나치 국가주의(nationailsm)가 갔던 길이다.

'비안개가 자욱하면 곧 비가 올 것'처럼 한반도에 국가 간의 충돌의 긴장이 가득하다. 이 뿌연 안개 속에서 여기저기서 '국가주의'가 발흥하는 기운을 본다. 교회는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 중심은 '살아계신 주권자 하나님'이시다. 열국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이다. 구원은 강대국에게서 오지 않음을, 교회가 가장 분명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교회는 국가가 아니다. 국가도 교회가 아니다. 교회는 오직 특별한 의미에서만 '나라'이다. 오직 하나님만이 대통령이 되시는 나라이다. '각 나라와 족속과 백성과 방언들'이 모두 들어오는 우주적이고 또한 종말론적인 나라이다. 교회는 그런 '하나님의' 나라, 그의 통치가 실현되는 '하나님의 국가'의 제사장 공동체인 것이다.

그래서 교회는 이 땅에서 자신을, 초라하고 일시적이며 제한적인, 이 땅의 '혈과 육에 속한' 한 국가나 그 국가의 영광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라, 도리어 비참한 자기비하(自己卑下)이다. 조국을 사랑하는 것은 좋지만, 그리고 이 땅에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온 기독교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부지불식간에 교회가 자신을 국가와 동일시하는 것은, 실은 교회가 국가라고 하는 권력과 자신을 일치시킴으로써 스스로 변질(變質)되어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위험한 일이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고난과 영광 위에만 서야 한다. 말씀에 굳게 서서, 살아계신 유일한 주권자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영광된 자리와 거룩한 사명을 굳게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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