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연말연시가 다가올수록 결혼에 성공 못한 미혼남녀에겐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것이다. 누구나 쉽게 하는 듯싶은 결혼이 막상 자신에겐 어려운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앞길을 가로막아 설 때 그 극심한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뾰족한 돌파구가 안 보이니 답답하고 한숨이 절로 나올 수밖에.
요즘은 과거에 비해 결혼가치관이 많이 바뀌고 결혼을 선뜻 실행치 못하는 미혼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점점 결혼시기를 늦추는 만혼(晩婚) 추세뿐만 아니라, 결혼을 아예 버거워하며 포기하려는 경향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취업 못한 20·30대 청년세대에게 현실이 어렵게 느껴진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취업한 청년세대에도 이런 경향이 나타나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언론에선 삼포세대로부터 N포세대라는 신조어로 이를 비관적으로 진단하고 부추기지만, 실제는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결혼사역현장에서 경험했다. 경제적 문제만이 성혼(成婚)실패의 이유라면, 왜 과거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빈궁하고 어려웠던 시절엔 결혼을 잘도 성사시켰을까. 여기에 대해 일방향의 쏠림현상이 바로 우리사회의 근본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처럼 체면과 눈치가 인간관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회에선 주관적 선택보다 타인의 시각과 간섭에 좌우되고 악영향을 받기 쉽다. 결혼할 당사자들이 서로 사랑하며 결혼하기로 맘먹고 결행하면 되겠지만, 그렇게 결심이 서도 주변사람들 눈치를 살피느라 제대로 용기를 못 내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주변에선 얼른 결혼하길 원하지만 당사자가 주변사람들에게 비칠 자신의 모습을 지나치게 의식해 선뜻 실행치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결혼하고 싶어도 결혼할 상대가 없어서 결혼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필자의 생각엔 이 문제가 성혼실패의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미혼자들에게 어떤 도움을 줘야 할까.
지금껏 결혼사역현장에서 부딪쳐본 필자의 경험으로는 미혼청년들이 교제단계로 진입했음에도 다음 10가지 이유로 성혼에 실패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많은 결혼장애요소 때문에 처음부터 이성교제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미혼청년들이 있지만, 어렵사리 그 단계를 넘어 커플로 맺어줘도 쉽게 깨지는 걸 지켜보는 심정은 안타까움을 넘어 비관스러울 지경이었다. 막상 교제를 시작한 그들에게 결혼의 길은 여전히 멀고도 멀며 그 관문 통과가 여간 어렵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자신의 실패이유를 구체적으로 몰라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는 자신을 자학하고 있으니 이 일을 어쩌란 말인가. 그나마 그런 상태에서 긴급도움을 요청하면 수습할 수 있었을 텐데, 대부분은 스스로의 한계라 판단해 그대로 주저앉아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매우 안타깝고 속상한 일이다. 그런 실패까지 사용해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섭리와 경륜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얼마든지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던 교제커플이 사소한 문제들을 해결 못하고 누적시켰다 결국 헤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고역이었다. 그 이후로 낙담해하고 힘들어하다 아예 이성교제에 자신감을 잃고 희망의 날개마저 꺾여 한없이 추락하는 비극은 더 이상 없어야겠다. 결혼의 문턱에서 연거푸 좌절해온 미혼자들은 다음사항을 잘 점검해 지혜 있고 슬기롭게 고비를 극복해 결혼으로 골인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첫 번째 실패이유는 패기 부족과 현실감각 부재다.
