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째 계류된 북한인권법을 폐기시키지 말고 이번 회기에 반드시 처리하라.
12월10일은 '세계인권선언기념일'이다. 1948년 12월10일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이 선언문은 비록 법적 강제력은 없으나 세계의 모든 민주국가가 그들의 헌법에서 근본인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의 위대한 진보이자 자유의 기념비적 신장이 아닐 수 없다. 세계인권선언의 다음과 같은 전문으로 시작된다. "인류 가족의 모든 구성원들의 본래적 존엄과 평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에 대한 인정(recognition of the inherent dignity and of the equal and inalienable rights)이야말로 이 세계에서 자유와 정의와 평화의 토대(foundation of freedom, justice and peace)이다." 이 선언은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인류가 인종, 국적, 종교, 재산에 상관없이 무제약적으로 받아들이고 추구해야할 보편적이고 형제애적인 가치이자 목표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도 지구촌 곳곳에서 테러조직과 독재정권에 위해 조직적이고 무자비한 인권탄압과 인명살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참으로 통탄스러운 일이다. 특히 북한의 인권상황은 대단히 우려스럽다. 북한의 현 정권은 3대 세습이라는 20세기 역사에 그 사례를 전혀 찾을 수 없는 병리적 억압 위에 성립되었다. 현 북한정권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벌이는 숙청, 고문, 공개처형, 정치범 수용소, 매춘, 영아살해, 외국인 납치 등은 유엔이 선포한 보편적 인권에 대한 정면부정이다. 2015년 6월 미 국무부는 작년에 발간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를 토대로 "북한 인권이 세계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70년 동안 전체주의를 유지하면서 정치범 수용소에 15만명을 가두고 있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다. 최근 국제적인 난민과 인권 문제는 기존 국가 체제가 해빙되거나 타국과 갈등을 빚으면서 생겨나고 있는 데 비해 꽁꽁 닫혀 있는 북한의 인권 문제는 구원의 손길조차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절망적이기까지 하다. 북한 인권은 세계 인권의 최대 난제다.
샬롬나비는 세계인권선언이라는 뜻 깊은 날을 맞이하여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1. 인권의 기초는 하나님의 형상성에 근거한다.
인권의 기초인 인간의 존엄(尊嚴)은 하나님(神)이 자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지었다는 초월적인 종교성(transcendant religiousness)에서 나온다. 이에 따라 우리는 모든 인간은 어떤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대체될 수 있는 한낱 부속품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인 인격으로 존중되어야 한다고 선언한다. 이에 따라 우리는 신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 그 자체로 목적인 인간을 믿는 이 세계의 모든 양심적 형제자매들과 함께 인간을 한낱 부속품으로 간주하려는 모든 반인권적 테러, 처형, 고문, 차별 등에 반대한다.
2. 정부와 야당이 북한인권에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부끄러운 일이다.
영국 존 왕이 서명한 마그나 카르타는 지난 800년간 지구촌 곳곳에서 민주주의의 나침반 역할을 해왔지만, 불행하게도 북한은 민주주의를 향한 이 대장정의 대오에서 길을 잃고 말았다. 영국의 역사학자 사이먼 샤마는 '마그나 카르타는 자유의 출생증명서가 아니라 폭정의 사망증명서'란 말을 남겼다. 이런 생각이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접근법이 돼야 한다. 한국정부는 유엔과 긴밀히 협력하여 인권 문제로 북한 정권을 압박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정부와 국회는 북한 인권에 대해 '귀먹은 것처럼 침묵(deafening silence)'해 왔다. 2015년 6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선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 등 각국의 북한 전문가 45명이 모여 성명서를 냈다. 북한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할 것을 유엔 안보리에 권고하는 등 15개 항을 담았다. 10월 초 유럽북한인권협회는 탈북자 30명을 심층 면접해 북한의 인권 실태를 담은 40쪽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구촌 어딘가에선 북한 인권에 대한 외침과 고발이 거의 매일 울려 퍼지고 있다. 그런데 인류 보편의 문제인 북한 인권에 대해선 정부와 야당 모두 정파적 이해를 초월해서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3. 국회는 '북한 인권법'을 11년 계류시키다 사실상 폐기시키려 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권은 정파의 이해관계를 넘어서 북한주민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시킬 수 있는 '북한인권법'을 처리해야만 한다. 북한인권문제는 북한의 내부문제이므로 외부에서 간섭할 수 없다는 주장은 보편적 인권을 무시하는 발상이므로 우리는 반대한다. 동시에 북한 인권문제를 인권의 문제가 아니라 자국이나 자파의 패권을 강화하려는 패권의 문제로 접근하는 모든 시도에도 반대한다. 한국의 정치권은 세계인권선언이 밝힌 보편적 인권의 문제에서 북한인권법을 이번 19대 정기국회 회기에 처리해야 한다. 한국 국회는 11년째 북한인권법의 제정을 미루어 이번 19대 정기국회가 끝나면 사실상 폐기될 위기에 놓여있다. 이는 한국국회의 책임회피요 북한 동포에 대한 직무유기다. 한국국회는 헌법상 국민인 북한 동포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4.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의 염원을 수용하고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라.
북한 당국은 세계인권선언일을 맞이하여 폭압정치를 포기하고 문호를 개방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를 바란다. 그 첩경은 무엇보다도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북한 당국은 세계인들이 보고 있는 감시의 눈 앞에서 주민에 대한 고문, 자의적 구금 및 처형, 탈북자 박해를 중단하고, 정치범 수용소를 해체하며, 신앙의 자유ㅡ 표현의 자유 및 정치적 자유 등 북한 주민들의 제반 인권을 조속히 보장해야 할 것이다.
5. 국제사회는 북한의 인권을 개선시킬 수 있는 실제적인 전략을 모색해야만 한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인권을 개선시킬 수 있는 실제적인 전략을 모색해야만 한다. 유엔총회에서는 2005년부터 매년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되고 있다. 유엔은 반인도 범죄에 이르는 북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11년 연속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하였고, 특히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북한의 상황을 국제 형사재판소에 회부하고 그 책임자들을 제재할 것을 유엔 안보리에 권고하였다. 유엔은 2015년 6월 23일 서울에 유엔북한인권현장사무소를 설치하였다. 한국국회는 유엔 북한인권현장사무소가 활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6. 한국정부는 북한인권법이 제정됨으로써 조속히 북한주민인권기록소를 운영해야 한다.
1960년대부터 잘츠기터(Salzgitter) 중앙기록보존소를 운영해 동독 주민에 대한 인권 침해가 줄어 들 수 있었던 것은 구체적인 효과사례라고 볼 수 있다. 北 인권침해는 알릴수록 北 주민들의 상황은 좋아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연구 사례에서 나타나는 결론이다. 한국정부는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구체적인 기록물을 가져야 한다.
7. 한국교회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서 계속 기도해야 한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사람들이 폭력적인 정권에 의해서 하나님이 주신 고유한 인권을 빼앗기고 억압과 고통 가운데 사는 것은 창조주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교회는 세계인권선언의 기초에 기독교적 세계관이 있음을 깊이 인지하고 특히 북한인권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도해야 한다. 오늘도 억압당하고 박해 받고 있는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을 외면하는 것은 나중에 주님으로부터 내가 옥에 갇혔을 때 와보지 않았다는 심판을 받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이번 회기로 폐기될 상황에 있는 북한인권법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이의 조속한 국회처리를 위하여 각별한 노력을 기울려야 할 것이다.
2015.12.9.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