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속철도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43명, 부상자는 외국인 3명을 포함해 211명으로 확인된 가운데. 이번 고속열차의 추돌사고 후 모든 것이 소위 '안전불감증'에 의한 인재(人災)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 이미 탄광, 도로, 아파트, 다리 등의 붕괴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고속열차의 일종인 둥처(動車) 사고가 터지자 정부의 부실한 안전관리에 대한 문제 제기가 빗발치고 있다.
25일 중국의 관계 기관들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후 중국 동남부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에서 발생한 둥처의 추돌로 인한 탈선, 추락사고가 벼락에 의한 둥처의 전력 및 기계시스템 파손이라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일반 국민은 사회 전반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이 주원인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고 당시 앞서 가던 D3115호 둥처가 벼락을 맞은 후 동력을 상실하고 경보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뒤따라오던 D301호 둥처에 위험신호를 전달하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안전에 대해 둔감했음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중국 동남부 해안지역을 운행하면 기후적으로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를 많이 만날 수 밖에 없는데 그에 대한 대비가 안돼 있었고 경보시스템 파손으로 발생할 문제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해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의 둥처는 평균 시속 200㎞, 최고 시속 250㎞로 달리며 배차 간격이 10분인 점을 감안하면 추돌사고 위험에 너무 안이하게 대응해 왔다는 분석이다.
◆ 연이는 안전 사고, 온라인서는 비판의 목소리 커
중국은 이달 들어 안전사고들이 속출,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일 광시허산(廣西合山) 탄광과 구이저우(貴州)성 핑탕(平塘)현 탄광 붕괴, 4일 후베(湖北)성 버스 전복, 6일 산둥(山東)성 센타오(仙桃)시 탄광 화재, 22일 징주(京珠) 고속도로 버스화재 등으로 무려 136명이 사망했다.
또 건설한 지 하루 밖에 안된 다리와 도로가 무너지거나 아파트 한쪽 면이 붕괴되는 등 10여건의 대형 안전사고들이 터졌다.
바이두 등 인터넷 포털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는 이런 안전사고들이 정부 관리들의 부패와 인명경시 풍조, 건설업체들의 부도덕성 때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온라인에서는 관료와 업체의 유착관계로 부실공사가 속출, 안전사고로 이어지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다.
정부 고위층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듯 고속열차 사고 처리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사고 직후 구조활동에 모든 노력을 다하라고 지시했으며 사고처리의 책임을 맡은 저장(浙江)성과 원저우(溫州)시는 인민군과 공안, 교통경찰, 소방, 무장경찰, 위생, 전력 등 관계부문의 인력을 총동원해 사고처리에 나서고 있다.
상하이 철도국의 룽징(龍京) 국장, 리자(李嘉) 서기, 허성리(何勝利) 공무 담당 부국장은 이번 사고의 책임을 지고 해임됐다.
◆ 민심은 이미 정부 '불신'
하지만 민심은 이미 정부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 모습이다.
일반 국민은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는 중국 언론들이 피해상 황 보다 사고수습을 위한 정부와 지도자들의 활동상을 더 실시간으로 보도하며 정부 쪽을 두둔하거나 해명하는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고위층에서 책임져야 마땅한데 하위직 공무원들 몇명 해임하는 것으로 사고처리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상당수 누리꾼들은 중국 정부가 세계 최장, 세계 최고속, 세계 최대라는 허상을 쫓기 위해 과도하게 빠르게 철도건설을 추진하면서 안전문제가 소홀해졌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고속열차 사고로 다시 한번 지도력에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일본 언론은 중국의 고속열차 추락 참사가 안전 소홀과 기술 부족에 따른 것으로 후진타오 정권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수우익지인 산케이신문은 "이번과 같은 대형 추돌 사고는 일본이나 유럽 등 선진국 고속철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것으로 속도를 중시하고 안전을 도외시하는 바람에 빚어졌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번 고속전철 사고로 인한 한국인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