미혼형제들은 나이를 점점 먹어갈수록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많다. 현실여건이 과거보다 좀 더 나은 상태로 이행되지 못할 땐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실제로 미혼자매들로부터 듣는 불만은 그런 외적조건이 아니라, 실제 교제 중에 발견한 형제의 실망스런 모습들이다. 그 중 첫 번째가 패기 없는 모습이다. 여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인생을 내맡길 만큼 듬직한 남자이길 원하는데, 막상 교제하면서 보니 형제가 그런 듬직함에 한참 미달할 때 여자는 마음을 접는 경우가 많았다. 아예 처음부터 맘에 없었다면 교제를 시작하지도 않았을 텐데, 일단 괜찮다 싶어 교제를 시작했음에도 남자의 신뢰도가 계속 떨어져 결국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을 때 그 교제는 결국 깨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을 명심해 형제들은 자매들 앞에서 좀 더 용기를 가지고 패기 있게 다가가길 권면한다. 비록 지금은 부족하지만, "내가 밥 굶기지 않을 자신 있으니 나랑 결혼하자!"는 말을 왜 못하는가? 여자는 비록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보일지라도 남자가 그렇게 패기 있게 나오면 흔들리던 마음이 잡히는 것이다.
그와 달리 미혼자매들은 현실감각이 점점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달리 말해 나이를 전혀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록 현실적으로 얼굴에 잔주름이 생기고 나이 든 표가 날지라도 마음은 아직 10대소녀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현실과 이상 사이에 괴리가 생겨 엇박자가 나는 것이다. 대체로 형제들은 나이가 들면서 차츰 현실눈높이로 배우자기준을 수정해 가는데, 상당수 자매들은 여전히 자신의 기준을 내려놓지 않으니 문제인 것이다. 아직도 내 멋진 배우자가 엄청나게 많이 남아있을 거라고 착각하는 한 자매에게 결혼은 먼 나라의 꿈에 불과하다. 비록 만남과 교제의 기회가 다가와도 그렇게 뜬구름 잡듯 비현실적인 자매에게 인생을 걸 남자는 많지 않다.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제가 어떻게든 결혼하면 달라지겠지 생각하며 적극 대시해도 자매는 무지개처럼 더 멀리 도망쳐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러길 여러 번 반복할 경우 형제는 결국 지쳐서 포기해버리고 만다. 이럴 경우 하나님께선 '세월이라는 약'을 처방해주신다. 먼 훗날 자신이 얼마나 철없었던가를 깨닫는 순간 회오(悔悟)의 눈물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실패이유는 헌신믿음 부족과 성숙믿음 부족이다.
요즘 교회에 출석하는 크리스천청년들이라도 헌신된 믿음이 결여된 경우가 많다. 열심히 교회에 출석하고 봉사하는 것 같은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대부분 주님께 헌신하는 삶이 아니라 이 땅에서 잘 먹고 잘 사는 개인성취의 삶에 목표를 둔 청년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미혼이었을 때 형제들은 자매들보다 믿음의 질에서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현실적 조건에 형제들이 더 많이 좌지우지하는 경우를 본다. 세상을 바라볼수록 자신이 점점 초라해 보이는 건 당연지사. 주님께서도 "어찌하여 무서워하느냐 믿음이 적은 자들아"(마 8:26, 눅 12:28) 질책하셨음에도, 미혼자들은 여전히 현실적 난관 앞에서 주저하고 움츠러들고 마는 것이다. 이런 영적 패잔병의 심리로는 현실어려움을 이겨내기 쉽지 않고, 자매에게 나와 결혼하자고 자신 있게 고백하기 어려운 것이다.
자매들은 일반적으로 형제들보다 믿음이 좋은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모두 그렇지는 않다. 상당수는 겉보기에만 믿음이 좋아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진짜 예수님을 잘 믿는 사람이라면 인생사의 소소한 문제에서 대범해야 하며, 하나님의 뜻이 분명하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 길로 나아가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너무나 많다. 그렇게 교회 안에선 믿음이 좋아보였던 자매도 막상 결혼문제 앞에서 밑바닥에 감춰뒀던 본심이 노출되는 경우를 자주 본다. 포장된 욕심이 제어력을 잃고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고 만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결혼 때면 그 사람과 그 집안의 신앙밑천이 다 드러난다."고 자신 있게 설파해왔는지도 모른다.
