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국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 국가'(IS)가 지난해 11월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프랑스 파리 테러를 일으킨 IS 조직원 9명이 모두 직접 인질들의 참수 등 직접 살인을 행한 핵심 대원들로 밝혀졌다.
IS 선전 매체 '알하야트 미디어 센터'는 24일(현지시간) '그들이 어디에 있든 찾아내면 죽여라'(Kill Wherever You Find Them)라는 제목의 17분 짜리 동영상을 IS 공식 텔레그램 채널 등에 공개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일간 가디언, AFP통신 등을 인용해 뉴시스와 연합뉴스 등 통신사들이 보도했다.
이 동영상에는 파리 테러범 9명이 차례로 등장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연합군에 참가하는 모든 나라에 보내는 메시지"라며 인질 처형 등의 장면을 보여준다.
파리 테러 당시 뉴스 보도를 짜깁기한 장면으로 시작 하는 이 영상은 '타깃 지역: 파리(Target Area: Paris)'라는 자막과 함께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폭탄을 피해 달아나는 축구 선수와 관람객들의 모습이 나온다. 총기 난사가 벌어진 바타클랑 콘서트홀과 인근 거리에서 사람들이 대피하는 장면도 나온다.
테러 현장에서 빠져나오는 시민들의 모습,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마뉴엘 발스 프랑스 총리가 연설하는 장면을 배경으로 파리 테러 총책 압델하미드 아바우드가 미리 녹음한 것으로 추정되는 음성이 나온다. 아바우드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공습을 진행하고 있는 연합군을 지목하며 '무슬림 땅(Muslim land)'의 무슬림을 대량 학살한 것에 대해 보복하겠다고 위협한다. 아바우드는 지난해 11월18일 프랑스 경찰이 생드니 아파트를 급습했을 때 사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동영상은 파리 테러를 벌이기 이전에 이라크나 시리아의 IS 근거지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아바우드와 함께 빌랄 하드피와 사미 아미무 등 파리 테러범 9명이 사막에서 한 남성을 참수하는 장면이 나온다. 프랑스 국적인 하드피와 아미무는 각각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과 바타클랑 콘서트홀에서 자폭했다.
다른 IS의 선전 동영상에 등장하는 것처럼 주황색 인질복을 입은 한 남성이 하드피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아미무는 남성의 머리를 붙들고 미소를 지었으며, 하드피가 남성의 목을 직접 벴다. 참수된 남성이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바타클랑 콘서트홀에서 자폭한 오마르 이스마일 모스테파이는 이 동영상에서 또 다른 인질의 목덜미를 잡고 있다. 그는 "'신자들의 통치자(Emir of the Believers)'로부터 당신이 어디에 있든 찾아내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신자들의 통치자'는 IS 수장 아부 아크르 알바그다디를 가리킨다.
아바우드는 인질 참수 현장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IS 깃발이 걸린 방에 있는 모습이 나왔다. 그는 프랑스어로 "당신이 여행을 왔든 출장을 왔든 우리는 전 세계 모든 곳에서 당신들과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겠다"며 "더 기대해도 좋다. 무자히딘(이슬람 전사)이 당신 앞에 나타나 당신을 죽일 것을 기다려라"라고 말했다.
IS는 파리 테러 2달 반 만에 공개한 이 동영상으로 영국에 대한 테러를 암시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존 바커우 하원의장 사진이 총구를 겨냥하는 듯한 붉은 십자선과 겹친 이미지로 동영상 말미에 등장한다.
IS 조직원은 이들의 사진을 내보내며 "이슬람을 부정하거나 배교한 자(kufr)는 모두 우리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런던의 주요 명소도 등장한다. 이를 통해 IS가 영국 테러를 암시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외신들은 IS는 이번에 공개한 동영상을 통해 파리 테러가 IS의 지시로 진행됐을 뿐만 아니라 유럽에 IS의 씨앗이 뿌려져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와 벨기에 등 유럽 국적자들이 파리 테러를 벌이기 이전부터 IS 점령지에서 훈련을 받고 조직원으로서 잔인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