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파 루터교회도 있고 중세교회 같은 루터교회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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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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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부루터교회 홍경만 목사 "1500년 초대교회 '전통과 역사' 잇는 루터교회"
▲ 남부루터교회는 성물방에 교회의 역사적인 자료들을 보존하는 역사자료실로도 쓰이고 있다. 매주 교인들의 기도제목을 적은 기도일지, 어린이들이 성경학교때 입었던 티셔츠, 교인들이 필사한 성경 등은 성도들에게 교회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심어주는 효과도 있다고 홍경만 목사는 설명했다. ©오상아 기자

[기독일보=교회] "루터교는 루터교만의 특징이 있는 예배를 드리고 감리교는 감리교만의 예배를 드려야지 이것들이 물처럼 섞이면 의미가 없다고 봐요."

지난달 24일 남부루터교회에서 만난 홍경만 담임목사(루터대학교 겸임교수)의 말이다. 장로교 출신이지만 개신교 원(原) 뿌리이자 종교개혁의 산실에서 공부하려고 이곳에 왔다는 그였다.

"루터교회(Lutheran Church)는 처음 한국에 들어올 때 A어프로치와 B어프로치 중에서 A어프로치를 택했어요. A어프로치는 한국교회와 한국사회를 섬기는데 중점을 두자는 선교정책입니다."

홍경만 목사에 따르면 루터교회는 지난 56년간 한국루터란아워(Korea Lutheran hour)와 베델성서강좌, 기독교통신강좌 등을 통해 한국 교회를 전체를 섬겨왔다.

기독교통신강좌는 우편을 통해 기독교에 대한 전반적인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는 통신강좌로 1960년에 시작돼 1996년 2월에는 보통반 등록자가 70만 명을 돌파했다.

홍 목사는 1986년 12월 2일 남부루터교회 성도가 보내온 빛 바랜 시험지를 보여주며 "보통반, 고급반 과정의 책자와 시험지, 시험지를 다시 보낼 때 쓰라고 우표까지 넣어 보냈다. 이 강좌로 공부해서 신앙생활 하다가 목사님이 된 분들도 여러 명 있다"고 전했다.

그는 "루터교회가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이 일들을 감당해왔다"며 "대신 교파가 알려지지 않아서 한국에서 교파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남부루터교회는 1972년에 창립돼 1977년부터 지금 교회 자리에 위치하고 있어 인근 버스정류장 이름도 '남부교회'일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홍경만 목사는 "위치가 좋아서 이사 오면 많이들 우리 교회에 예배 드리러 들르는데 문 열자마자 '이상한데 왔구나' 하고 나가요. 예배복이나 십자고상 등 외형적인 것만 보고요"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지만 "그러나 한국 안에서 루터교회(라는 교단명)보다도 예수님이 증거되기를 바라고 소개되기를 바라는 게 희망사항이다"고 강조했다.

이 희망사항은 '한국루터교회'의 뜻이기도 하다. 대부분 한국의 루터교회에서도 새신자들에게 "꼭 우리 교회가 아니어도 됩니다. 가까운 교회에 나가세요" 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 예배당 본당 중앙에 마련된 제대 뒤에 십자고상이 놓여 있다. 개신교에서는 루터교가 유일하게 신앙전통에 따라 십자고상을 사용한다. ©오상아 기자

루터교회의 예배는 기존 개신교회보다 더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 매주 성찬식도 있어 전통과 역사의 계승이라는 정신이 마음에 드는 이들만 남는다. 중세 타락하기 이전의 교회 예배 전통을 그대로 고수해 지켜 나간다는 '루터란'의 자긍심을 가지고 말이다.

홍경만 목사는 "개신교가 갑자기 된 게 아니라 1500년 역사가 있어서 된 것인데 누구든지 1500년을 빼고 초대교회로 돌아가려고 한다"며 "우리는 1500년을 통해서 초대교회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이다"고 했다.

