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로마의 바티칸에서는 희년(50년)만에 베드로성당의 문(聖門, Holy Door)을 개방하는 의식을 통해서 누구든지 그 문을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게 했다. 이 의식에서 교황은 "성문을 지나면서 하느님이 우리 모두를 환영해 손수 마중나오는 그 무한한 자비를 재발견할 것"이고, "하느님의 자비를 더 확신하도록 바뀌는 한 해가 될 것"임을 선언했다. 이 성문의 개방은 8일부터 내년 2016년 11월 20일까지 계속되며 이 기간 동안 약 1천만 명이 이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 방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그 문을 통과해서 구원을 받으려면 통행료가 든다는 사기꾼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통행료를 받아 가로채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교황청에서는 자선 기부금을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교황청 순례 인증서를 발행하여 한 장에 8∼40달러(약 9천400∼4만7천원)를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을 이용해서 그 인증문서를 복사해서 판매하는 사람들이 엉뚱하게 돈을 챙기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 바티칸 경찰에 의해서 나머지 인증문서가 압수되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베드로성당 인근의 기념품점에서는 인증문서 한 장당 최고 7만6천 달러(약 9천만원)짜리 복제품도 발견됐다고 NYT가 전했다고 한다.
급기야 교황이 직접 나서서 "구원의 문은 무료"라고 하면서 사기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다는 소식이다. 교황은 "돈으로 구원을 살 수 없다. 예수는 (구원의) 문이며 무료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바티칸의 베드로성당의 문을 성문(Holy Door)이라고 명명(命名)해놓고 그 문이 예수님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기게 만든 것은 교황 자신인 것을 어찌해야 하겠는가? 그러니 그 문(예수의)을 통과하면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희년을 맞아서 특별한 기간에만 개방을 하고, 그 기간 동안 그 문을 통과할 수 있도록 만들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그 문을 통과하고자 하는 순례자들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종교적인 동기일 것이다.
그러니 교황의 발언은 병주고 약주는 격이다. 구원의 문은 예수님 자신이지 세상에 어떤 물질이나 장소도 그 문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 어떤 의미를 부여해서 상징적인 물체나 의식(儀式)을 만든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성문이거나 구원을 유효하게 할 수 없다. 누가 만들었든, 그것이 교황이 직접 만든 것일지라도 구원을 위한 효험이나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교황청이 베드로성당의 문을 희년 만에 개방을 하고 그곳을 방문해서 통과했다는 인증문서를 만들어 판매한다는 것은 의도가 어떻든 신자들에게 구원받은 증서의 기능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그러니 그것을 이용해서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복제품이 만들어져서 판매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순례인증서를 만들어서 판매하는 이유는 자선사업을 위한 기금을 확보한 다는 명분이다. 그러나 그것이 함정이 돼서 기독교 신앙의 근본을 무너트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명분이 분명하다면 그 과정에서 필요한 것들도 분명해야 한다. 즉 명분만큼이나 그 과정도 명분에 누가 되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한 일을 위해서 기독교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방법을 택한다면 차라리 선한 일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성문이라는 미명하에 사람들에게 종교적 의탁심을 갖게 하는 결과를 초래시킨다면 신자들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하기 전에 교회가 먼저 그러한 것을 만들지 말았어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은 어떤 형상도 만들지 말 것을 명하셨던 것이다. 인간의 종교적 의탁심은 작은 것에도 민감할 뿐 아니라 종교적 의미를 부여하게 되면 그것에 매이게 되는 현상은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니다. 타락한 인간의 종교적인 본성은 스스로 매이기를 자처하기를 즐거워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거룩한 문을 만들어놓고 평소에는 통과할 수 없게 했다가 특별한 기간 동안에만 통과할 수 있는 자비(?)를 베푸는 것은 과연 옳은 일인가? 그것은 오히려 인간의 목적을 위해서 오용되거나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할 것은 인간의 구원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문은 오직 예수님 한 분 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어떤 유무형의 존재도 그 문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교회에서 어떤 직분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도 그 문을 대신하거나 그 권위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지금 교황청은 베드로성당의 문을 50년 만에 개방하면서 그 문을 통과하는 기쁨(?)을 사람들에게 맛보게 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서 돈을 벌려고 하는 사람들이 생산자가 되고, 그것을 이용해서 종교적 만족을 느끼려고 하는 사람들이 소비자가 되어 기독교 신앙의 철저하게 왜곡시키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심히 안타깝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다시 한 번 인간이 만든 어떤 문도 거룩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