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민 칼럼] 친밀한 사랑을 가꾸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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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민 목사(새생명비전교회 담임).

에릭 프롬이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을 오래 전에 썼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성숙한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존재'라고 강조합니다. 소유양식으로 사랑하지 말고 존재양식으로 사랑하라고 강조합니다. 미숙한 사람은 사랑을 소유로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대상을 향해 "너는 내꺼야"라는 표현을 씁니다. 소유양식으로서의 사랑은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일단 사랑하는 대상을 소유한 다음에는 그 대상에 대해 더 이상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대상을 자기 것이라고 생각해서 함부로 대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소유로 생각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대상을 얻기까지는 많은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일단 사랑하는 대상을 소유한 후에는 더 이상 노력하지 않습니다. 소유한 후에는 더 이상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낚시꾼이 이미 잡은 고기에게 미끼를 더 이상 주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많은 부부의 문제가 여기서 생깁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상대방과 결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문제는 결혼한 후입니다. 일단 상대방과 결혼한 다음에는 그 대상을 소유한 까닭에 더 이상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입니다. 더 이상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일단 소유했으니 더 이상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성숙한 사람은 소유가 아닌 존재양식으로서의 상대방을 사랑합니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용납합니다. 사랑하는 대상을 바꾸려고 하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거기에 머물지 않습니다. 성숙한 사랑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용납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입니다. 성숙한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이 가지고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대상, 즉 그 존재 자체를 사랑합니다. 또한 사랑하는 대상이 성숙할 수 있도록 헌신합니다. 미숙한 사람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을 사랑합니다. 반면에 성숙한 사람은 선물을 주신 하나님을 사랑합니다. 선물을 주신 하나님을 위해 헌신합니다.

에릭 프롬은 성숙한 사랑을 위해 사랑의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사랑에 기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예술하는 사람들의 예를 들어 잘 설명해 줍니다. 사랑이 기술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서는 예술하는 분들의 삶을 관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탁월하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은 그런 경지에 이르기 위해 절차탁마의 과정을 거치는 것을 보게 됩니다. 피아노를 잘 연주하는 재능만 있다고 해서 탁월한 연주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을 연습하고 훈련해야 합니다.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숙한 사랑에 이르기 위해서는 사랑의 기술을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사랑도 예술입니다.

사랑이 성숙해지면 친밀함에 이르게 됩니다. 하지만 친밀한 사랑의 경지에 이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사랑하는 대상에 대해 익숙할 뿐이지 친밀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익숙한 것은 함부로 대하고, 때로는 경멸하기까지 합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익숙함을 넘어 친밀함의 경지에 이르도록 힘써야 합니다. 친밀한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는 먼저 서로를 잘 알아야 합니다. 친밀한 사랑을 위해서는 삶을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서로를 알아감으로 더욱 친밀한 사랑의 단계에 들어갑니다. 상대방을 이해할수록 더욱 친밀한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친밀한 사랑을 위해 우리가 터득해야 할 사랑의 기술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어느 정도의 거리를 잘 유지하는 것입니다. 홀로 있음과 함께 있음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친밀한 사랑을 나누시는 중에 때로 홀로 계셨고, 때로 함께 계셨습니다. 예수님은 사랑의 대가이십니다. 예수님은 지나친 친밀함이 친밀함의 장애가 되는 것을 아셨습니다. 그런 까닭에 정기적으로 제자들과 떨어져 있음으로 친밀한 사랑을 나누셨던 것입니다.

저와 오랫동안 함께 신앙생활을 하신 분들은 제가 일정한 간격으로 성도님들 곁을 떠나 두루 다니며 말씀을 전하는 것을 지켜보셨을 것입니다. 제가 그렇게 하는 것은 성도님들과의 친밀한 사랑을 나누기 위해 어느 정도의 여백이 필요한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늘 함께 있다고 친밀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가끔 서로 떨어져 있음으로 더욱 친밀한 사랑을 나눌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음악에서 쉼표가 중요하듯이 사랑에도 쉼표가 필요합니다. 성도님들 곁을 잠시 떠나 뉴질랜드에서 말씀을 전하면서 성도님들을 더욱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도착한 오후부터 말씀을 전하고 목회자들을 멘토링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남은 사역과 일정을 위해 중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뉴질랜드 지역에 있는 목회자들과 교민들을 말씀으로 섬길 뿐 아니라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가겠습니다. 축복합니다.

뉴질랜드에서 강준민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