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선교신문 이지희 기자] 우리나라 교회 10곳 중 9곳은 지역사회 섬김을 위해 한 종류 이상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또 교회 10곳 중 사회적 약자 섬김에는 약 7곳, 정의사회실현을 위해서는 약 5곳이 참여하고 있었다.
15일 월드디아스포라포럼(WDF, 국제대표 오상철 박사)이 국내 기독 언론, 방송사와 함께 조사하여 발표한 '2015 한국 개신교회 통계조사(사회봉사와 섬김 조사)'에 따르면, 한국교회는 '지역사회 섬김 봉사'에 교회 전체의 88.1%로 가장 활발하게 참여했으며, '사회적 약자 섬김 봉사'에 74.4%, '사회정의 실현 봉사'에 49.9%로 과반수 이상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사회 섬김 봉사' 영역에서는 쓰레기 줍기, 성탄 장식 등 '지역 환경 개선'에 약 64%로 가장 활발하게 참여했으며, 장학금 수여, 방과후 학교, 야학, 미션스쿨 등 '지역사회 청소년 교육을 위한 운영'은 약 60%, '지역사회 돕기 위한 바자회'는 약 55%가 실행하고 있었다.
또 유치원, 선교원, 지역아동센터 등 '지역 어린이 교육을 위한 운영'과 결혼식, 마을회의, 독서실 등 '교회 내 시설 지역주민에 개방'은 각각 약 46%가 참여했지만, 마을도서관 운영 참가 등 '교회 밖에 사회 프로그램 제공'에는 참여율이 약 34%에 그쳐, 다른 단체와의 연합 사역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오규훈 영남신학대학교 총장은 "한국교회의 보수성과 상관이 있어 보인다"며 "교회 밖의 이질적 존재나 단체와 연결하거나 함께 하는 것에 대해 소극적 성향을 보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회적 약자 섬김 봉사'에서는 고아, 독거노인, 독거여성, 홈리스, 홀부모 등 '독거인, 미혼모 사역'에 약 44%, '구제활동하는 NGO 지원'에 약 40%로 비교적 활발하게 참여했다. 그러나 일자리 찾아주기 등 '실업자 사역'에는 약 15%, '통일 교육 수행'에는 약 14%로 미흡했다.
'사회정의 실현 봉사 현황'에서 '지역사회에 헌신 봉사기관 지원'은 약 44%로 높았으나, '피해자들을 위한 변호'는 약 12%, '공권력 남용에 대한 시정 활동'은 약 11%로 낮게 나타났다.
한국 기독교 태동 130주년을 맞아 실시한 이번 조사는 CTS기독교TV, 국민일보 등과 함께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6개월간 3천여 개의 교회, 일반 성도, 목회자, 직분자 등의 답변을 바탕으로 분석했다. 학술대회는 15일 CTS기독교TV 아트홀에서 진행됐으며, CTS기독교TV, 월드디아스포라포럼, 한국교회리더십포럼, 성만교회가 공동주최했다.
한국교회 하나 되고 전문성 제고해야
학술대회에서는 통계조사 책임교수 입장에서 권오병 경희대 교수, 신학자 입장에서 오규훈 영남신학대학교 총장, 목회자 입장에서 정성진 거룩한빛광성교회 목사 등 3명이 논평 및 시사점을 제시하고, 오상철 WDF 국제대표(연세대 겸임교수)가 결론 및 대안을 발표했다.
권오병 교수는 "자료가 수집되어 하나하나 평균수치가 나올 때마다 우리 한국교회가 살아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며 "'교회 숫자가 너무 많아 개척할 필요가 있겠는가'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저희 통계에 의하면 사회와 지역 구석구석에 들어가서 하는 사회봉사는 역시 개척교회가 잘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개척교회의 독립성, 자립도가 굉장히 힘들지만, 하나님 나라 구축을 위해 개척교회가 굉장히 중요하므로 더 많은 교회 개척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규훈 총장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한국교회에 대해 상식적으로 아는 내용을 수치로 확인한 것에서 크기 다르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설문 내용이 사역과 관련된 예산, 조직이나 인원, 목회철학 등을 포함했다면 더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통계를 통해 한국교회가 가진 보수성과 연합사역의 필요성, 사역의 전문성 제고를 확인했다며 "한국교회가 성장지향주의를 넘어서 전문성과 사회인문학적 시각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신학교가 신학생 양육 때부터 사회인문학적 시각을 기른다면 교회의 사회 신뢰도도 회복하고,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성진 목사는 "이번 설문조사는 일부 포털사이트의 매도에도 불구하고 한국교회는 죽지 않았다는 증거물"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향후 사회봉사에 대한 한국교회의 과제로 "첫째 대형교회와 소형교회의 협력이 필요하고, 둘째 교회가 사회봉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며, 셋째 한국교회가 하나 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성진 목사는 특히 한국교회 연합에 대해 "이권을 챙기고 정치력을 갖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과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해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부흥을 위한 봉사를 하지 말고 봉사하면 부흥이 따라온다. 그렇게 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마지막으로 강조했다.
오상철 박사는 "한국교회의 성서적, 신학적 가치인 사회적 약자를 돕고, 사회정의를 회복하며 불평등 경제를 온전히 살려내는 교회지도자를 배출하기 위해 이번 통계조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한국교회가 처음으로 실시한 전국적 통계조사를 통해 한국교회의 사회적 봉사와 섬김이 아주 크고 여전히 한국사회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번 통계 결과 등을 중심으로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한국교회의 대 사회적 과제인 '공적신학, 공공정책'을 드라이브하며 한국교회의 희망 프로젝트를 구현하는 데 노력하고 헌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오상철 박사는 교회의 대 사회적 봉사를 위한 전략적 제언으로 ▲국가, 여러 단체에서 하는 일과 중복성이 많으므로 교회는 더 감동적으로 접근하기 ▲전문성을 더 갖추기 ▲중복사역을 줄이기 위한 교단 및 교회별 지역할당 자원봉사 ▲소형, 중대형교회의 연합 등 교회간 연합사역 ▲주일학교를 제외한 대 사회적 어린이 사역 ▲사회구조 인식, 의식구조 개선 등 교육부분 ▲크리스천 시각에 대한 교육 ▲교회도 의식 있는 사회기관과 연대할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한국교회 사회 봉사의 키워드로 '봉사 이상의 감동, 혁신, 연합, 연대, 섬김, 지속성, 진실성'을 꼽았다.
한편, 이날 오후에는 교회학교를 통해 부흥한 대표적 교회인 성만교회의 이찬용 목사와 교회학교 교사들이 이끄는 교회학교 세미나가 '한 교사의 사명'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