미혼자매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건 차제에 성숙믿음으로 나아가달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결혼 전까진 여자가 남자보다 조숙하며 여러 면에서 성숙도가 앞서는 게 사실이고, 신앙적인 면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런 상태가 계속되지는 않는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결혼을 전환점으로 대부분 남자들은 보다 안정되고 여유를 찾으며 한결 완숙해지고 신앙적으로도 성숙도가 높아진다. 오히려 나중에는 여자보다 남자가 월등히 앞서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도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고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될 자가 많으니라"(마 19:30, 막 10:31)고 하지 않으셨던가. 그러기에 자매들은 길게 내다보는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많은 자매들이 교제 중에 영적으로 자신보다 많이 미달한 형제의 신앙문제를 놓고 고민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긴 인생을 놓고 볼 때 그건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나중에 그런 자매보다 월등히 앞서는 남편을 발견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자매들은 지금 당장의 믿음보다 앞으로 얼마나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성품이며 자질이냐를 고려하는 게 지혜로운 배우자선택 방법일 것이다.
세 번째 실패이유는 센스 부족과 배려심 부족이다.
결혼을 쉽게 못하는 형제들을 눈여겨볼 때 또 한 가지 두드러진 특징은 센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어떤 때는 어이가 없을 만큼 여자의 마음을 읽는 데 둔감하다. 그럴 경우엔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난감하고 실소가 터져 나올 때도 있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저럴 수가! 밥숟가락을 입에 떠 넣어줘도 못 먹는 형제를 볼 때면 뺨이라도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답답함을 느낀다. 그렇게라도 해서 깨우칠 형제라면 그러겠지만, 상당수는 "미련한 자를 곡물과 함께 절구에 넣고 공이로 찧을찌라도 그의 미련은 벗어지지 아니하느니라"(잠 27:22)고 하신 말씀처럼 부질없는 경우이기에 그만 손을 떼버린다.
어떤 사람은 자칫 이를 오해할 수도 있겠는데, 순진한 것과 미련한 건 전혀 차원이 다른 얘기임을 이해했으면 한다. 차라리 순진하기만 하면 어떻게든 도와 일으켜주겠지만, 거기에다가 미련하고 욕심까지 더했을 경우엔 아예 질려버린다. 주님께서도 그럴 경우엔 손을 떼고 냉각기를 허락하시는 경우를 본다. 형제들은 자매들의 마음을 읽는 데 신경을 써야 하며, 대화 중 자매들이 지금 나한테 얼마나 집중하고 있고, 또 얼마나 무료함을 느끼고 있는지 세밀히 살펴야 한다. 만일 그런 센스 없이 일방적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만 열정적으로 쏟아 붓는다고 여자의 마음이 열리진 않는다. 오히려 질려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결과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개선의 노력을 기울이면 발전하여 성공할 수 있지만, 왜 여자들이 내 마음을 몰라주냐는 식으로 불만을 품고 화를 터뜨리면 그는 영영 여자마음을 사지 못할지도 모른다. 여자의 마음을 얻는 데는 무엇보다도 센스 있는 눈썰미가 중요하기에, 형제들은 가까이 있는 여자들에게 물어서라도 여자심리를 파악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이에 반해 자매들의 부족한 점은 배려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남자들이 자기에게 다가올 때 얼마나 힘겹게 다가왔는지를 이해하고 따뜻이 배려해주는 여자가 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그런 여자라면 벌써 싱글로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여자들은 남자들이, 더더욱 결혼에 자신없어하며 여자마음을 사는 데 서투른 형제가 자신의 마음을 사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다는 생각을 왜 못할까. 물론 여자의 입장에서 도저히 내키지 않는 남자에게 선뜻 맘을 열기도 쉽지 않고, 주기도 싫은 건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현재 그 남자가 지금껏 오랫동안 만남의 기회가 없었던 시점에 다가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 왜 지금 그 사람이 내게 다가왔는지, 혹시 하나님의 어떤 뜻이 있는지 신중히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그렇게 무수히 밀쳐낸 남자들로 인해 결국 얻은 게 무엇인지 냉정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때때로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포장된 선물'을 주시는 걸 경험한다. 그 겉포장을 뜯어보기 전까진 그 내용물이 어떤지 속단할 수 없고, 속단해서도 안 되리라. 또다시 많은 시간을 흘려보낸 후 그때 그 선물이 자신에게 매우 적합한 선물이었음을 깨닫고 후회한다면 그 쓰라림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할 것이기에.
