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신앙·성도] 김동길 교수(연세대 명예)가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칼럼을 통해, "거룩한 곳과 거룩한 사람은 반드시 지구상 어디에 존재해야 한다"며 '거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김 교수는 '거룩한 것을 모르는 세상'이란 칼럼에서 "'성지순례'(聖地巡禮)라는 명목으로 예루살렘을 방문한 적이 있다. 안내를 맡은 유태인 청년이 모든 유태인이 두 손을 얹고 자기의 죄를 뉘우친다는 '통곡의 벽'(Wailing Wall)까지만 안내하고 예루살렘 성전 터가 있다는 그곳으로는 자기가 함께 가지 못하겠다면서 "잘들 다녀오세요"라고 하고 움직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가 그곳으로 가지 않으려는 이유는 간단한 것이었다. 성전은 무너진 지 오래인데 그 터가 어디였는지 분명히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 그런데 성전에는 '지성소'(至聖所, Holy of Holies)가 있어서 그곳은 제사장 밖에는 밟아선 안 될 매우 거룩한 곳인데 모르고라도 그 '지성소'를 속인(俗人)이 밟으면 죽는다고 이 경건한 유태인은 믿고 있었다"고 과거 성지순례 경험을 전했다.
이어 "오늘의 우리들은 이 젊은 유태인 관광 안내자가 철저히 '금기'(禁忌)로 여기는 그것이 미신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속으로 이 젊은이를 비웃는다"며 "그러나 현대인에게는 '지성소'가 없을 뿐 아니라 도대체 '거룩한 것'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데 어느 쪽이 정상인가 따져볼 필요는 있다"고 거룩을 상실한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김 교수는 "'거룩한 것'을 뿌리째 뽑았다고 자부하는 오늘의 지성인이 '지성소'를 밟지 않으려고 애쓰는 이 유태인보다 훨씬 행복하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일까"라며 "지도자 모세는 시내산 꼭대기에서 야훼 하나님을 만났다고 하고 거기서 계명(戒名)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때에 하나님이 "네가 선 땅이 거룩하니 네 발에서 신발을 벗으라"고 일러 주셨다"고 거룩한 것을 무시하는 오늘의 지성인과 하나님의 거룩성을 대비해서 말했다.
그러면서 "'거룩한 땅'(聖地)도 없고 '거룩한 사람'(聖人)도 없는 세상을 살자니 살 '맛'이 나지 않는다. 어디나 갈 수 있고 누구라도 건드릴 수 있는 오늘의 세계가 살기 좋다고만 할 수도 없다"며 "거룩한 곳과 거룩한 사람은 반드시 지구상 어디에 존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