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발파 '코앞'…경찰-주민 '대치'

7일 새벽, 시공사측 발파용 화약 운송;반대측, 화약 운송로 차단·집회 발발
▲ 7일 제주해군기지 반대단체들이 기지 건설 부지 내 구럼비 바위 발파 화약 운송로에 차량을 주차해 화약 운송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해군기지 부지 앞 '구럼비 해안' 발파 소식에 7일 새벽부터 서귀포시 현장 곳곳에서 경찰과 반대측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서귀포경찰서는 전날 오후 시공사가 신청한 '화약류 사용 및 양도·양수 허가신청'을 승인한 바 있다.

시공사 측은 구럼비 바위를 부수어 육상 케이슨 제작과 시설공사를 위한 평탄화 작업을 진행키로 하고,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의 한 업체에 보관된 발파용 화약 운송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강정 주민들과 해군기지 건설 반대측 수백여명은 새벽 3시경부터 비상사이렌 소리를 듣고 강정마을에 집결한 후 화약 운송로를 차단했다. 해군 제주기지사업단 부근의 강정천 다리 주변에선 집회가 벌어졌으며 월평동과 연결된 도로는 차량으로 차단된 상태다.

반대측 20여명은 이날 새벽 4시경 해군이 쳐놓은 펜스를 넘어 구럼비 해안으로 잠입하다가 연행됐고, 몇몇 활동가들은 날이 밝으면 카약을 타고 구럼비 바위로 진입을 시도할 예정이다.

강정 주민들은 "구럼비 해안 바위 폭파는 제주도민에 대한 모욕이며 서귀포시민의 식수원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제주도가 나서 발파중단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구럼비가 파괴되는 것은 강정은 물론 제주가 파괴되는 것"이라며 "공권력을 앞세워 들어온다면 온몸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우근민 제주지사도 지난 5일 공사 강행을 반대했으나 국무총리실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난 만큼 더 이상 공사를 늦출 수 없다"고 일축했다.

▲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강정마을회와 도내·외 단체들이 5일 오전 서귀포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해군 측의 발파 신청을 승인해주지 말 것'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제주 해군기지 발파 승인 배경에는 정부가 제주해군기지 추진 의지를 재확인한데다 시공사는 침사지를 조성하고 배수로도 만든다는 환경보전 조건 이행이 반영됐다.

현재 해군은 육상 케이슨 제작장을 만들기 위한 바닥 평탄화 작업 등을 위해 구럼비 해안 바위를 폭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에 따르면 "제주 해군기지 건설 시공사 협력업체 2곳이 건설 현장 1공구에서 최대 8t의 화약으로 발파를 시작할 것"이라며 "2공구에서는 최대 35t을 발파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경찰이 승인해준 발파 허가 기간은 최대 5개월이기 때문에 이 기간에 몇 차례 발파가 진행될 예정이다.

시공사 측은 지난 3일 발파 사전작업으로 화약을 넣을 4.5m 깊이의 바위 구멍을 뚫는 천공작업을 끝냈다.

한편 경찰은 원활한 공사진행을 위해 경기지방경찰청 소속 병력 510여명과 도내 전·의경 560여명 등을 배치하여 화약 수송 경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구럼비 해안 바위는 바다로 흘러간 용암과 바다에서 솟아난 바위가 한 덩어리가 된 것으로 추정되며 폭이 1.2km인 희귀지형이다. 게다가 구럼비 바위에는 용천수가 솟아나 국내 유일의 바위 습지를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지질학적 보전가치로 '구럼비 바위 지키기 운동'은 해군기지 반대하는 강력한 의지인 동시에 제주 평화를 상징하게 됐다.

#제주해안기지 #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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