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25년 만에 실시된 역사적인 자유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승리가 확실시된다고 외신들이 9일 보도했다.
EPA는 이날 집권 여당도 패배를 인정하고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밝혀 NLD의 승리는 사실상 기정사실화된 상태라면서 이에 따라 미얀마에서는 반세기 가량 지속된 군부독재가 막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수지 여사가 NLD 당사 앞으로 몰려든 지지자들 앞에서 자신의 승리를 시사하는 말과 함께 상대방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지 말도록 당부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수지 여사는 이날 "선거결과는 금방 발표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우리 모두는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은 우리 승리자들을 위한 축배를 들 때가 아니다”라며 “나는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사람들이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낙선한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도발을 삼가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고 전했다.
현지 관영 신문인 '글로벌 뉴 라이트'도 이날 신문 1면에 "새 시대의 새벽"이라는 제목으로 정권 교체를 암시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는 당초 이날 오전 9시(현지시간·한국시간 오전 11시30분)에 1차 개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오후 3시로 미뤘다가 다시 오후 6시(한국시간 오후 8시30분)으로 한차례 더 연기했다.
이러한 가운데 NLD는 이번 총선에 배분된 상·하원 의석 491석의 70% 이상을 확보할 것이 유력하다고 자체 발표했다.
NLD 대변인은 AP통신 등에 "전체 의석의 70% 이상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식 확인해주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전국 14개 주 전체에서 NLD가 50∼80%의 지지율을 얻고, 특히 NLD 세력이 강한 중부 지방에서는 지지율이 약 80%에 이르렀으며, 소수민족 지역에서는 지지율이 50∼70%"라고 설명했다.
미얀마타임스는 초반 집계에서 집권 USDP가 텃밭인 행정수도 네피도에서도 NLD에 밀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군 출신으로 대통령 출마가 유력시됐던 슈웨만 하원의장도 이날 일찌감치 자신의 지역구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상대 후보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NLD가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소규모 정당들과 연합을 해야 집권할 수 있다.
수치 여사는 NLD가 단독 정부를 출범시키지 못하면 소규모 정당들과 연합할 것이며, 자신은 대통령이 되지 못하더라도 새 정부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선거는 수치 여사가 이끄는 NLD가 1990년 이후 처음으로 참여하는 총선으로, 25년 만에 실시되는 자유·보통 선거를 표방했다.
미얀마가 이번 선거를 공정하고 순조롭게 실시해 국제사회로부터 민주화 개혁이 지속할 것이라는 신뢰를 얻으면 미얀마에 대한 외국인 기업들의 투자와 관심이 증폭될 전망이다.