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목사, NCCK)가 15일 아침 교육위원회 3차 교육포럼을 개최한 가운데, 심성보 교수(부산교육대, 한국교육네트워크 이사장)는 "세계교육개혁의 흐름과 우리의 과제"란 주제로 발표하면서 "우리나라 교육이 학교를 승자와 패자로 가르는 장소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심성보 교수는 먼저 세계교육개혁운동의 네 가지 길을 소개했다. 첫번째는 1960~1970년대에 사회적 안전망이 잘 되어 있는 복지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육의 변화 이론으로, 정부의 강력한 지원, 교사의 높은 전문적 자율성, 교육 혁신의 초점과 질에 있어서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지만, 혁신성은 높지만 정치·경제적 신뢰가 약화되면서 일관된 교육의 목표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 사례다.
이어 나타난 두번째 길은 시장과 표준화의 기치를 내걸고 제1의 길의 모순과 비일관성, 재정적인 압박, 전통과 확실성에 대한 요구가 커진 것으로, 정부의 중앙집권적 통제, 교육 목표의 표준화, 시장주의에 의한 경쟁으로 인한 교사의 자율성 상실을 특징으로 한다(Hargreaves & Shirley, 2009: 8-12). 심 교수는 "제2의 길은 교육적 폐해가 너무 컸다"고 말하고, "교육목표를 사전에 상세히 기술한 교육과정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면서 모든 학교들은 학습이 시험 준비 중심으로 가르쳐지고, 시험에 나오는 과목만 가르칠 뿐만 아니라 교사의 자발성까지 죽이게 되어 ‘하향식 교육개혁’의 추진은 거의 다 실패로 돌아갔다"고 했다.
제2의 길의 단점이 극명하게 나타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장주의와 국가 통제의 장점을 결합한 제3 길이 1980년대 영미를 중심으로 모색됐다. 좌파의 경직성과 우파의 불평등성을 모두 피하고자 하는 제3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Anthony Giddens 등의 이론에 기반을 둔 영국의 블래어 정부가 대표적이었다. 정부 지원과 시장 경쟁의 장점을 살리고, 하향식과 상향식을 절충한 행정을 통해 교사의 자율성과 책무성이 균형을 이루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전문가와 대중이 변화의 주체로 참여한다.
그러나 심 교수는 제3의 길에 대해 "관료주의, 과학기술주의의 맹신, 주어진 목표달성에 급급한 학교현장의 수동성 등의 문제점을 동일하게 안고 있다"고 지적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좌우를 아울러는 중도적 길을 추구하는 듯하지만, 신자유주의적인 우파 이념에 편향된 교육개혁이 진행됐다"면서 "제3의 길에서 나타난 정부의 관료주의, 교육의 성공 여부를 학업성취도 측정 자료에 의존하는 과학기술주의의 맹신과 폐해, 정부가 제시한 것을 따르기에 급급한 학교 현장 등의 문제점들에서 제4의 길을 찾게 된 것"이라 했다. 이어 심 교수는 제4의 길을 소개했다.
"이 길은 정부 주도 학업성취도 향상이나 학업성취도 격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과는 다른 교육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도덕적으로나 영감적으로 건강한 교육 목적/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또, 경제적 활력, 사회통합, 그리고 민주적 삶의 방식을 모두 고려한 지속가능한 길을 추구한다.?제 4의 길은 영감과 혁신의 길이고, 책임감과 지속 가능한 길을 열려고 한다. 엄격한 관료주의와 시장주의 대신에 대중과 전문가의 참여를 통해 변화를 일어나도록 한다. 번영, 기회, 창조를 목표로 하는 사회적, 교육적 비전을 중심으로 정부 정책을 실시한다. 관료주의, 표준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과학기술주의 등의 방해요인을 극복한다. 교사는 정부의 강한 통제로부터 자유로워지지만 학부모, 지역사회, 일반 대중으로부터의 독립성은 감소함으로써 자율성과 책임성이 균형을 이룬다. 학생들의 일상적 삶에 학부모의 관련 정보가 커지고, 지역사회는 학교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일반 대중은 주어지는 서비스의 수동적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교육의 목적을 결정할 때 적극 참여한다. 교사의 전문성과 신뢰에 기반하고, 교사와 대중의 참여가 활발하다. 일반 주민, 교사 그리고 정부 사이에 평등하고 상호작용이 활발한 파트너십이 형성된다. 그렇게 함으로써 학부모, 교사, 정부 모두에게 큰 변화가 일어난다."
이러한 제4의 길을 제시한 대표적 사례가 핀란드의 교육개혁 방식이다. 심 교수는 "핀란드가 신자유주의적 세계교육개혁운동에 빠져들지 않았다"고 말하고, "1990년대 신자유주의적 정책이 교육정책의 새로운 담론으로 영향을 강력하게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핀란드는 지배적인 시장 중심적 교육개혁을 느리게 수행했다"면서 "오늘날 핀란드의 교육정책의 중요한 흐름은 지난 40년 동안 핀란드 사회 내에서 보여준 다양성, 신뢰, 모범, 존경의 문화를 창조해 왔던 시스템적이고 가장 의도적인 개발의 결실에 의해 나타난 것"(Sahlberg, 2011)이라 소개했다.
심성보 교수는 이러한 세계교육개혁운동의 흐름을 살피면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세계적 교육개혁의 흐름 중 제2의 길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는 핀란드 교육은 ‘빨리빨리’와 ‘경제적 효율성’을 외치며 아이들 각자의 개성을 살리는 데 소홀한 우리 교육을 되돌아보게 한다"고 했다. 이어 핀란드 교육이 "영혼이 없는 표준화(Hargreaves, 2011: 343-346) 또는 '영혼이 없는 탁월성'(Lewis, 2007) 교육으로 치달은 한국교육의 귀중한 귀감이 되고 있다"면서 "핀란드의 교육개혁의 방식을 통해 우리의 교육변화의 방향의 모색과 함께 새로운 교육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심 교수는 ▶교육시스템의 변화 ▶학교를 비즈니스가 아닌 공공재가 되도록 발전시켜야 함 ▶교육 목표를 ‘알기 위한 학습’, ‘행동하기 위한 학습’, ‘함께 살기 위한 학습’, ‘존재하기 위한 학습’으로 나아가야 함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도한 시험을 지양하고 교육을 위한 시험제도로의 전환 ▶‘혁신학교’ 운동의 발전 ▶‘혁신교육지구’ 사업의 활성화 등을 강조하면서 발표를 마무리 했다.
한편 NCCK 교육위원회는 "공교육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바탕으로 교회의 역할과 선교적 과제를 모색하기 위하여 교육포럼을 진행해 왔다"면서 행사 개최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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