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강정훈 교수] 21장 초반에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본 사도요한은 너무나 감격하여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찬란한 새 예루살렘을 자세히 보지 못하였다. 그러자 일곱 대접 재앙으로 창녀 바벨론을 멸망시켰던 그 천사가 나섰다. 바벨론과 정반대의 영원한 도성 예루살렘성을 요한에게 친절히 설명하기에는 적격인 셈이다.
■ 하나님의 영광이 가득한 거룩한 성
일곱 대접을 가지고 마지막 일곱 재앙을 담은 일곱 천사 중 하나가 나아와서 내게 말하여 이르되 이리 오라 내가 신부 곧 어린 양의 아내를 네게 보이리라 하고
성령으로 나를 데리고 크고 높은 산으로 올라가 하나님께로부터 하늘에서 내려오는 거룩한 성 예루살렘을 보이니
하나님의 영광이 있어 그 성의 빛이 지극히 귀한 보석 같고 벽옥과 수정 같이 맑더라. (계:9-11)
클로이스터스묵시록의 삽화인 <새 예루살렘으로 인도된 요한>에는 일곱 대접 재앙을 집행했던 그 천사가 요한을 불러서 높은 산으로 데리고 갔다. 왼 손을 들어 하늘에서 내려오는 거룩한 성 예루살렘을 가리키며 보여주고 있다. 요한이 본 예루살렘성은 하나님의 영광이 가득하여 벽옥(자스퍼)과 수정같이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천사는 요한에게 예루살렘성을 소개하면서 “신부 곧 어린 양의 아내”를 보여주겠다는 어려운 말을 하였다. 어린 양의 아내는 교회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그 교회가 거할 하나님의 도성을 가리킨다.
■ 열 두 지파와 열 두 사도의 이름이 새겨있다
크고 높은 성곽이 있고 열두 문이 있는데 문에 열두 천사가 있고 그 문들 위에 이름을 썼으니 이스라엘 자손 열두 지파의 이름들이라
그 성의 성곽에는 열두 기초석이 있고 그 위에는 어린 양의 열두 사도의 열두 이름이 있더라
그 성은 네모가 반듯하여 길이와 너비가 같은지라 그 갈대 자로 그 성을 측량하니 만 이천 스다디온이요 길이와 너비와 높이가 같더라. 그 성곽을 측량하매 백사십사 규빗이니 사람의 측량 곧 천사의 측량이라 (계21:12-17)
리에바나 베아투스본의 하나인 후엘가스묵시록의 삽화 <천국의 예루살렘>을 보면 새 예루살렘의 외모와 크기와 재료를 알 수 있다.
새 예루살렘성의 중앙에는 십자가를 멘 어린 양이 있고 천사가 요한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어린 양 그리스도는 천국 시민들과 함께 하시는 천당의 하나님이다.
그 성에는 열 두 문이 있는데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세 명의 천사가 사방에 배치되어 모두 열 두 천사가 지키고 있고, 그 문 위에는 이스라엘 열 두 지파의 이름이 있다. 천사의 바깥에 있는 벽옥으로 쌓은 성곽에는 열 두 기초석이 있는데 모두 귀한 보석으로 되어 있다. 그 기초석 위에는 어린 양의 열 두 사도의 이름이 새겨있다.
구약의 열두 지파를 계승한 신약의 십 이 사도(교회)를 배치한 것은 신구약을 통한 하나님의 모든 백성의 출입문임을 암시하고 있다.
성은 네모가 반듯한 정사각형이다. 성전 내 지성소와 같이 정사각형은 완전과 안정을 상징한다. 즉 새 예루살렘은 하나님이 계시는 완전하고 안정된 처소임을 뜻한다.
천사가 금으로 된 자막대기로 성을 측량하니 성의 크기는 12,000 스다디온(stadiaum)이다. 12,000은 12(성도의 수)x1,000으로 성도가 살기에 충분한 크기란 뜻이다. 문자적으로 보면 스타디온은 그리스의 길이 단위로서 1 스타디온은 약 200m에 해당되므로 12,000 스타디온은 약 240km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이 성은 세상의 어느 도성과도 견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고 크다는 것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또한 성벽을 재어 보니 144 규빗(cubit)이었다. 이를 숫자적으로 해석하면 약 65m에 해당되나 144는 12x12로서 역시 성도와 관련된 완전을 상징한다.
■ 해와 달이 없어도 빛나는 도성
그 성은 해나 달의 비침이 쓸 데 없으니 이는 하나님의 영광이 비치고 어린 양이 그 등불이 되심이라.
낮에 성문들을 도무지 닫지 아니하리니 거기에는 밤이 없음이라.
사람들이 만국의 영광과 존귀를 가지고 그리로 들어가겠고 무엇이든지 속된 것이나 가증한 일 또는 거짓말하는 자는 결코 그리로 들어가지 못하되 오직 어린 양의 생명책에 기록된 자들만 들어가리라 (계21:23-27)
11세기 파쿤도 베아투스의 삽화 <새 예루살렘>을 보면 새 예루살렘의 영화로움이 눈앞에 선하게 보인다. 성 가운데에 어린 양이 있고 좌우에 열두 천사가 머리에 아름다운 보석을 이고 있어 빛이 난다. 어린 양 상하에는 요한에게 설명하는 천사가 보인다.
이 삽화는 현재 볼로냐 대학의 기호학 교수인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의 <미의 역사>에서 중세 미술의 비례와 균형, 그리고 빛으로 가득 차 있는 중세 필사본의 아름다운 메뉴스크립트로 소개된 유명한 세밀화이다. (주1.움베르토 에코, 미의 역사, 열린 책들, 이현경 옮김, 2011. p.78)
새 예루살렘성은 해와 달이 비치지 않아도 빛나는 도성이다. 하나님과 그리스도가 계시므로 그의 영광의 빛으로 인해 더 이상 다른 빛이 필요 없는 것이다. 또 그 곳은 낮뿐이고 밤이 없어 성문을 항상 열려 있다. 악한 자나 침략자도 없으므로 성문을 닫을 필요가 없는 곳이다.
문이 활짝 열려있어도 속된 것이나 가증한 일 또는 거짓말하는 자는 결코 들어갈 수 없고 오직 어린 양의 생명책에 기록된 자들만 들어간다. 인류의 오랜 역사를 통해 많은 성도들이 기도하며 소망하던 영화로운 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