미혼자매들은 교제를 시작한 형제가 첫눈에 성이 안 찬다고 외면하기보다 몇 번 만나보면서 그 사람의 됨됨이와 가능성을 살펴보는 게 지혜로울 것이다. 저 사람의 저렇게 부족한 부분을 내가 채워주고 난 후 그의 모습을 상상하며 나와 견줘보는 것도 한 번쯤 필요하다. 꼭 그렇게 억지로 교제하고 결혼하라는 뜻이 아니라, 지금 현재 내 시각에서 성에 안 차는 상대방을 좀 더 긴 안목으로 살펴보고 숙고해보라는 뜻이다. 그렇게 상대방의 부족한 면을 이해해주고 배려하려는 마음을 갖는다면 '감추인 보화'(마 13:44)처럼 의외로 좋은 배우자를 발견할지도 모를 일이다. 더욱이 그처럼 따뜻이 배려하는 여자와 만나는 동안 남자는 자신감이 충만해지고, 처음보다 훨씬 멋진 남자로 변모해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네 번째 실패이유는 어린애 심리이다.
이는 미혼남녀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점이다. 창세기 2장 25절 말씀처럼 남자는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루라고 하셨다. 결혼하기 위해선 먼저 부모의 안락한 둥지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몸만 떠나는 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독립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여자에게도 적용되는 말씀이다.
그런데 실제로 교제하는 미혼청년들을 살펴보면 이와 거리가 먼 경우를 자주 발견한다. 나이는 들 만큼 들었는데 생각하는 것과 하는 행동이 어린애와 같은 미혼남녀를 바라보는 건 안타까움이다. 그 부모의 심정은 오죽할까 싶은 마음. 어린애는 자기밖에 모른다. 그리고 모든 생각을 자기 수준에서 보고 판단하고 말한다. 그러니 타인에게 항상 인정을 못 받는 게 아닐까. 이 정도는 알아서 해줄 줄 알았는데, 그 정도는커녕 아예 기대를 접게 만든다면 배우자감으론 낙제다. 그렇게 상대방에게 낙제점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부족함을 못 깨닫는 우매함. 그러기에 철없고 어리다는 평을 듣는 게 아닐까. 어쩌면 응석받이로 자라온 가정환경 탓일 수도 있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타인을 배려하고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가려는 의지가 부족한 탓일 수도 있다.
아무튼 결혼배우자감으로 어리다는 평을 듣는 건 대단히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나이가 안 들어 보이고 귀엽다는 말과 달리, 어리다는 평은 불안하다, 신뢰가 안 간다, 자기밖에 모른다, 상대방을 챙겨주지 않는다 등등의 부정적 뉘앙스가 강하다. 그런 이성과 데이트하며 맞춰주려 애쓰다가도 결국 어느 시점에 이르러 포기하고 마는 건 상대방의 끊임없고 줄기찬 어리광과 이기적 태도 때문이다. 누구나 상대방으로부터 이해받고 싶고 대우받고 싶고 수용받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는데,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과 만나는 건 힘 빠지는 일인 것이다. 그렇게 점점 실망하고 지치다가 결국 희망을 접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기에, 이에 해당하는 미혼자는 더 이상 어린애 같다는 소리를 듣지 않을 특단의 각오로 변화할 마음을 먹어야 한다. 그래야만 결혼의 문이 열리니 반드시 유아기적 투정심리를 극복하고 자아중심적 행동패턴을 과감히 떨쳐버려야 한다.
다섯 번째 실패이유는 현실준비 부족과 마음준비 부족이다.
