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옛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제철기술이 현대 시대에 고스란히 재현된다.
한신대학교 산학협력단 주관 <전통제철문화복원실험연구단>이 3월 19일부터 20일까지 충북 음성군 소재 철박물관에서 ‘고대 제련복원 실험’을 실시한다.
전통제철문화복원실험연구단(이하 연구단)은 2014년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학제간융합연구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한국 전통 제철기술문화의 복원과 활용을 위한 재현 실험적 연구-고고학과 금속공학의 융합적 방법론을 기반으로’라는 주제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제철 기술은 문명의 발달 정도를 가늠하는 핵심 척도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는 기원전 1세기부터 가야를 중심으로 제철기술과 철기 사용이 보편화될 정도로 오랜 역사와 우수한 기술을 자랑한다.
하지만 전통제철기술은 그 우수성에 반해 일반국민은 물론 역사학계에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1990년대 이후 고고학 유적에 기반한 제련 실험을 여러 기관에서 수행했지만, 자료 부족과 실험방법 해석의 가변성으로 인해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지 못한 상태다.
이에 한신대 연구단은 기존 연구의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고고학과 금속공합의 융합을 택했다. 고고학적 발굴 내용과 금속공학적 원리를 융합하여 고대 제철기술과 공정의 실상을 과학적으로 분석․설명함으로써, 종합적 공정체계도에 입각한 전통제철기술복원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실험은 지난 2015년 3월 1차 제련실험과 11월 1차 정련단야 실험에 이은 2차 제련실험으로, 정련단야 단계 이전의 중간 철 소재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험 결과 생성된 철 형성물은 이후 정련단야 실험의 소재로 사용할 계획이다.
제련실험에 사용되는 모델은 삼국시대 대표적인 제철 유적인 밀양 임천리 유적C지구 24호 제련로이다. 이 유적은 잔존상태가 양호해 고대 제련로 복원에 유용하게 쓰인다. 타 기관의 실험 모델과 중복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교실험의 의의도 있다.
연구단은 1차 실험과 마찬가지로 단계별 매뉴얼을 작성하여 고대 조업 환경을 최대한 재현할 계획이다. 1차 실험에는 총 43명의 인원이 참여하여 약 16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이를 통해 고대 제련로 및 송풍관의 구조, 조업 환경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2차 실험은 이보다 많은 60명의 인원이 참여하며, 관련 연구자, 장인 뿐만 아니라 한신대, 충북대, 한국전통문화학교 고고학 전공 대학원생 및 학부생들도 대거 참여한다. 2차 실험에서는 정련단야의 소재로 쓰이는 괴련철 생산을 목표로 하며, 1차 실험 대비 철광석과 목탄 투입량만 증가시키기로 했다. 실험시간은 약 18시간이다.
특히 이번 실험은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될 예정이라 더욱 기대감이 크다. 조업현장 공개 시간은 19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이며, 정시마다 10분간 철 생산 및 제련실험 과정을 안내할 계획이다. 이에 철박물관 측은 실험장소 제공 및 후원에 나서고 있으며, 향후 박물관 전시 및 교육 용도로 조업장을 전시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연구책임자인 한신대 이남규 교수는 “오랜 기간 제철 분야를 연구해 온 연구자들이 공동연구원 및 연구협력자로 본 연구에 참여하고 있고, 1차 실험 때부터 제철 장인들의 경험과 노하우, 옹기제작 장의의 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결합시켜 활용하고 있는 상태”라며 “2016년 하반기와 2017년 상반기에는 제련 및 정련실험의 결과물을 이용한 고대 철기 생산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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