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성규 기자 = "근로자 김모씨는 퇴직금을 중간정산해서 일부는 생활자금으로 소진하고 나머지는 주식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 "근로자 이모씨는 회사가 퇴직금을 연봉에 포함해 매년 중간정산하는 것이 못마땅했다."
정부가 25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을 공포함으로써 내년 7월 26일부터 퇴직급여 제도가 근로자들의 편익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된다.
개편안은 근로자의 노후보장 기능을 높이고 중소기업에 퇴직연금을 확산하며 개인형 퇴직연금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주요 내용 = 퇴직금이 노후소득 보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주택 구입, 의료비 마련 등 긴급하게 자금이 필요할 때만 지급되도록 일반적(상시적·비자발적)인 퇴직금 중간정산은 제한된다.
긴급한 자금 수요 항목은 고용노동부가 노사의 의견을 수렴해 법 시행령에 규정할 방침이다.
이 법이 시행된 이후 사용자가 임의로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면 법적으로 퇴직금을 지급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가 이직 등으로 퇴직급여를 받게 될 때는 개인형(개인계좌) 퇴직연금으로 옮기도록 해 과세 이연(연기)의 혜택을 받으면서 은퇴 시까지 안정적으로 적립금을 쌓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개인형 퇴직연금 제도는 필요에 따라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개인형 퇴직연금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퇴직연금 가입자와 자영업자 등도 개인형 퇴직연금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입자가 퇴직급여 외에 추가로 부담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해 노후 재원을 더 많이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법 시행 이후 신설되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1년 이내에 퇴직연금을 설정하도록 했다.
2010년 고용보험에 신규 가입한 사업장은 약 20만6천곳으로 집계돼 연간 이 정도 규모의 업체가 퇴직연금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장의 퇴직급여 부채와 납부한 적립금을 구체적인 기준에 따라 평가토록 해 가입 근로자의 수급권을 강화하기로 했다.
퇴직연금 사업자(금융기관)가 사용자의 최소적립금(급여액 60%) 상회 여부를 매년 1회 확인해 적립금이 적을 때는 사용자에게 적립 부족을 해결하도록 하고, 그 내용은 근로자 대표에게 통보하도록 했다.
사용자가 개별 근로자 계좌에 부담금을 납부하고 근로자가 이를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제도에서 사용자가 부담금을 제때 내지 않으면 부담금의 40% 이내에서 지연 이자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퇴직연금 도입과 관련해 보험설계사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양성화해 불완전 규약 등으로 인한 근로자의 피해를 막기로 했다.
또 업체 간 과당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퇴직연금 도입 업체에 대한 상품권 지급이나 협찬 수준을 시행령에서 규정하기로 했다.
◇퇴직급여제란? = 퇴직급여는 퇴직금제와 퇴직연금제로 구성돼 있다.
퇴직(일시)금 제도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 임금을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퇴직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퇴직연금 제도는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으로 나뉜다.
DB형은 사용자가 매년 부담금을 금융기관에 사외 적립해 운용하며 근로자는 퇴직 때 사전에 확정된 급여수준(퇴직금과 동일) 만큼을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받는다.
DC형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개별 계좌에 부담금(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을 내고 근로자는 자신의 책임하에 적립금을 운용해 퇴직 시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받는 제도다.
2011년 5월 기준으로 퇴직연금은 상용근로자의 29.7%인 271만4천275명이 가입했고 사업장의 7.1%인 10만7천283곳이 도입했다.
퇴직연금 사업자 57곳이 적립한 액수는 33조5천173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015년 100조원, 2020년 200조원(삼성생명퇴직연금연구소 추산)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금융기관들이 불공정·과당경쟁을 하지 않도록 금융위원회와 함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는 등 지도·감독을 할 예정이다.
박종길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관은 "넓은 지점망을 가진 금융기관들이 퇴직연금 유치에 발벗고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융기관들이 퇴직연금 확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도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법 개정 이유는 = 정부는 국민연금의 급여 수준이 축소되고 있고 국민들의 개인연금 저축 여력도 떨어짐에 따라 퇴직급여 개정안을 마련했다.
국민연금은 도입 당시 40년 가입 기준으로 70%의 소득대체율을 보장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기금 소진으로 인해 소득대체율이 2008년 50%, 향후 2028년 40%로 단계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국민의 노후 빈곤을 막고 적정 노후소득을 보장하려면 퇴직연금을 더 많은 근로자에게 확산시키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정부는 판단한 것이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기준소득 월액의 9.0%로 노사가 절반씩 부담하는 반면 퇴직급여는 가입자 임금 총액의 8.33%로 사용자가 전액 부담한다.
박 정책관은 "법 개정으로 퇴직연금이 국민연금과 더불어 근로자 노후소득 보장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가입 근로자와 적립금 규모도 국민연금 못지않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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