이 또한 미혼남녀 모두에게 해당하는 문제지만, 남자는 전자에 여자는 후자에 더 무게를 두고 설명하려고 한다. 이는 지금까지의 상담경험으로 볼 때 남자가 현실준비를 여자보다 못하는 듯 보였고, 여자는 마음준비를 남자보다 못하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요즘 결혼을 원하는 미혼남녀에게 얼마큼 결혼하기 원하며 언제쯤 결혼할 생각이냐고 진지하게 물으면 말꼬리를 흐리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현실적인 결혼준비를 못했다는 생각에 짓눌려있거나 마음준비가 안 돼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경우가 많다. 아니, 어떤 땐 자신이 그렇다는 생각조차 못하는 경우도 있다.
미혼형제는 현실적으로 자신이 어디가 부족한지를 못 깨닫는 경우가 많다. 난 결혼할 준비가 다 돼 있는데 왜 결혼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형제에게 거울에 비친 자신을 통찰시키는 건 대단히 중요하다. 그때서야 비로소 자신에게 어떤 면이 준비가 안 돼 있는지 깨우치고 수긍할 수만 있다면 희망적이다. 그런데 그렇게 구체적으로 조언해주는 사람도 드물고, 또 본인도 그렇게 조언 듣는 걸 매주 자존심 상해하기에 쉽사리 안 고쳐진다. 그 중 대표적인 거 하나를 들라면 부모봉양이나 부모와의 지나친 밀착 문제이다. 나이가 들 만큼 들었음에도 성혼이 안 되는 형제를 깊이 상담해보면 의외로 착한 형제, 부모님께 효심이 깊은 형제인 경우를 본다. 그럴 경우엔 방어가 세서 분리시키기 무척 어려워진다. 부모님과 일시적 분립이나 독립을 권해도 거부감을 표시하고 제대로 수용 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마치 부모님을 저버리고 불효자가 되라는 거냐고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는 경우엔 더 이상 진전시키기 어렵다. 이는 결혼 후 '고부갈등의 전형'이기에 결혼을 권유하기 어렵다. 상대방에게 평생 고통을 안겨줄 위험성 때문이다. 부모와 아내와의 갈등발생 시 확실히 무게중심을 잡고 아내를 보호해줘야 하는데, 전혀 기대할 수 없고 침묵하거나 외면하는 반응으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장인장모를 모시고 사는 커플이 늘어나는 추세라 미혼자매의 경우에도 가끔 부모봉양 문제로 결혼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는 모든 커플에게 적용될 수는 없는 일이다. 부모봉양을 이유로 혼기를 놓치고 나중에 후회하는 사례를 여럿 봐왔기에, 자매들도 꼭 한 지붕 밑에서 모시지 않고도 부모봉양을 지혜롭게 하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미혼자매들은 결혼할 마음준비가 약한 경우를 많이 본다. 결혼을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하는 말을 많이 들을수록 마음이 불안해진다. 주변에서 안 좋은 결혼가정을 많이 보고 접할수록 그 불안감은 증폭된다. 그러다 보니 성혼이 쉽사리 안 되는 자매들은 점점 나락으로 빠져든다. 또 한편 외롭고 쓸쓸해 친구와 같은 남자를 만나고 싶지만 결혼할 생각은 없는 자매를 많이 본다. 이런 자매의 경우엔 남자를 많이 만나도 결실을 맺기 어렵다. 그냥 친구로만 머물기 원하는데 결혼하자고 조르니 무척 피곤하고 부담으로 와 닿는 것이다. 사랑의 유형 중 '우정의 항목'에 높은 점수가 나오는 유형이 이에 해당한다.
아무튼 미혼자매들은 결혼이 꿈이 아닌 현실이고, 그냥 편하게 잡담이나 나누는 남자친구가 아니라 인생무게를 함께 짊어질 남자를 만날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잡다한 취미생활에 빠져 지내거나, 애완동물에서 위로를 얻거나, 아직도 많은 숙제를 남긴 학생처럼 일과 목표에만 집중하다 보면 결혼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그 모든 번잡한 것들을 내려놓고 이젠 결혼으로 과감히 돌진하자고 마음먹는다면 결혼은 먼 나라 이야기도, 전혀 불가능한 결혼식잔치도 아닌 것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결혼은 언제든 내 손에 쥘 수 있는 무지개인 것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