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문화] "교회 문밖에 나가면 다른 삶이 열리잖아요. 저도 그렇고 회중들도 그렇고요. 그런 다 말하지 못하는 가슴 아픈 사연들, 해결되지 못해 가슴 속에 묻고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제 마음에서는 '마포대교'라는 한 마디로 정의 내렸어요."
다음달 4일 케이팝(KPOP) 싱글 앨범 1집 '마포대교'를 발매에 관한 인터뷰를 위해 그를 만난 23일 싱어송라이터 전대현 전도사(화광교회 예배인도자, 씨씨엠공방·극동방송 클릭비전 프라이데이 워십 진행자)는 '마포대교'를 이렇게 소개했다.
생명과 죽음의 사잇길 같은 곳이 된 마포대교. 그 다리의 난간에 쓰인 글귀들에서 전대현 전도사는 "끝까지 간 상처받은 마음에 대한 비밀을 본 기분이었다"고 했다.
"마포대교의 초입에 들어서면 난간에 '잠시 쉬어가', '밥은 먹었니' 같은 문구들이 써 있어요. 제가 교회 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받던 때는 마음에 잘 안 다가왔어요. 근데 어느 날 제가 마음이 많이 상한 날 웹에서 동영상을 봤는데 첫 마디가 (마포대교 초입 난간에 있는) '많이 힘들었구나' 였어요. 이 말이 말도 못하게 위로가 되더라고요."
그 마음이 보여 만든 노래가 '마포대교'다. "누군가에게 들려줄 목적은 아니고 그냥 저를 위해서 썼어요. 가지고만 있었는데 신기하게 여기까지 왔다"고 그는 말했다.
그런데 왜 CCM이 아닌 케이팝(KPOP) 일까?
전대현 전도사는 "교회에서만 '주님은 당신을 사랑하세요' 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예수님의 사랑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메시지를 교회에서만 전하기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그 부족함을 내가 원하는 장르로 하나하나 쓴 게 '마포대교', '나이가 들면' 이런 곡들이에요."
케이팝을 이미 시작한 찬양사역자 후배 한명은 "이런 노래를 형은 왜 자꾸 교회에서 부르냐"고 채근하기도 했다.
전대현 전도사 또한 "이 노래를 진짜 들어야 할 사람들은 교회 안보다 교회 밖에 더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노래는 필요한 사람의 귀에 들려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대중음악이 더 맞는 옷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고 했다.
"(예수님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옆에 서 있는 누군가가 같은 눈높이에서 해주는 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알고 봤더니 그 사람이 크리스천인거죠. 이 좋은 얘기가 그게 알고 봤더니 예수님 이야기가 될 수 있구나 하는 걸 나중에 이 친구들이 교회 안에 오면 알게 되겠죠."
케이팝이라는 옷을 입은 주님의 마음을 담은 이 곡을 처음 부른 건 한 미혼모 기관에서였다.
마음이 굳게 닫혔을 이들에게 '주님 사랑합니다' 얘기하기가 좀 이상했다. 그래서 기존 대중가요들로 어렵게 어렵게 레파토리를 짜갔다는 그였다.
"기독교 컨텐츠를 밖으로 들고 나가면 딴소리 하는 것 같고 소통이 안 되는,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느낌을 받아요. 저는 '예수님의 사랑으로 우리가 잘 살 수 있어' 하는데 그들은 지금 그런 것 필요 없으니까 지금 나한테 필요한 것을 얘기해주라고 해요."
20살은 됐겠지 생각했는데 가보니 14~16살의 소녀들이 엄마가 되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예상과는 달리 무슨 노래를 해도 신나 하는 그 또래 평범한 소녀들이었다. 준비한 곡이 다 끝났는데 앵콜 요청이 들어와 그때 '나이가 들면'이라는 노래가 생각나 불렀다고 했다.
"그 전까지 그렇게 신나하고 즐거워하며 앵콜을 했던 친구들이 그 노래를 듣고 나서는 한 20초 정도 진공상태가 됐어요. 누구도 말하지 않고, 말할 필요도 없는 그런 분위기에서 그냥 묵묵히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때 말할 수 없는 위로가 저와 그 친구들에게 공유가 됐어요."
전대현 전도사는 "그 순간이 제가 다시 태어난 순간인 것 같다"고 했다. '아, 이런 거구나. 이게 내가 그토록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구나'
"여수에서 초청받은 공연에서는 '마포대교'의 '많이 힘들었구나' 하는 첫 가사가 예수 믿지 않는 어느 분의 마음을 움직이는 걸 봤어요. 음향을 도와주러 오셔서 음향실에서 그 노래를 듣고 우신 거에요."
오늘 하루를 버티기 힘든 이들에게 '마포대교'는 "오늘 이 노래를 듣는 너에게 오늘 하루만 견뎌봐 줄래 하는 내용"이라며 "이런 노래들을 부를 때 제가 안간힘을 쓰는 게 귀 옆에서 불러주는 것 같이 부르는 거에요. 가사가 들릴 수 있게..."라고 말했다.
"특히 공연에는 음원만으로는 전달하지 못하는 깊이가 많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람의 눈을 보고 그분을 위한 연주와 노래를 들려줄 수 있고, 그분한테 많이 힘들었구나 말해 드릴 수 있는 게 너무 좋아요."
한편 젊은층 사이에서는 '남녀 커플이 꼭 가야 하는 소문난 콘서트'라고 알려진 그의 콘서트는 앨범 발매 다음날인 내달 5일 저녁 7시 홍대 레드빅 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케이팝 싱글앨범 발매 기념으로 열리는 이 콘서트의 주제는 '오늘도 힘든 청춘에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