이어 "종교개혁 이전의 전통과 역사를 가져와 잘못된 부분만 개혁하려고 하는 것이 루터교회의 생각이다"면서 "루터교회도 전통은 인간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니 합의에 의해서 언제든지 부단히 개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교회는 끊임없이 개혁돼야 된다. 500년전에 예배복이 지금 어울린다고 볼 수는 없고 그때 촛대가, 지금 설교대가 지금 한국에 어울린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홍 목사는 "루터교는 한꺼번에 100% 개혁하기는 어렵지만 서서히 질서를 유지하면서 개혁해야 한다는 점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며 "질서만 파괴되지 않는다면 개혁은 100%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안그러면 폭력적, 혁명적인 것이 된다. 종교개혁은 개혁이지 혁명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천주교와 루터교회를 구분할 때 신학적으로 구분을 해야지 외형적으로는 구분할 게 전혀 없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 홍경만 목사는 "일반 전통적인 교회에 가면 성물방이 있는데 대부분 비용이 많이 드니 기존에 있는 물건을 구입해서 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저희 교회는 방을 관리하는 방장님이 사명을 가지고 연구해서 만드는 공방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상아 기자

홍경만 목사는 "루터교는 질서와 개혁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고 하고 그것은 '예수님의 사랑의 힘' 안에서 가능하다고 본다"며 "그러다보니 루터교회는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세계루터교회 중 어느 나라는 총회장 제도, 또 다른 나라는 주교 제도를 택한다. 또 어떤 교회는 목사님, 어떤 교회는 신부님이라고 부른다. 독일 같은 경우는 목사 호칭을 우선시하고 어느 나라는 사제라고 부르기를 원하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홍경만 목사는 "최근 들어 루터교회의 경향은 더 전통적인 데로 가보려고 하는 것이 발견된다"며 "호주루터교회는 목사라는 호칭을 신부로 바꿨다"고 했다.

이어 "한국루터교회 안에서도 성령운동 하는 교회도 있고 그렇게 예배 드리는 곳도 있다. 그런데 딱 봤을 때 '중세교회 아니냐' 그럴 정도의 교회도 있다. 우리 교회가 그렇다"며 "저는 예배 드릴 때 캐삭(Cassock)을 입는데 양복에 넥타이 차림으로 예배 드리는 분도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한국루터교회 연합모임때 찍은 기념사진을 보여 주면서 평상시에도 로만 칼라 복장을 한 목사가 있는가 하면 양복차림의 목회자가 있다고 소개했다.

홍 목사는 "총회가 목회자들에게 자율권을 줘서 그 분들의 뜻을 존중하는 게 현실이다. 어느 교회가 매주 성찬을 꼭 하지 않아도 그 뜻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홍경만 목사는 "장로교나 감리교 등 비전통적인 교회는 귀로 듣는 신앙이라 설교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우리 같은 전통적인 교회는 청각, 시각, 촉각, 미각 등 오감으로 호소한다"며 "다른 교단, 교파가 틀린 것이 아니라 우리는 이렇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고 했다.

▲ 홍경만 목사는 "성물방은 교회에서 하나님께 예배드릴 때 사용하는 용품들과 성스러운 물건들을 만들어 보존하고 하는 곳이다"며 "이것을 통해서 신앙을 오감으로 느낀다"고 설명했다. ©오상아 기자

그는 "예배당에 있는 초가, 나무 색깔이 주는 신학적·미학적 의미가 있다"며 "남부루터교회가 만들어 가려는 꿈은 동네 분들이 설교시간이 아니라도 밤이고 낮이고 여기 들어와서 앉았다 가고 쉬었다 가고 기도하는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며 "(예배당에 들어와 앉아 있기만 해도)하나님과 대화할 수 있는 그런 거룩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홍 목사는 "여기에 사명감을 가지고 공부를 늦게 했다"며 지난해 2월 성공회대학교에서 받은 박사학위 논문 '종교개혁 시기 루터의 전례와 공간에 관한 연구'를 건넸다. 그는 "루터 목사님이 지은 최초 개신교 예배당이 있는데 어떤 생각으로 그렇게 지었는지 연구했다"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홍경만 목사는 "한국교회는 설교가 대단히 강하고 훌륭한 설교가들도 많고, 그걸로 성장했다고 본다"면서 "그런데 여기다 전통과 역사성만 가미되면 세계적으로도 완숙한 교회, 정말로 최고의 교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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