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수민 기자] 이상향 혹은 유토피아, 기독교 식으로는 하나님 나라? 누구나 팍팍한 현실 가운데 이 땅에는 없을지도 모를 세계를 꿈꿀지도 모른다. 김 성 박사(협성대)가 "에덴 동산과 딜문"이란 주제로 오리엔트 문명권에서 강조하는 유토피아를 설명했다.
지난 26일 인천 주안에 있는 국제성서박물관에서 열린 '제100차 한국구약학회 송년학술대회'에서 김 성 박사는 "구약성서에서는 에덴 동산 같이 태초의 낙원 개념이 강하다면 특히 이집트에서는 죽음 이후의 오시리스 세계, 즉 죽은 영혼이 생을 누리는 낙원 사상이 잘 발달되어 있다"고 했다.
물론 기독교에서는 태초의 에덴 동산이나 죽음 이후에 영생을 누리는 낙원도 중요하지만 역시 종말에 도래하는 메시아와 함께 건설되는 새 하늘과 새 땅으로서의 새로운 지상낙원 사상이 매우 특징적이다. 그러나 김 박사는 "오리엔트 중에서도 메소포타미아의 고대 수메르 인들이 꿈꾸었던 유토피아, 즉 섬나라 딜문(Dilmun)이 특별히 우리의 관심을 끈다"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딜문'은 고대 수메르 인들의 기억 속에서 신들의 노여움으로 발생된 대홍수를 무사히 견디고 영생을 얻은 존재 지우수드라(우트나피슈팀)가 살고 있는 곳으로, 전설적인 우룩의 왕 길가메쉬가 그 곳을 방문하여 그로부터 영생을 비밀을 받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특히 그 곳은 단순한 영생의 섬 차원에서 벗어나 지상의 악의 세력이 미치지 못하는 절대적 윤리의 이상향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최근 50여년 동안의 고고학적 발굴을 통해서 페르시아만에 위치한 섬나라 바레인이 바로 딜문이라는 지리적, 역사적, 고고학적 추론이 가능한 실재 장소로서의 낙원이기도 하다.
김 성 박사는 "여러가지 유토피아 중에서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고대인들이 지리적인 관점에서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믿었던 실재적인 이상향 개념"이라 말하고, "만일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가 플라톤의 이상적인 국가론에 영향을 받았다면 어쩌면 플라톤은 그의 작품에서도 밝힌 바 아테네의 솔론이 이집트의 사제들로부터 전해 들었다는 사라진 대륙 아틀란티스로부터 이상향의 소재를 얻었는지도 모른다"면서 "이런 점에서 지상낙원으로서의 유토피아가 수메르 시대 페르시아만에 경제적 중심지와 해상무역항 역할을 했던 딜문 섬으로 실존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김 박사는 "이미 사라져 버린 태초의 에덴 동산도 아니고, 언제 닥칠지는 모르지만 종말 이후에 건설된다는 새 하늘과 새 땅도 아닌, 더구나 꼭 죽어서 만이 갈 수밖에 없는 저승세계의 낙원이 아니라, 현재 인류의 삶 속에서 실존하는 유토피아가 다름 아닌 최고의 경제적 중심지 딜문이라는 사실을 통해 고대 수메르인들은 점점 꿈을 잃어 가는 현대인들에게 유토피아의 양면성을 전해준다"면서 "메소포타미아 적인 유토피아는 더 이상 실현 불가능한 상상의 장소로서 토마스 모어의 ‘우-토피아(Ou-topia)’라기보다는, 한때 경제적인 풍요로움을 마음껏 누렸던 ‘이코노-토피아(Econo-topia)’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고대 이스라엘의 문화와 한국교회"를 주제로 열린 행사에서는 김 성 박사의 발표 외에도 "성서고고학의 기여점들 찾아보기 - 성서 구절의 문화적 이해"(강후구) "고고학적 흔적을 통해 보는 구약시대 가옥문화"(임미영) 등의 발표가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