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미국은 동성애 전쟁이 가장 큰 이슈지만, 한국의 가장 큰 이슈는 여전히 좌·우 진영싸움이 듯 하다.
지난 9일 낮 열린 한국기독교역사학회 제342회 학술발표회에서 최태육 목사(예수님의교회)는 "해방 직후 기독교의 진영선택과 순교"란 주제로 발표하면서, 갈등 가운데 있는 이러한 '인간 사회' 가운데 새로워질 수 있는 '가능성'을 예수 십자가 사건과 같은 '순교'에서 봤다.
최태육 목사의 설명에 따르면, 냉전 형성 과정에서 세계는 두 개의 적대적 진영으로 분리됐다. 냉전의 특징은 '우리'와 '그들'을 긍정적 자아와 부정적 타자로 구별 짓고, 핵 공격을 사용해서라도 그들을 배제·제거함으로 우리의 생존과 기득권을 보장하는 생존 방식에 있다.
최 목사는 "기독교 진영선택은 이러한 생존 방식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즉, 긍정적 우리를 선민과 계약 백성으로, 부정적 그들을 악으로 규정해 이를 배제·제거하는 것이 유업을 계승하는 것이라 믿었다는 것이다.
그는 "양 진영으로 구별된 상황에서 기독교인들은 이중 한 진영을 선택했다"고 말하고, "이는 타자부정을 통해 자신 진영의 생존과 안정을 보장받는 냉전 특성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형태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러나 최 목사는 "사도행전 10~15장을 읽다보면, 그리스도교의 서사가 구별 짓기와 타자에 대한 부정에 근거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하고, "유대민족과 헬라인, 우리와 그들, 진리와 거짓이라는 구별 짓기가 성령의 역사로 깨지고, 민족을 포함한 온갖 구별을 넘는 그리스도교의 가치에 의해 우리와 그들 사이에 새로운 관계가 형성된다"고 했다.
더불어 그는 "예수를 증거하는 증인들은 그들에 대한 부정과 배제를 통해 우리의 안전과 생존을 보장받는 삶의 방식이 아닌, 우리의 양보와 희생으로 우리와 그들이 평화적 관계를 형성하는 가운데 예수를 증거한 것"이라 설명하고, "이것이 예수 부활승천 후 최초의 기독교인들이 예수를 증거하는 모습이었다"고 했다.
이것에 대해 최 목사는 "상호 적대적 민족과 집단의 이념, 신념, 체제에 동조해 적대적 혹은 경쟁적 관계를 형성하기 보다, 이러한 이념, 신념, 체제의 가치기준을 초월하는 그리스도적 가치를 따라 행동하면서, 그리스도교는 시작됐다"면서 "순교의 개념은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했다.
때문에 최 목사는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가해자를 용서하고 양자로 삼은 손양원 목사, 부역혐의자를 처형하려는 교회 청년들에게 예수의 사랑을 각인시키며 이들을 구한 서기훈 목사 등을 '온전한 믿음의 본을 보이기에 부족함 없는 순교자들'이라 했다.
더불어 "해방 이후 특정 진영에 속해 있으면서 우리와 그들을 이념에 근거해 타자를 구별짓고, 이들을 배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희생은 순교라기보다는 순직, 혹은 다른 개념으로 설명되어야 할 것"이라 했다.
최 목사는 마지막으로 "인류가 존재하면서부터 있었던 우리와 그들에 대한 구별 짓기와 이에 근거한 우리의 생존방식에 대해 순교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공한다"고 말하고, "이것은 인간사회는 물론 자연과의 평화, 공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새로운 삶의 방식일 수 있다"고 이야기 했다.
한편 최태육 목사의 발표에 대해 황미숙 박사(목원대)가 논찬자로 수고했다. 또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는 세미나 전 제23회 총회를 열고, 2015년도 사업 결산 감사 보고와 함께 2016년도 사업계획 및 예산안 검토, 이사 및 감사 선임 문제 등을 다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