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부터 각 교구별로 돌아가며 할 목회기도 시간을 시작했다. 몇 년 전부터 계속해서 마음에 있던 일인데 금년부터는 마음 단단히 먹고 시작하는 일이다. 나는 본래 기도에 대해 특별히 강조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신앙생활을 했다. 어린 시절의 교회도 유난히 기도를 강조하는 교회는 아니었고 대학시절 많은 영향을 받은 성경모임도 많은 기도보다는 말씀을 배우고 나누는 데에 중점이 있는 모임이었고 그런 영향으로 대학시절 이후 다닌 교회도 말씀에 대해서는 유별나도록 잘 가르치는 교회였지만 기도에 대해서는 다소 소극적이었고 오히려 나무 뿌리 뽑는 식의 한국 교회의 기도에 대해서는 다소 비판적이기도 했던 교회였다.
그러나 나 자신이 목회를 시작하고 특별히 교회의 담임목회자로 세움 받은 후로는 전혀 사정이 달라졌다. 담임목회자로 책임을 맡는 그 순간 당장 이 무겁고 소중한 직분을 내 능력으로는 절대로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절실했다. 그래서 그야말로 덮어놓고 기도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교회 안에 다른 교회에서는 없는 기도사역부라는 부서까지 만들어 온 교회가 기도하도록 하기 위해 나름 애를 썼다. 금요기도회를 만들고 특별새벽기도회를 시작하기도 했다.
그러는 가운데 이런 저런 방법으로 기도의 능력을 많이 체험하게 되고 그러면 그럴수록 기도에 대한 확신은 더욱 더 깊어갔다. 그래서 몇 년 전에는 교회 앞에 지금부터는 기도목회를 하겠다고 공표한 적도 있었다. 그간의 목회적 체험에서 우러난 방향설정이었다. 교회에 있는 모든 사역에 기도가 앞서게 하자는 의미였고 나 자신도 모든 사역에 있어서 기도를 앞세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개인적인 기도의 시간을 많이 늘려갔고 한 달에 한 번 교회의 모든 목회자들이 모이는 회의는 목회자 회의가 아닌 목회자 기도회로 모이기 시작했다. 사역을 놓고 우리끼리 무엇을 의논하기보다는 모든 사역의 제목을 하나님께 내려놓고 함께 기도하자는 의미였다. 그러면서 조금씩 성도들과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름 토요일 새벽기도 시간을 그러한 기도의 시간으로 정해서 새벽기도 시간이 끝나면 늘 기도 받을 분들을 초청하곤 했다.
그러는 가운데 마음 한 구석에 모든 성도들과 개인적으로 만나 기도해 드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 물론 목회자가 말씀으로 성도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각자의 기도의 제목들을 듣고 거기에 합당하게 기도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강단에서 말씀을 선포하는 것이 선지자적 사역이라면 성도들의 사정을 알고 함께 그것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제사장적 사역일 것인데 이 두 가지는 같이 가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혼자만 마음에 두어 오다가 지난 한 두 해 동안 몇몇 분들과 의견을 나눈 후 금년에 이렇게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지난 주 첫 만남을 가졌는데 너무나 은혜롭고 귀한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성도들이 늘 교회에서 얼굴을 보고 마주치는 분들이지만 차분하게 마주 앉아 개인적인 심방이나 상담을 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한 가정과 교구장 그리고 목회자가 오붓하게 얼굴을 마주하고 앉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왠지 그렇게 일대일로 가까이 마주 앉는 순간 가슴이 탁 열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후 이런저런 생활이나 기도의 제목들을 함께 나누고 한 분 한 분을 위해 간절히 기도해 드릴 수 있어서 너무너무 좋았다. 그렇게 기도하는 가운데 성령의 기름부음이 함께 하시는 것도 느껴졌다. 함께 기도하셨던 교구장님도 너무 좋은 시간이라고 즐거워 하셨다. 그러고 보니 좀 더 일찍 이런 시간을 가질 것을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이제라도 이렇게 기도 안에서의 만남을 허락하신 주님의 은혜가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이렇게 해서 매주 교구별로 몇 가정씩 만나게 될 것이다. 모든 가정이 그 날을 기대하고 그 날을 위해 기도하다가 기도 안에서의 복된 만남이 있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내 집은 만민의 기도하는 집이라.(막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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