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칼럼] 선행 사건과 선행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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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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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환철 총장(평통기연 기획국장, 미래나눔재단 사무총장)

오늘날 우리가 '통일'을 추구한다면 선행 사건이 '분단'이고, 분단은 그 이전 상태가 '하나의 국가'였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우리가 '통일 국가'를 추구한다면 선행 지식은 '국가란 무엇인가' 하는것이다. 그건 어느 사전을 뒤져 찾는 것이 아니라 선택 가능한 요소들이 경쟁하여 가장 합당하다고 인정되는 것들로 구성되는 것이다. 물론, 북한 주민들도 이 합의에 참여할 수 있어야만 하나가 될 수 있다. 그 자체가 통일의 과정상 조건이다.

우리 안에 '국가'의 개념은 적어도 두 가지다. 피부에 와 닿는 것은 기미년에 이름한 이래 지금까지의 정치체제인 '대한민국'이다. 더 광범위한 것은 고조선으로부터 유사 이래 한반도에서 명멸했던 정치체제들을 포괄하는 '우리나라'다. 이 광범위한 국가의 개념 위에 국사(國史)가 존재하며, 공동체의 정서 또한 그와 같다.

이 두 '국가' 개념은 무우 자르듯 분리되지도 않고 확연한 포함관계도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정치체제는 유구한 '우리나라'의 문화와 전통의 계승자가 되어야 공동체로부터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일본제국의 '조선총독부'라는 정치체제는 분명 한반도에 존재하며 36년간이나 통치행위를 했지만 '우리나라'의 반열에 들 수 없을 뿐 아니라, 저항의 대상이었다. 현실 체제는 끊임없이 자신의 '정통성'을 입증하려 하는데 그 원형은 권력체제의 변천 속에서 정당한 체제를 고수하고 부당한 체제(국가)에 저항해 온 공동체다.

'뉴라이트' 인사들의 주장처럼 대한민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같은 해인 1948년에 '건국'됐다면 '분단'이 성립할 수 없다. 같은 해에, 38선을 경계로 남과 북에 각각 체제로서의 국가가 섰다니, 그건 세계사에 흔히 나타나는 '분립'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현재의 남북 관계가 '분단'이라는 논리는 그 이전 상태인 '하나의 국가'가 유구한 역사적 공동체로서의 국가를 지칭할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현실 체제는 역사적 공동체를 계승함으로써 정통성을 얻기에 '대한민국'이라는 현 체제는 최소한 1919년, 가능한 한 더 유구한 역사적 연원을 찾을수록 더 공고한 정통성에 근접하는 것이고, 통일을 주도적으로 끌고 갈 일방의 권위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1948년 건국'을 주장하고, 교과서에 넣고싶어하고, '건국절' 법안을 제출하고, '건국공로상'을 주고받는 인사들은 자신들이 어떤 역사적 재앙을 부르고 있는지 알고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재앙은 '대한민국'이라는 현실국가로부터 통일을 주도할 자격을 거세해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도 보조를 맞출 리 없으므로 한반도의 통일 문제를 북한에 양도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진다. 그에 못지않은 재앙은 사실상 건국 연원을 알 수 없을만큼 유구한 역사적 공동체를 스스로 격하하여 '한 70년쯤 된 신생 문명'으로 만방에 선포하는 것이다. 간절히 바라건대 사건과 지식의 앞뒤를 챙겨 당대와 미래세대의 재앙을 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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