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신앙·성도] 부산 지역 대형교회 중 하나인 호산나교회로 청빙받은 유진소 목사(55)가 최근 미국 한인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솔직한 소회를 밝혀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유진소 목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ANC온누리교회를 개척,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나와 장로회신학대학교 목회학을 전공했으며, 1992년 서울에서 온누리교회 부교역자로 섬기다가 1996년 ANC온누리교회 담임목사로 일해왔다. LA한인타운에서 시작한 ANC온누리교회는 선랜드 지역에 새 성전을 건축해 이전했고 현재 출석 성도는 약 3,700명에 달하고 있다.
'고별 인터뷰'가 된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유 목사는 이민목회를 하며 겪은 경험과 자신의 견해를 담담하게 털어놨다.
유 목사는 인터뷰에서 목회자 사례비를 공개해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선뜻 웃으면서 "나는 사례비로 2300달러를 받는다. 주택보조비로는 1400달러를 받는다. 이건 나를 비롯한 우리 교회 전임 목회자라면 모두 똑같이 받는 돈이다. 거기에 나는 담임 목회자여서 활동비로 1000달러가 더 지원된다"고 밝혔다.
덧붙여 유 목사는 "요즘 교회의 추한 부분 중 하나가 목사의 사례비다. 목회자들이 너무 상식에 안 맞게 많이 받는 게 문제다. 우리 교회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모든 목회자의 사례비를 동일하게 책정했다"고 말했다.
보통 목회자의 사례비는 교회에서 쉽게 공개하지 않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대형교회 역시 잘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된 바에 의하면 대형교회 담임목사의 사례비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대형교회 담임목사의 과도한 사례비는 비판의 대상이 되곤 했다.
유 목사는 ANC온누리교회 창립 20주년 소감을 묻는 질문에 "개척 때도 그랬지만 '롤모델'이 되는 교회가 됐으면 했다. 조금 건방지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다른 교회를 깨울 수 있는 그런 교회를 마음에 품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롤모델의 역할로 마지막 방점을 찍는 게 '떠남'이었다. 리더십의 교체다. 오늘날 이민교회에서 얼마나 많은 교회가 원로목사와 후임 사이의 갈등으로 고통을 겪나. 나는 내가 떠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떠남'이 필요하다고 느낀 이유에 대해선 "이 교회에서 어느새 나는 중요한 인물이 됐다. 쉽게 말해 ANC온누리교회 하면 '유진소 목사'였다. 교인들도 내가 강단에 올라오면 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나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컸다. 이게 우리 교회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교회는 새로운 출발과 변화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청빙받은 이유를 묻는 질문엔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라 들었다. 안정을 추구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다음 지도자를 잘 세우는 역할을 요구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호산나교회는 전임인 홍민기 목사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더 큰 교회로 이동한다는 비판도 있다는 질문엔 "사실 교회 규모로 보면 별 차이는 없다. 그리고 나는 이제 55세다. 호산나교회 정년이 65세다. 10년 정도의 시간만 주어졌다. 난 잃을 게 없지 않나. 한국교계가 어려운데 이럴 때 목사로서 본을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래서 더 가슴이 뛴다"고 답변했다.
특히 유 목사는 후배 목회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묻자 "요즘 젊은 목회자들은 '어젠다'(의제, 주제)가 너무 많다. 그 어젠다가 현실 가운데 자꾸 깨져서 힘든 거다. 난 늘 '기본'의 개념을 중시한다. 그냥 성경공부하고, 성도를 섬기고 그 목회 자체를 즐겼으면 좋겠다. 교인이 너무 없으면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것이고, 교회가 지원이 가능해지면 전임으로 섬기면 된다"는 인상적인 답변을 남겼다.
또 이민교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선 "다민족 교회는 답이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낯가림이 많다. 싫은 게 아니라 불편한 것이다. 이민교회가 폭발적으로 부흥하는 시기도 지났다. 이민자가 줄지 않나. 대신 어렸을 때 이민와서 이제 30~40대가 되는 한인 1.5세들을 잡아야 한다. 영어가 되도 그들은 다시 뿌리 때문에 한인교회로 돌아온다. 즉, 이민교회는 이제 가족 중심의 교회로 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민교계에선 다소 섭섭해 한다고 하자 "교인을 사랑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목회 재미가 없어서도 아니다. 난 이곳을 위해 모든 걸 다 바칠 수 있고 이 교회를 너무나 사랑한다. 그래서 여기를 떠나는 것이다. 내가 있으면 변화하지 못한다"라며 "완전히 정리하고 떠나는 게 아니다. 다시 돌아와 가르치는 사역을 통해 이민교계를 돌아다니며 섬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어떤 목회자로 기억되길 소망하냐는 물음에는 "난 하나님 앞에서 목사도 부끄러워할 줄 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또, 목회에는 기본적인 상식과 룰이라는 게 있다. 그 안에서 역할에 충실했다는 목사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