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최근 유진소 목사(ANC온누리교회 전 담임)가 부산호산나교회로 초빙을 받은 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사례비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행보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특히 미국에서 사역하고 있는 탁영철 목사는 그의 이러한 행보가 인기 영합주의, 혹은 다른 목회자들을 배려하지 않는 무례함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탁영철 목사의 개인 소셜네트워크에 공개된 글 전문을 소개한다. 다음은 글 전문이다.
"사례비를 공개하는 유명 목회자들의 꼼수 - 부산 H교회 청빙과정을 지켜보며"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누구를 비난하거나 부정적인 글은 올리지 않으려고 자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답답한 마음에 분별력을 갖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몇 자 적습니다.
1. 인기 영합주의
대중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이용하여 그것에 눈이 멀게 하고 진실을 보지 못하게 하는 포퓰리즘(populism)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엄청난 사례비를 받는 것에 반감을 가지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습니다. 물론 그런 목회자들은 전체 목회자에 비하면 극소수에 불과한데도 말입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대형교회 목회자이면서 사례비를 적게 받는다고 대중매체를 통해 언급하여 인기를 얻고 자신들을 내세우는 목회자들이 있습니다. 특별히 목회지망생들의 롤 모델이라고 하는 L목사와 Y목사의 인터뷰와 글을 보면서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많이 받는다고 지적당하는 것이 부끄러움이듯이, 조금 받는다고 내세우는 것도 수치스러운 모습임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2. 다른 목회자들을 배려하지 않는 무례함
또한 그 분들은 교회에서 받는 사례 외에도 책 인세와 강사료 그리고 집회를 통해 사례비 이상의 수입이 있는 분들이고 심지어 대형출판사의 실질적 소유주이기도 합니다. 또한 한번 부흥회 같은 집회를 인도하면 유명연예인 못지않은 사례비를 받습니다.
더욱이 자녀를 다 키워놓고 노후에 별 걱정이 없는 분들입니다.
그러나 보통의 목회자들은 어떤가요? 공식적으로 그 분들이 언급한 사례비조차도 못 받는 목회자들이 절반이 넘고 그 이상 받는다 할지라도 가족의 수와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 턱없이 모자라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나마 은퇴하면 아무런 대책이 없는 가운데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기준이 되어서 대형교회 목자들도 그만큼 받는데 작은 교회에서 그 정도면 많이 받는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회사에서는 자신이 얼마를 받는지 동료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들으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서로를 배려하기 위함입니다. 상처를 줄 수도 있지만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강자가 약자를 배려하지 않으면 행하는 모든 것이 포악과 횡포가 될 수 있습니다.
3. 수평이동성장의 폐해
소위 유명 목회자들이 개척하여 성장한 교회들 대부분이 수평이동입니다. 특별히 사례비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두 분이 개척하신 교회들은 더 그렇습니다. 한 영혼이 돌아와 신앙생활을 잘 하게 되려면 어느 정도 걸릴까요? 적게는 5년에서 10년은 걸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개척하자마자 수백명 혹은 수천명이 모이는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각자의 교회에서 힘겹게 버티며 봉사하고 있는 성도들이 옮겨간 것은 아닐까요? 이것이 과연 오순절에 나타났던 성령님의 역사일까요? 이러한 쏠림현상(tipping point)은 교회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고 기독교 전체의 침체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한 교회들은 시설과 프로그램 같은 것들에 투자해서 더 많은 수평이동을 추구하기 보다는 성도님들을 훈련시켜서 작은 교회로 파송하는 것이 교회의 마땅한 방향이 아닐까요?
