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노 칼럼] <사>랑하고 <순>종하고 <절>제하는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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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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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교회 조성노 담임목사

우리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뒤숭숭한 설 연휴를 보내고 있을 때 유럽과 남미에서는 올해도 카니발로 한바탕 질펀한 축제를 벌였습니다. 사순절은 언제나 그 현란한 카니발 퍼레이드가 끝나는 <기름진 화요일>(Mardi gras) 다음날, 종려나무 가지를 태운 재에 앉아 회개하는 날이라는 뜻의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부터 시작해 부활절까지 40일간 계속됩니다.

흔히 사육제(謝肉祭)라고 부르는 카니발은 원래 절제와 금욕기간인 사순절을 앞두고 <고기와의 이별>(Carne Vale)이 아쉬워 벌이던 종교적 축제였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애초의 그 종교적 상징이나 문화와는 상관없이 가장 화려하고도 선정적인 지상 최대의 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오랜 전통의 교회력상의 축제가 세상에서 가장 상업적이고 가장 세속적인 축제가 됐다는 사실이 참 아아러니합니다.

사순절을 뜻하는 영어의 <렌트>(Lent)는 고대 앵글로 색슨어 에서 유래됐고, 이것은 독일어의 와 함께 <봄>을 뜻하는 말로 이해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한국 교회가 쓰는 <사순절>(四旬節)이라는 절기명은 <40일간의 기념일>이라는 뜻의 희랍어 <테살코스테>를 번역한 말입니다. 사순절이 교회의 절기가 된 것은 A.D. 325년 니케아 회의(Council of Nicea)에 의해서 였고, 절기 기간이 40(사순)일로 정해진 것은 주님이 40일간 광야에서 금식하신 것과 모세가 40일간 시내산에서 금식한 사실, 또 이스라엘 백성이 40년간 광야를 유랑하고, 주님이 부활하신 후 40일간 이 땅에 계시다 승천하신 사실 등에서 보듯 성경에서의 <40>이란 고난과 갱신의 기간을 의미한다고 이해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 수 세기 동안은 몹시 엄격하게 지켰습니다. 40일간 오직 저녁 한 끼만 허용됐고, 고기와 생선, 심지어는 우유와 달걀까지도 식탁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8세기 이후에는 점차 완화되어 12세기에 와서는 금식 대신 절식이 행해졌고, 15세기에는 공식적으로 점심까지도 보장됐습니다. 그럼에도 연극이나 무용, 연애소설, 오락, 화려한 옷, 기름진 음식, 술 등은 여전히 금지되었고, 오직 예배와 기도, 구제와 자선, 선행 등으로 자신의 영성을 돌아보는 일에만 매진하도록 했으며, 사순절 기간 매 주일 마다 아래와 같은 성경 요절을 묵상하며 말씀 순례를 하도록 장려했습니다.

사순절 첫째 주일 마 4:1-10
사순절 둘째 주일 마 4:12-17
사순절 셋째 주일 요 1:1-18
사순절 넷째 주일 마 14:13-21
사순절 다섯째 주일 마 20:18-19
사순절 여섯째 주일 마 21:1-11

올해도 어느새 이른 봄과 함께 조용히 우리에게 다가온 고난의 계절, 도종환 시인의 고백처럼 이렇듯 우리가 살아있음에 깊이 감사합시다.

<햇빛이 너무 맑아서 눈물이 납니다 / 살아 있구나 느끼니 눈물이 납니다 / 기러기 떼 열지어 북으로 가고 / 길섶에 풀들도 돌아오는데 / 당신은 가고 그리움만이 남아서가 아닙니다 / 이렇게 살아 있구나 생각하니 자꾸 눈물이 납니다>(다시 오는 봄)

사순절은 살아 있음을 감사하며 주님의 고난 앞에서 가장 맑은 눈물을 흘리는 슬픔의 계절입니다.
<사>랑하고
<순>종하고
<절>제하는 복된 계절입니다.

/노나라의 별이 보내는 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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