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하나님과 겨루어 이겼다>는 뜻이다. 야곱이 자기 형 에서가 자기와 가족을 칠 것 같은 공포에 휩싸인 채 밤새 하나님과 씨름하다가 부여받은 이름이다. 야곱은 에서의 예봉을 약화시키려고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하였다. 그래도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고 홀로남아 밤새 하나님과 씨름을 하였다. 하나님은 떠나가기 위하여 야곱의 허벅지를 쳤고 야곱에게 이제가야 하니 놓아달라고 청하였다. 허벅지가 부러진 야곱은 하나님을 놓아주지 않고 계속 붙들고 축복해달라고 강청하였다. 하나님은 자신이 야곱에게 졌다고 선언하신 후에 야곱의 이름을 이스라엘로 바꾸어주셨다.
한반도의 복음통일을 위해서 헌신해온 사역자들은 야곱의 절망에 잘 공감할 것 같다. 남북분단은 거대하고 강고한 벽이고 수십 년 기도하고 노력해도 끄떡없이 그대로 서 있는 철벽같이 느껴질 것이다.
2016년 1월 6일에 북한이 수소탄을 실험했다고 발표하였다. 2015년 8.25남북합의 이후 조금씩 진전시켜온 남북관계의 모든 것이 한꺼번에 날아가 버린 순간이었다. 우려했던 대로 박근혜대통령은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교류를 중단시켰다. 1월25일부터 5박6일간 북한방문을 위해 북경-평양 간 왕복티켓을 구입해놓고 기다리던 필자는 오랜만의 방북이 무산될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이번에 방북했다면 평양- 원산-세포군- 개성-평양 코스를 완주할 예정이었었다. 통일부로부터 모든 방북을 중단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수소탄을 포기시키는 수단으로서는 미약한 조치이지만, 4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민간인 방북을 허용하면 국내에서 비판이 일어날까봐 선제조치를 취한 듯하다. 사실 민간인 방북과 교류는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통일기반조성차원에서 금지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포군 방북을 위해 노력하고 기도해온 순간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모든 것이 일시에 물거품이 되면서 이것이 바로 통일 운동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존경하는 어느 선배님은 “통일운동은 독립운동의 연장선에서 해야 한다.”고 조언해주셨다. 많은 경우 독립운동은 노력하는 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도 독립운동을 지속해 오셨던 선열들의 마음이 어렴풋이 느껴졌다. 곧 통일이 될 거라고 말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현장에서 치열하게 분투하는 사역자들에게는 꿈같이 들리는 얘기이다. 그 많은 기도와 노력들이 분단의 철벽을 약화시켰다는 어떠한 느낌도 갖기 힘들기 때문이다.
필자는 아프디 아픈 마음으로 절망하였다. 아픔과 절망을 간직한 채로 북한에서 사역하는 분들이 개최한 집회에 참석하였다. 그곳에 참석하여 찬양하고 기도하면서 필자는 통곡하였다. 분단해소와 평화통일- 답은 있는 듯한데 누구도 그 해답을 현실로 전환시켜내지는 못하기 때문에 절망스럽다. 필자는 그 아픈 절망을 그대로 하나님께 가지고 나가서 절망과 항복을 올려드렸다. 사람은 하지 못하오니 하나님께서 하시옵소서. 대북제재인지, 북미수교평화협정인지, 남한의 정권교체인지.... 무엇인지 잘은 몰라도 분단해소-평화통일에는 신의 한수가 필요합니다. 신의 한수를 내려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