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일 ‘Giving Tuesday’ 캠페인이 펼쳐졌다.
그 전주 목요일은 Thanksgiving Day, 그 다음날은 Black Friday, 전날 월요일은 Cyber Monday라고 하며 할인된 상품들을 사느라 바쁜데 화요일은 자신을 위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주는 날로 지키자는 것이다.
4년 전부터 시작된 이 캠페인은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에 #Giving Tuesday라는 말이 언급되도록 하며 사람들에게 ‘기부’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실제로 기부하도록 하자는 취지로 이날 24시간동안 온라인을 통해 이뤄졌다.
이 캠페인은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연결되는 소셜미디어의 강점을 이용해 미국을 비롯, 71 개국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결과는 총 698,961명이 기부금을 내 1억1700만 달러의 기부금이 모아졌고 소셜미디어에 #Giving Tuesday라는 말이 130만번 언급되었다.
같은 날 대표적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회장은 얼마 전에 태어난 자신의 딸의 출생을 기념하며 보유한 450억 달러 가치의 페이스북 주식 99%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었다. 주커버그 회장은 4년 전 미국 갑부 1, 2위인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이 시작한 ‘기부 서약’(Giving Pledge)에 서명하며 죽기 전에 자신이 갖은 재산의 최소 50%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주커버그가 이날 자신의 딸에게 의미있는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 기부를 약정함으로 게이츠와 버핏과 함께 누가 기부를 더 많이 하는지 선의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언론들은 평가하고 있다.
같은 날 워싱턴 DC 스미소니언 박물관은 2016년 11월 말에 미국 역사 박물관에 “Giving America”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인들이 그동안 기부와 자선을 얼마나 잘 해왔는지 자료들을 모아 전시하겠다는 것이다.
소방관들이 사거리에서 소방차를 세워놓고 신호 대기 중인 차들의 운전자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을 때 사용하는 소방관 장화로부터 140여명의 미국 갑부들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서명한 기부 약성서 등을 전시하며 ‘베푸는’ 미국의 정신을 기리겠다는 취지다.
미국은 기부의 나라다. 2014년 미국에서 모아진 기부금 총액은 3583억 달러로 같은해 한국의 1년 예산(3320억 달러, 375조원)보다 많은 액수다. 그 전년도에는 3399억 달러로 매년 3000억 달러 이상이 미국에서 기부금으로 베풀어지고 있다.
이 기부금의 70% 이상은 개인들이 내고 있다. 2014년의 경우 총 2585억 달러의 기부금이 개인들이 낸 것으로 전체 기부금의 72%을 차지한다. 재단은 총 549억 달러를 기부, 전체 기부금의 15%을 차지하고 있고 회사의 기부금은 총 117억 달러로 5%에 불과하다.
베풀기를 좋아하는 미국인 개개인들이 미국사회 기부문화의 핵심인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미국의 대표적인 사업가이자 기부가인 록펠러, 카네디를 비롯해 우리에게는 대학이름으로 익숙한 스탠포드, 듀크, 밴더빌트 등은 그 학교를 세우는데 큰 액수의 돈을 기부한 사람들의 이름이다.
이런 갑부 뿐 아니라 일반 미국인들에게 기부는 생활의 당연한 일부다.
매년 12월이 되면 개인소득 세금보고를 앞두고 세금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차원에서도 기부가 특히, 활발하게 이뤄진다.
하지만 12월이 아니라고 해도 미국인들의 기부는 늘상 이뤄지고 있다.
조지아에는 11월 중 하루를 ‘Georgia Give Day’로 정해 ‘Giving Tuesday’처럼 조지아 주민들이 하루동안 온라인들을 통해 원하는 비영리단체들에게 기부금을 주는 행사를 한다.
올해는 11월 12일에 했는데 하루동안 2만여명의 조지아주민들이 참여해 367만 달러가 비영리단체들에 기부되었다. 2012년부터 시작된 이 켐페인을 통해 지금까지 4년동안 모아진 기부금 총액은 9백만 달러가 넘는다.
미네소타에서는 6년 전부터 Give to the Max Day라고 역시 온라인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지역 내 자선단체, 학교 등 비영리단체들에게 기부금을 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학교를 비롯, 4400여개의 비영리단체가 참여해 하루동안 53,000명이 총 16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조지아나 미네소타의 이 기부행사는 하루만 열리는 것이 아니라 행사가 있기 전 몇달 전부터 지역 언론 등을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행사를 알리며 참여를 독려하면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기부금을 받기 위해 참여하는 비영리단체들은 몇달 전부터 사람들에게 이메일과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신들이 참여하니 기부금을 내달라고 알린다. 일부 학교 교장은 수족관에서 작은 상어과 같이 수영하며 이 행사를 소개하면서 지역주민들이 참여해 자신의 학교에 기부금을 내달라는 홍보를 하기도 했다.
일부 후원자들은 몇몇 단체들에게 이날 단체가 받은 기부금과 동일한 액수를 매칭해서 후원금을 주겠다고 약속하며 많은 사람들이 그 단체에 기부할 수 있도록 유인하기도 했다.
이런 행사가 이처럼 성공적으로 끝나고 매년 이뤄지는 것은 저변에 확고하게 깔린 미국인의 기부정신 때문이다.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구호 단체인 채리티즈 에이드 재단(Charities Aid Foundation)의 2011년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153개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기부(giving) 수준 조사에서 1위는 미국인들이었다.
이 재단의 의뢰로 조사를 한 갤럽 여론조사기관은 153개국 15만여명에게 ▲구호기관에 현금을 기부한 적이 있는지 ▲자원봉사 시간을 낸 적이 있는지 ▲지난달에 낯선 사람을 도운 적이 있는지 3가지 척도를 중심으로 물었다.
이 조사를 토대로 세계에서 가장 기부 활동이 왕성한 국가(the most charitable nations)의 순위를 매긴 ‘2011년 세계 기부 인덱스(World Giving Index)’를 발표했는데 미국인은 전체의 65%가 현금 기부를 했고, 자원봉사 참여율 43%, 낯선이 돕는 비율 73%로 조사되어 1위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아일랜드, 호주, 뉴질랜드, 영국, 네덜란드 등의 순이었고 아시아에서도 스리랑카(8위), 태국(9), 라오스(10), 홍콩(11)이 상위에 랭크됐다. 하지만 한국은 57위에 불과했다. 한국인들은 ▲현금 기부 비율이 34% ▲자원봉사 참여 27% ▲낯선 이를 도운 비율이 44%였다.
미국에서는 기부(Giving)를 별도로 연구하는 대학과 연구소가 있는 등 미국인들은 받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잘 줄 것인지를 생각하고 또 이를 실천하고 있다.
/글·사진=케이아메리칸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