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소위 '웰다잉(Well-Dying)법'으로 불리우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안'(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8일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된 가운데, 논란의 여지가 있는 법안인 만큼 찬반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기독교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연명의료결정법'은 더는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환자 스스로, 혹은 주변인들의 결정에 따라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법안으로, 국회는 이 법에서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조건을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상태로 규정했다.
법안이 통과되자 '호스피스·완화의료 국민본부'(이하 국민본부)는 8일 성명을 통해 "국회의 법안 통과를 환영 한다"고 밝히고, "이 법안은 무의미한 연명의료로 고통 받는 말기환자와 그 가족의 부담을 덜기 위해 우리 사회의 무려 18년간의 치열한 논의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라며 "정부는 법안 통과를 시작으로 무의미한 연명의료로 말기환자와 가족들의 고통과 비참함이 가속되지 않도록 하루속히 호스피스사업을 위한 정책 수립과 예산확보에 박차를 가해 주기를 기대 한다"고 했다.
그러나 꾸준히 연명의료결정법을 반대해 왔던 단체들 가운데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 권오용 변호사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먼저 "이 법안을 반대하는 이유는 소위 '임종기'라는 개념의 폭이 넓고,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이유로 (환자) 본인은 실제로 더 삶에 대한 의지가 있는데 그런 사람조차 치료를 포기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면서 "노령환자의 의료비 지출을 줄일 목적으로 이런 규제장치가 만들어져서 작동할 가능성에 대해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오용 변호사는 "법안에 보면 '사전의료지시서'를 미리 만들어 보관해야 하고, 각종 윤리위원회를 설치해야 하는데 사실 그것들이 쓸데없는 낭비적인 요소도 있다"고 지적하고, "현재도 충분히 임종기 환자들에 대해 의료진과 환자 주변 관계자들이 상의해 환자 본인의 뜻을 따를 수 있는데 굳이 이런 법제화는 법절차를 통해 면죄부를 주는, 악용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더불어 "과잉의료 요소도 있고, 의사 자정적으로도 잘 할 수 있는 부분들도 있는데 제도적 장치만 만들어지니까 그 제도적 장치 안에서 어떻게 흘러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 했다.
권 변호사는 "일단 법안이 통과됐으니 더 살 수 있는 생명, 치료할 수 있는 생명에 대해서 경제적인 이유 혹은 절차만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이 약화되지 않도록 주변 시민사회나 기독교계에서 감시해야 한다"고 말하고, "오히려 그런 노령환자들에 대해서 좀 더 인도적인 치료가 이뤄지면서 과잉진료가 행해지지 않도록 의료인들 스스로 각성하고 자연스러운 윤리적 문화풍토가 형성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연명의료결정법은 과거 1997년 서울 보라매병원에서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뗀 의사와 가족이 살인죄로 기소된 이후 18년 만에, 2009년 세브란스병원에서 식물인간 상태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떼 달라는 가족의 요구를 대법원이 받아들인 '김 할머니 사건' 이후 6년 만에 법제화 단계에 이르렀다. 이 법은 유예기간을 거쳐 2018년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