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김규진 기자]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와 NCCK 신학위원회, 열린평화포럼 등이 26일 모임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선언을 하고, 이만열 박사(전 국사편찬위원장)를 초청해 "국정화 시비와 대한민국 건국"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26일 저녁 기독교회관에서 모인 모임을 통해 이만열 박사는 먼저 '식민지근대화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1972년 유신 이후 1974년 국정교과서가 등장해 2010년까지 계속됐지만 이후 근현대사 교육의 강조가 이뤄지고 검인정 교과서가 등장했음을 설명했다. 그러나 2004년 국회교문위에서 근현대 교과서에 대한 좌편향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보수언론이 이를 부각시키면서 교과서 수정 논의와 함께 이명박 정권 때는 재판까지 회부됐던 사실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만열 박사는 "국정화의 근거인 현행 검정제 교과서의 좌편향 주장은 폄훼일 뿐 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검정제 반대가 곧 국정화일 수는 없다"면서 특히 "기독교계가 기독교 관련 내용이 적다는 것이 왜 국정화 주장의 논거가 되느냐"고 했다. 그는 "일단 국정화 프레임에 들어가게 되면, 진실을 이야기 하는 이들의 주장은 다 지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국정화 주장을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대해서도 이 박사는 설명했는데, "대한민국의 건국을 독립운동에서 찾느냐, 식민지 근대화론이나 친일세력에서인가를 지적하고 있다"면서 "대한민국의 발전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는지, 아니면 독재세력과 부패세력에서 찾는지를 묻고 있다"고 했다. 때문에 그는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투쟁은 전체적으로 민주화 대 반민주화의 투쟁이 될 것"이라 봤다.
특히 역사교과서 국정화 그 중심에는 '건국절' 논란이 있다. 이 박사는 "이명박 정권이 2008년을 건국 60주년으로 하고 그 기념식을 대대적으로 준비했던 적이 있다"고 밝히고, "뉴라이트 계에서는 1948년을 건국년도로, 8.15를 광복절 대신 건국절로 할 것을 주장한다"면서 "건국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안도 등장했는데, 이는 건국세력을 가장한 '반공세력'의 공적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그러나 반발이 일어났고, 타협의 결과로 광복 63주년, 건국 60주년으로 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건국절 문제는 1948년 8.15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문제제기로 시작됐다. 이 때를 '대한민국 정부수립의 해' 혹은 '건국의 해' 둘 중 어느 것으로 볼 것이냐는 물음인 것이다. 이 박사는 "그 동안 당연시 해왔던 대한민국 건국 시기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고, 대한민국 건국을 독립운동의 관점에서 볼 것이냐, 식민지근대화론의 관점에서 볼 것이냐가 대립하고 있다"면서 "(1948년 8.15 건국절 논란에 대해)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전통을 잊고 일제 잔재의 산물로 보는 것"이라 이야기 했다.
이만열 박사는 이러한 논란의 반박 가운데 가장 큰 근거로 제헌헌법과 현행 헌법을 들었다. 제헌헌법에서 1919년 건국을 주장했으나, 1962년 이후 군사정권의 헌법에서는 이를 애매하게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7년 현행 헌법에서는 1919년 설을 재확인 했다는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한 대한민국 건국은 1919년"이라며 "1948년의 의미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해'라고 했다. 덧붙여 1919년 대한민국 수립(건국)이 이뤄졌고 1948년까지 임시정부 형태로 유지되다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이뤄졌다고 했다.
이 박사는 "1948년 대한민국 수립(건국)을 외치는 이들의 주장은 우리 헌법을 군사정권 하의 것으로 되돌리려는 시도와 상통하는 것"이라 지적하고, 특별히 "폐기된 '건국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이 부활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 법은 1948년 8.15를 건국일로 보고, 그 전 3년간 신탁통치 반대 등에 종사한 이들을 포상해 대한민국 건국 공로자를 예우하자는 법이다. 그는 "여기에 포함되는 인물들은 반공 반통일 세력으로, 이들을 내세워 과거 친일을 감추고 건국공로자로 둔갑시켜 독립유공자와 같은 반열에 놓으려는 의도"라고 했다.
한편 이만열 박사의 강연 전 3단체의 이름으로 발표된 국정화 반대 선언문에서 이들은 "박정희 유신독재의 권력이 독버섯처럼 살아나, 국정교과서를 통해 민주주의의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무시하고, 왜곡되고 획일적인 가치를 후손들에게 남기겠다는 것은 매우 시대착오적인 권력의 오만"이라 주장했다. 더불어 "항일 운동을 하며 고귀한 생명을 내던졌던 의병들과 백성들 혼들의 한탄과 한숨소리가 들려오며, 친일세력의 후손들이 역사를 쓰겠다고 하니 통탄할 노릇"이라 이야기 했다.
이들은 "기독교의 근거지가 되는 고대 이스라엘도 우리나라처럼 강대국가들에 둘러싸인 환경이 매우 유사했고, 여기서 태동한 성경은 한마디로 '역사의식'이었다"면서 "구약성경의 많은 저자들은 기득권층의 권력을 옹호하고 주변 제국들에 의존하는 내용을 기술하지 않고, 비록 약소국가였지만 부패한 권력과 제국들의 불의함에 당당히 맞선 정의로운 역사를 구약성경의 기조로 삼아 기록했다"고 했다. 덧붙여 "세계 언론들도 한국 국정교과서 시도를 냉소적으로 보는데서 대한민국의 국격이 추락하고 있음을 볼 때 자괴감마저 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