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부상하며 복음주의(Evangelical) 기독교인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연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공화당 대선 경선과 더 나아가 대선 본선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냐는 것이다.
크루즈 상원의원은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한 여론조사에서 2월 1일 공화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이 처음 열리는 아이오와에서 도날드 트럼프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아이오와 공화당 유권자들 중 다수를 차지하는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지지 때문이다.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은 벤 칼슨 바람이 가라앉으면서 남침례교회를 다니는 복음주의 기독교인이고 아버지가 목사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을 지지하기 시작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크루즈 의원은 대선 경선에 출마할 때부터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표를 집중 공략해왔다.
그가 지난 3월 대선 출마선언을 한 곳은 버지니아에 소재한 리버티대학이었다. 리버티 대학은 1980년대 도덕적 다수(Moral Majority)라는 기독교 단체를 통해 낙태와 동성애 반대운동을 펼치며 정치권에 영향을 미치면서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데 기여한 고 제리 파월 목사가 설립한 대학이다.
이 후 이 대학은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 이들의 표를 얻으려는 정치권 인사들은 이곳에서 연설을 하는 것이 전통이 되었다.
현재 공화당 경선 후보자들 중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도 오는 18일 리버티 대학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크루즈 의원이 아이오와에서 이 지역 공화당 유권자의 57%를 차지하는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지지를 받으며 부상하자 오는 2월 9일 아이오와에 이어 두번째로 공화당 경선이 열리는 뉴햄프셔에도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에 대한 구애활동이 펼쳐지고 있다고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뉴햄프셔는 아이오와 달리 공화당 유권자 중 22%만 복음주의 기독교인이어서 그 효과가 미미하다는 게 주된 분석이다.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의 2013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뉴햄프셔는 버몬트에 이어 미국에서 가장 종교성이 낮은 주다. 당시 갤럽은 주민들의 교회 출석 현황과 일상 생활에서 종교의 중요성 등을 기준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그럼에도 뉴햄프셔의 일부 교회 목사들은 최근 미국에서 동성결혼과 대마초의 오락용 사용이 합법화되는 등 세속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며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교회들이 내어야 하고 가장 좋은 방법은 이 목소리를 대변할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는 것이라며 교인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미국에서 복음주의적 기독교인들이 대통령선거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앞서 언급한 고 제리 파월 목사의 ‘도덕적 다수’와 1990년대 팻 로벗슨 목사의 ‘기독교인 연합’(Christian Coalition)이 대표적이다.
기독교 연합은 1990년대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했을 때 사실상 부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4천만권의 선거책자를 전국의 교회에 배포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보였다. 아들 부시 대통령이 2000년과 2004년 당선되는데도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몰표가 주요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까닭에 크루즈 상원의원들은 미국 인구의 약 30%을 차지한다는 복음주의 기독교인들 중 천만명이 투표소에 나오면 자신이 당내 경선을 물론 본선에서도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대선 경선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목사 출신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와 릭 샌토럼 전 펜실베니아 상원의원은 각각 2008년과 2012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아이오와주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대선 경선에서 최종적으로 패배했다.
크루즈 상원의원도 그런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큰데 크루즈 상원의원 선거팀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많은 남부에서 승리하고 풀뿌리 보수주의자들인 티파티 지지자들의 표를 확보해 도널드 트럼프를 이기고 공화당 대선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글·사진=케이아메리칸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