4. 개인능력의 차이
목회자들은 그 능력이 선천적으로 차이가 납니다. 설교를 탁월하게 잘 하는 목사님들은 선천적 능력에 노력을 더하여 소위 넘사벽인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의 목회자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 분들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을 기준으로 모든 목회자를 평가하려는 성향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유명 목회자들은 힘겹게 목회하고 있는 다른 목회자들과 작은 교회의 어려운 환경에서도 말없이 봉사하는 성도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갖게 할 수 있습니다. 작은 교회에서는 성도님들이 아무리 전도해도 오질 않습니다. 그러나 큰 교회는 성도님들이 전도하지 않아도 목회자의 설교와 교회시설 같은 것들로 인해 계속 증가추세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명 목회자라면 다른 작은 교회와 성도님들 그리고 목회자들의 힘겨움과 어려움을 마음 아파하며 힘이 되어주려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5. 목회자의 이중직
본인은 그렇게 하지도 않으면서 교회가 재정이 어려우면 사모가 나가서 일하고 그래도 어렵거나 그 상황이 안 되면 목회자가 직업을 가지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교회가 부흥하면 직업을 그만두라고 합니다.
그런 경우가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할 때 목회가 제대로 될까요?
말씀묵상과 연구는 그렇게 쉽거나 만만한 것이 아닙니다.
제 경우만 해도 새벽예배 설교준비를 위하여 적게는 3시간에서 많게는 6시간까지 사용합니다. 주일 한번 설교를 위하여 2주 동안 준비합니다. 물론 제가 능력이 안 되서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제가 그렇게 무능해서만 그럴까요? 그 정도 노력도 안하고 성도님들과 동일하게 돈을 버는데 집중하다가 강단에 서서 설교를 하라구요? 기독교가 정화수 떠놓고 빌기만 하는 무속신앙입니까? 육상선수가 10초를 뛰기 위하여 하루 10시간이상 연습해야한다는 것을 모르시나요?
목양 또한 그리 만만하지 않습니다.
성도님들을 돌아보고 위로하며 병환이나 직장 때문에 주일출석을 못하는 분들을 위하여 정기적으로 심방하여 예배드리는 것들이 직장생활을 겸할 때 얼마큼이나 가능할까요? 카톡만해도 하루에 적게는 수십통에서 심지어 수백개가 올 때도 있습니다. 응답은커녕 읽기도 버겁습니다.
목회는 그렇게 대충해도 될 정도로 쉬운 것이 아닙니다. 일사각오의 자세로 임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목회입니다. 그런데 목회자보고 직장생활하라고요? 돈벌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목사가 되라구요?
부산의 H교회는 옥한흠 목사님의 제자훈련 정신이 살아있는 교회라고 믿습니다. 목회자의 탁월한 능력이나 카리스마에 의존해야할만큼 나약한 교회가 아니란 말입니다.
그런데 청빙하려는 분에게 진정 그러한 정신이 있을까요? 제자훈련이 뭔지는 아실지요? 강남의 S교회의 전철을 밟으려고 하시는지요? 이미 떠난 H목사님처럼 디지털 감성을 가진 교포 1.5세가 아날로그 감성을 가진 기존 성도님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으세요? 반대로 아날로그 감성을 가진 성도님들이 1.5세 목회자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으세요? 화려함에 젖어서 영어 잘하는 1.5세 교포 목회자나 설교 잘하는 유명 목회자 찾지 마시고 제자훈련정신이 배어있는 분을 세우십시오.
한국 교회의 성도님들은 목회자의 논리적 포장이나 분위기 편승 같은 얕은 수에 속지 말아야 합니다.
그 비열함에 힘을 보태거나 속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목회자는 이 시대에 진정 주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별하고 진실하게 교회를 섬겨야 합니다.
화려함(gorgeousness)에 물든 교회에 겸손함(humbleness)은 없습니다.
좋음(likableness)에 물든 교회에 선함(goodness)은 없습니다.
부유함(richness)에 물든 교회에 나눔(sharing)은 없습니다.
인기(populism)에 물든 교회에 옳음(rightness)은 없습니다.
안락함(comfortableness)에 물든 교회에 평안함(peacefulness)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